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과 마음 건강

by 치의약사 PEN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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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건강은 몸의 염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염증은 다른 질병과 따로 떼어내서 설명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 거의 모든 질병은 결국 몸을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들 중 일부의 염증을 통해 증상을 일으킨다. 다만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고, 염증이 일어나는 부위와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 질병의 이름이 다르게 붙을 뿐이다.


염증은 한마디로 우리 몸의 항상성을 해치는 외부의 자극이나 유해한 물질의 침입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반응이다. 물론 만성 염증이나 외부의 침입 없이 일어나는 자가 면역 질환, 세포의 미세 염증 등 이유를 알 수 없이 발생하는 염증도 많다. 염증에 대한 자세한 원리는 따로 설명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염증은 양면의 칼날을 갖고 있다. 우리 몸은 진화적으로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로봇이나 컴퓨터처럼 염증 반응이 잘못된 부분이나 외부의 침입물만 골라서 깔끔하게 해치우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우리 몸의 일부를 파괴하고, 어떤 원인에서든 염증이 필요 이상으로 발현될 경우 엉뚱한 조직들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실은 질병이 질병인 이유는 바로 이렇게 염증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학이 발전할수록, 과거에 우리 몸의 작동 원리와 기작을 복잡하게 설명했던 관점에서 벗어나 오히려 점점 더 단순한 모델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마치 세상에 수많은 다양한 생물과 미생물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쪼개보면 결국 원자라는 단위로 설명이 가능하고, 원자를 더 쪼개보면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 중성미자 등등 몇 개의 입자로 설명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물리학이 좀 더 발생하면 미래 어느 순간엔 이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단순한 어떤 실체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음의 건강 문제도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물론 불안, 우울을 비롯한 수많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들은 수도 없이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런 원인들이 결국 세포 수준과 분자적 수준에서 작용하는 근본 원리는 어쩌면 다른 몸의 질병과 같이 단순한 원리일 수 있다. 아직은 이에 대한 연구가 완전하지 않고 앞으로도 밝혀야 할 부분이 많지만, 대략적인 그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결국 모든 것의 근원인 물리학 자체가 궁극적인 원리로 갈수록 모든 것이 단순한 몇 가지 원리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는 결국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모든 문제가 염증을 매개로 일어나는 뇌신경세포의 손상 혹은 뇌신경세포의 이상반응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microglial 세포라는 일종의 면역세포 겸 관리세포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연구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다만 이와 관련된 연구들의 방향을 볼 때, 대략적으로 다음의 결론으로 가는 중이다. 즉 어떤 원인에서든 몸에서 자주 염증이 발생할 경우 뇌신경세포 주위에서 microglial cell 역시 자주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뇌신경세포의 연결 부위를 끊임없이 파괴하거나 뇌신경세포 자체를 파괴하고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만들어서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 물론 유전적으로나 기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뇌신경세포 자체 내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단백질만 자꾸 만든다든가 뇌신경세포 내부에서 스스로 미세염증이 끊임없이 발생해서 역시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치 결과가 나타난다.


여기서 '어떤 원인에서든'은 무척 다양하다. 선천적인 질병, 감염, 고혈압이나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병, 기질적인 정신질환 (조현병, 자폐, 치매 등), 어린 시절 혹은 산모의 몸 속에 있을때 받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자라면서 겪은 여러 인생의 충격적인 사건들 등..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인과관계나 정확한 메커니즘을 논하기엔 한계가 있다.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단순히 비만 뿐 아니라 염증 수치 자체가 불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동물 실험에서 어린시절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나중에 성장 후에도 감정과 인지기능,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기능을 하는 뇌의 전대상피질 부위에서 보통의 경우보다 microglial 세포가 더 많은 뇌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쉽게 우울증에 걸리게 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산모가 임신중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액 중에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cytokine들이 분비되어 이것이 태아의 뇌에 영향을 미쳐 불안, 자폐성향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들도 많다.


그런데 단순히 마음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염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현대 과학은 아직까지 개별 사람에 대한 염증 관리 방식에 대해서는 알아낸 바가 없다. CRP 라는 것을 측정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염증이 발생하는지 측정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몸 깊숙한 곳, 뇌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미세염증이나 만성염증 등을 알아내진 못한다. 사람마다 염증이 발생하는 민감도도 다르기 때문에 특히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자주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지만, 이것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대략적으로 경험이나 직감으로,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어느정도 짐작할 여지는 있다. 예를 들어 보통의 사람들보다 좀 더 예민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경우, 특별히 몸 전체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없거나 무리를 하지 않았어도 남들보다 같은 스트레스에 대해 뇌신경세포 손상이 더욱 자주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마음 건강의 문제를 염증 관리 문제로 단순화 해서 보는 것은, 이것이 정답이기 때문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여전히 뇌의 기전과 정신 질환의 기전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 중 우리가 당장 실천 가능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관리하기 좋게 만들기 위해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과학이 더 발전해서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더 정교하게 밝혀낼 미래까지 기다려야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타고나기를 뇌신경세포가 쉽게 손상되고 피로해진다 해도, 현재로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치료제도, 유전자 조작법도 없다. 자신이 생업으로 하고 있는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다고 해서, 자신의 집안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이 생긴다 해서 일과 집안 문제 모두를 외면하고 차단할 수도 없다. 어린 시절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가 임신 당시 큰 트라우마를 겪었다 해서 그 과거를 돌릴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인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현재의 우리 뇌신경세포에 물리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장 수시로 발생하고 있을지 모를 뇌 속 염증들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주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마음 건강의 문제를 염증의 문제로 단순화해서 보는 것이 유효한 의미를 갖는다.






< 참조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269606/

https://www.cell.com/neuron/fulltext/S0896-6273(21)00427-X

https://www.cell.com/trends/immunology/fulltext/S1471-4906(22)00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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