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파트 후보(2)

by 치의약사 PENBLADE



그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하다. 따라서 내가 앞으로 할 이야기들은 건강에 별 문제 없이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만약 건강에 관한 이같은 이야기들이 식상한 이야기, 뻔한 이야기로 보인다면, 그건 아마도 본인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니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살면서 내가 자꾸 남들과 뭔가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인생이 알 수 없는 답답함과 장애물에 막혀 있는 기분이 든다면, 그리고 그 원인을 알기 어렵다면, 어쩌면 그런 기분의 원인은 건강 문제일지도 모른다.


보건 분야에서 꽤 영향력이 있었던 사회학자 파슨스는 '환자 역할'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질병이 개인의 사회적 역할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즉 환자는 질병에서 치료 될 때까지 사회적 책임에서 면제되며 주변 사람들은 그가 빨리 질병에서 벗어나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것을 돕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만성 질환을 갖고 있거나, 진단받은 질환이 없어도 평소의 불건강한 행동들 때문에 몸이 계속 불편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은 사실상 환자나 다름 없지만 사회에서는 이들에게 정상인으로서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결국 이들은 몸도 힘들고 비난도 동시에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즉 건강한 사람만큼의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니 그에 따른 비난을 받으면서,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괴로운 상태에 있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고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문제가 되고 있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바로 여기에 속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지병이 있거나 평소 몸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몸과 마음의 건강은 인생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일지도 모른다.


내가 건강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이전까지 나의 주된 관심은 인간의 심리, 인생 철학,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 같은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건강하지 않은 몸에서 발생되는 끊임없는 고통이 자주 불행한 감정과 기분에 침잠하게 만들고, 그래서 그 해답이 외부 어딘가에 있다고 계속 믿었던 것 같다. 즉 심리학 연구자들 중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듯이 행복의 비밀이 어딘가에 있어 그것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과거 수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했듯이 더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삶의 지혜 같은 것이 따로 있다고 믿었다. 또한 세상엔 인간을 끊임없이 불안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들과 모순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해야 개개인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여행을 매우 좋아해서, 돌아보면 해외여행을 꽤 자주 다녔다. 그런데 여행을 다닐수록 묘한 이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여행 유튜브를 찍겠다 싶을 정도로 여행 유튜브가 흥하기 이전부터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현지 사람들과 교류도 많이 해보고 이런저런 액티비티들도 많이 했다. 하지만 여행을 할수록 현지에서 받은 느낌은 기대했던 것들과 늘 달랐다.


우선,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맛보거나 누리면서 즐거워하는 대상에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유명한 유적지, 건축, 미술관, 박물관에 가도 별다른 감흥도 없고, 무엇보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세련되게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들에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고급스러운 음식, 멋진 패션 브랜드, 화려한 공간도 별다른 흥미를 주지 못했다.


그보다는 조금 불편하고 덜 개발되어 있는 나라의 도시와 시골들을 하루종일 비오듯 땀을 흘리며 걷는다든가, 불편한 야간 버스와 야간 열차에 몸을 싣고 그 불편함을 느끼고 참고 견딘 후라든가, 입맛에 안맞아 하루종일 굶었을 때, 행선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하루 왠종일 걸어야 했을때, 여행지에서 만난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당황할 때 등등 불편하고 낯선 경험들이 결과적으로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주고 건강하지 않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몸이 불편하고 힘들수록 내 몸 속의 어떤 생의 감각이 깨워지면서 집중력이 살아나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기분 좋은 감정이 되살아나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여행에서 느끼는 일시적인 일탈적 즐거움 정도로만 치부했었다.


한편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불안, 우울, 짜증과 분노가 늘어났고 또래보다 몸이 더욱 힘들어지면서 문득 내가 갖고 있는 만성질환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했기에, 몸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소위 의지력, 노오력으로 뭐든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점점 잠도 잘 못자고 불안이 심해지다가 어느 순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몇 일을 완전히 굶게 되었는데, 이 때 갑자기 몸이 날아갈듯한 기분이 들면서 몸의 모든 불편함이 깔끔하게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단 하루도 굶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음식과 나의 불편한 몸과 마음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관련 짓게 되었다. 이 때 바로 그동안 다녔던 여행에서의 경험들이 생각났다. 단순히 여행 취향이 개발도상국이거나 낙후된 곳이었던 게 아니라, 단순히 그런 곳에서 불편하게 여행하는동안 식사도 자주 굶고 몸을 많이 움직였던 것이 그 당시 만족감을 주었던 가장 큰 이유 아니었을까?


그 후로 관련 공부를 하고 실천을 하면서, 결국 깨달았다. 내가 평생을 걸쳐 했던 수많은 고민들, 살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 상당부분이 건강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학술적인 의미에서의 건강과 조금 다를 수 있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들은 그동안 내가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알아낸 것들이다.


세상에는 건강하게 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수많은 연구 지식들과 사례들이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은 인구 집단의 관점에서는 통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도, 단 하나의 케이스인 '나' 에게 그 중 어떤 것이 최적화된 방법일까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답을 제시해줄 수 없다. 우선 그동안 생물, 의학, 건강 관련 과학 지식과 임상 케이스 연구들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개개인별 맞춤 건강 행태와 식단,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줄만큼 발전하진 못했으며, 무엇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무척 다르고 타고난 몸과 주어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론을 제시할 수 없다. 세상엔 도움을 줄 전문가도 많고 관련 지식도 많지만, 결국 그것들 중 자기에게 맞는 것을 골라 실천해보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은 온전히 자기만의 몫이다. 또한 지병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질환 관리까지 하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건강한 사람보다 이런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과정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건강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와 전문가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각자 실천해본 결과를 공유하면서 각자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뻔한 말이지만 자기 건강은 자기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서두에 말했듯, 앞으로 내가 할 이야기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극히 일부에게만 도움이 될 뿐,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별로 의미가 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난치성 지병을 앓고 있든, 어린 시절의 문제로 마음의 병을 갖고 있든,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 삶이 괴로워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그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매우 단순한 건강 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에서 각자에게 맞는 더 좋은 방법론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나의 글은 스스로 찾아야 할 최적의 건강 습관을 위한 단 한 명의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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