나는 소바를 무척 좋아한다. 일본에서도 각 도시마다 전통 있는 가게로 알려진 곳이나 미슐랭 스타를 받은 소바집을 찾아 다니며 먹어보곤 했다. 일본에서 에어비앤비 일일 코스로 메밀 100%를 함유한 소바면 만들기를 체험해 보기도 했다. 집에서도 틈틈히 소바를 만들어 먹는다. 소바만큼 만들기 쉽고 설겆이 하기 편한 요리도 찾아보기 힘든데 거기다 맛까지 기가 막히니 원.
소바의 핵심은 아무래도 면에 포함된 메밀 함량과 쯔유에 있다. 혹자는 메밀면이니 메밀 함량이 100%인 면이 제일 좋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냥 식감 차이 취향 차이일 뿐이다. 메밀 100%인 면은 똑똑 끊어지고 식감도 약간 거칠면서도 메밀 특유의 맛과 향이 은은히 퍼지는 느낌이 좋다. 여기에 밀가루가 포함될수록 점점 더 쫄깃하고 부드러워진다. 나는 밀가루 30% 정도가 적당한 것 같지만 일본에서 배운 바로는 반죽의 방식에 따라서도 면의 상태가 꽤 달라진다고 하니 이런 비율 보다는 취향에 맞는 면 제조업체 상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별히 일본이라고 더 우리 입맛에 맞는 면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애초에 우리나라도 메밀 국수 강국(?) 이기도 하고.
그런데 쯔유부터는 정말 너무 다양해서 뭐라 말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쯔유에 면을 찍어먹는 냉소바, 자루소바가 대중적인데, 일본에선 따뜻한 국물에 면을 담가 먹는 온소바를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여기에 생선을 넣는다든지 이것저것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들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취향은 그냥 차가운 자루소바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왜 온소바가 인기가 없을까 생각해 봤는데, 공통적으로 일본의 온소바 국물이 우리 입맛에 좀 비린 느낌이 있어서인 듯 하다. 차가운 쯔유에서는 가쓰오부시를 비롯한 몇 가지 재료들의 비린맛이 안느껴지는데, 우선 염도가 높아서인 것도 같고, 비린 맛 자체가 따뜻한 국물에 우러나오는 특성이 있어서인 것도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또 하나는 그냥 우리나라 사람들 자체가 족발에 같이 먹는 비빔 메밀면이라든가 들기름 메밀면 등 메밀면을 차갑게 먹는 것에 익숙해진 측면도 있는 것 같고. 다만 메밀이 찬 성분이 있어서 원래 온소바로 먹는 것이 몸에는 더 좋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일본의 소바 가게에서 먹는 자루소바는 쯔유가 좀 많이 짠데, 한국은 반대로 다소 싱거운 면이 있다. 취향 차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본과 우리가 면요리를 대하는 태도(?) 가 달라서인 측면이 있는 듯 하다. 원래 일본에서는 면을 푹 담가 먹기 보다 자기가 조절해서 적당히 찍어 먹는 느낌으로 쯔유를 다소 짜게 내놓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쯔유를 우동국물처럼 국물로 해석해서 면을 가득 넣어 섞어 먹는 느낌으로 먹는다. 재료를 한데 섞어 먹는 비빔밥 문화의 한국과 따로따로 각 재료의 맛을 독립적으로 먹는 일본 식문화의 차이도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는 듯 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자루 소바는 한식과는 결이 꽤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라면을 만들때도 한 냄비에 전부 넣고 면이 소스를 빨아들이도록(?) 해서 먹는 것을 즐기는데 일본은 거의 모든 면요리에서 면 따로 소스 따로 만들어 나중에 먹기 전에 합치는 식으로 먹는다. 문화적 차이가 사소한 요리 조리 방식의 차이에까지 반영된 셈이다. 이것도 깊게 들어가면 지방 분권 사회였던 과거 일본과 중앙 집권 사회였던 과거 한국의 역사적 차이까지 거슬러 올라가려나?
쯔유에 무를 갈아 넣는 것은 한국에서 주로 많이 먹는 방식이다. 물론 일본도 무를 갈아서 따로 내주는 곳도 있긴 하지만 선호되는 방식은 아닌듯 하다. 일본에서 쯔유는 하나의 독립적인 소스이기 때문에 여기에 무를 넣는 것은 그것을 변형한다는 느낌이라 그렇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그냥 왠지 모를 한국인과 일본인의 맛 취향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자루 소바를 차갑게 시원하게 먹는다는 느낌을 즐기기 때문에 얼음도 띄우고 간 무도 넣어 시원함과 청량감을 살린다.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먹다보니, 어느 쪽이 더 맛있다기 보다는 각자 나름의 특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선 소바면을 다 먹은 후 면을 삶았던 물, 즉 면수유를 따로 내준다. 이것을 쯔유에 부어 먹으라는 의미인데, 마치 따뜻한 된장국을 마시는 느낌이 난다. 이것만 봐도 일본은 우리처럼 자루 소바에 차갑게 먹는 의미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으로 건너온 자루 소바는 한국식으로, 한국인 취향에 맞게 바뀌었다고 볼 수 있겠다. 예전의 난 일본 현지에서 먹는 소바가 훨씬 더 맛있다고 느꼈으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우리 식대로 시원하게 먹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다만 여전히 쯔유는 일본의 여러 업체들이 만드는 쯔유가 좀 더 맛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본에 여행 갈 때마다 마트에 들러 종류 별로 사오는 편이다. 희석식 보다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쯔유로 판매되는 것이 더 맛있는데, 아무래도 해당 업체 역시 '자신 있으니까' 내놓는 것 아니겠는가.
집에서 소바를 만들어먹을 때 많이 고민되는 것 중 하나가 쪽파 대신 파를 넣을 것인가, 와사비 대신 겨자를 넣을 것인가인데.. 생각보다 이게 맛 차이가 무척 크다. 쪽파는 소바 말고는 써먹을 데가 없어서 주로 파를 넣는데 아무래도 파가 맛이 쪽파보다 세다보니 쯔유의 맛을 약간 변화시킨다. 그리고 가급적 와사비가 향이 좋고 약간의 매운 맛이 또 미각에 풍부한 느낌을 더하는 듯해서 좋은데 왜인지 항상 소바를 먹을 때는 와사비가 없거나 깜빡할 때가 많더라. 그래서 아예 전용 메모 앱에 < 소바 먹을 때 준비할 것 : 와사비,... > 라고 써두었지만 그래도 까먹는다.
요즘 더워서 소바를 자주 먹는다. 오늘도 먹으려고 했는데, 아 이런 생각해보니 소바 먹을 때 또 까먹는 게 있다. 얼음! 아침에 나오기 전 미리 얼음을 얼려 뒀어야 했는데 깜빡했네. 이것도 메모에 적어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