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저항성

by 치의약사 PEN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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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용 )


현대인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성인병엔 당뇨, 비만, 고지혈증, 지방간, 죽상동맥경화증, 심혈관 질환 등등이 있다. 그런데 이같은 질환은 엄밀히 말해 따로 분리해서 발병하는 질환이 아니며, 실은 질환 사이의 경계가 매우 모호할 뿐 아니라 동시에 발병하는 일도 많은 질환들이다. 더욱이 이 중 하나의 질환에 걸리면 다른 질환이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왜그럴까? 위와 같은 질환들은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와 표현 방식에 따라 진단명을 달리 붙였을 뿐, 사실은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발병하는 질환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발병 메커니즘의 중심에는 '인슐린 저항성' 이 있다.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등을 '대사성 질환' 이라고도 한다. 대사성 질환은 한마디로 우리 몸이 적당한 양의 음식을 먹도록 조절하는 기능, 입을 통해 몸에 들어온 음식에서 적당한 양의 영양분을 뽑아내고 남은 영양분을 적당히 저장하는 기능, 영양분에서 적당한 양의 에너지를 뽑아내 쓰는 기능 등등의 기능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질환이다. 한마디로 음식물을 먹고 이용하고 싸는 기능에 이상이 생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사성 질환은 과거 20세기중반 이전까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도 없는 질환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 시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양이 부족했고 굶는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단지 소수 귀족 계층과 부유한 계층에게만 문제가 되는 질환이었으며, 과거 기록으로 남아있던 풍자화에서 귀족과 부유한 계층을 심술궂은 배불뚝이로 그린 이유였기도 했다. 대사성질환은 결국 거의 모든 성인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중간 기착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중심 원리가 바로 '인슐린 저항성' 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 연구는 최근까지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인슐린 저항성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이외에도 최근 뇌에서의 인슐린 작용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뇌세포의 인슐린 저항성이 우울,불안, 나아가 조현병, 공황장애, PTSD, 치매 등등의 중증 정신질환과도 관련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인슐린이 혈당을 조절하는 정도의 역할로만 인식되었지만,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슐린의 역할이 우리 몸 전체의 생존과 건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다만 역시나 건강에 있어 초점은 당연히 인슐린이 아니라 행동 - 즉 식사 습관이 되어야 하며,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이해는 그 필요성을 인지하기 위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인슐린은 간단히 말해 우리 몸의 간, 근육, 지방조직등에서 에너지 분자인 포도당과 지방산을 적절히 이용하거나 저장하도록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주로 췌장의 beta 세포라는 곳에서 합성되며, 여기서 전신으로 배달된다. 뇌에는 BBB라는 특수한 막이 있어 직접 통과는 못하지만, 인슐린을 뇌에 배달하는 배달부가 따로 있다. 뇌의 인슐린 작용에 대해서는 뒤에서 따로 다루고, 먼저 인슐린의 주요 작용 부위인 간과 근육, 지방조직에서의 작용을 먼저 알아보겠다.


식사를 하면 소장에서 당분을 흡수해서 혈액으로 보내게 된다. 혈액 중 당분이 증가하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간, 근육, 지방조직 (복부 혹은 피부 밑) 에서 혈액 중 당분을 세포 안으로 밀어넣는다. 혈액에서 당분이 많아지니 간에서는 당분을 더이상 만들지 않으며, 간과 근육 모두 넘치는 당분을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글리코겐이라는 분자로 바꿔서 저장한다. 또한 간, 근육, 지방조직 모두 넘치는 당분을 지방으로 바꿔 저장한다. 이 역시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당분과 지방은 세포 내에서 적당량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서로 왔다갔다 변한다. 즉 당분이 많으면 우리 몸은 이걸 지방으로 바꿔 저장하고 당이 너무 없으면 지방을 분해해서 당분으로 만든다. (정확히는 글리세롤 + 지방산의 글리세롤 부분을 분해해서 당을 만들고 지방산은 케톤체로 - 여기서 케톤 식이가 나옴)


그러면 인슐린 저항성은 대체 무엇일까? 한마디로 너무 많은 당분과 지방을 오랫동안 섭취한 경우, 기질적인 이유나 유전적인 이유, 관련 기능을 하는 조직이나 기관이 망가진 경우 등등 여러 이유로 세포가 더이상 인슐린에 대해 제대로 반응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반응을 하지 않으니 우리 몸은 자꾸만 인슐린을 만들고, 췌장 세포는 계속 인슐린을 만들어야 하니 피로해서 자주 고장나고, 혈액 중에 당분과 지방산은 넘치는데 세포들이 이걸 제대로 이용을 못하니 뭘 먹어도 자꾸 힘이 없고 허기져서 더 먹게 되는 등 악순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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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저항성의 세포 내부에서의 작용 기전은 여러가지 가설이 있는데, 아마도 한 두가지가 아닌 여러가지 과정이 동시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Randle Cycle 가설에서는 근육 세포에서 지방산이 세포내로 과도하게 들어올 경우 미토콘드리아에서 이것이 Acetyl Coa를 과다 생성하는데, 이것이 당분을 축적시킨다. 이 설명이 부족해서 새로 등장한 가설이 Hexosamine biosynthesis pathway 가설인데, 여기서는 바로 이렇게 증가한 당분으로 인해 F-6-P 라는 산물이 증가하고, 이 중 5%가 Glucosamine-6-P라는 것을 만든다. 이게 증가하여 O-GlcNAcylation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인슐린 신호 전달 생화학 경로를 차단한다는 가설이다. 이 외에 간과 골격근에서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가설, 과잉의 지방산에서 만들어진 과잉 AcetylCoA가 DAG를 과도하게 생성해서 이것이 촉발하는 PKCε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가설도 있다. 지방산과 sphingosine이라는 분자가 세포내에서 ceramide라는 분자를 만드는데 이 분자는 세포막의 안정화와 신호전달에 관여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잉으로 만들어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는 가설도 있다. 그 외에 비만의 경우 간과 췌장 세포에서 단백질과 지질을 합성하는 소포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이상한 단백질을 만들어서 발생한다는 가설, 만성 염증시 백혈구가 분비하는 cytokine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킨다는 가설도 있다. 한마디로 단일한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겠다.


인슐린 저항성은 한편으로 몸의 세포가 과잉의 당분과 인슐린에 대한 적응적 반응으로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적응적 반응을 하려다 결국 실패해서 '이상한 상태' '고장난 상태' 가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은 기계와 달라서 일단 관련 기능이 고장이 나면 그 때부터는 수리도 어렵지만 일단 고장난 조직이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특징이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기계처럼 문제가 된 부분을 콕 집어서 수리할 수 있으면 참 좋은데, 문제는 고장났다는 것은 말 그대로 예측 못하게 제멋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리 몸의 간, 지방조직, 골격근, 뇌 등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그 때부터 각종 성인병으로 향한 직행버스를 타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대사질환, 동맥혈관죽종 형성(혈관을 서서히 막는 질환), 지방간, 당뇨, 불안과 우울 등 각종 정신질환, 심혈관 질환, 고지혈증 등 수많은 성인병을 일으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근육은 당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간에는 지방 과다 축적된다. 지방조직에서는 인슐린을 받아들이지 못해 지방이 계속 분해되어 혈중에 지방을 분해한 산물인 지방산이 마구 돌아다닌다. 그럼 지방 조직에서 지방이 분해되니 좋은 것 아닌가? 그게 아니라 그 지방산이 간으로 가서 이번에는 엉뚱하게 다시 지방으로 조립되어 간에 축적된다. 즉 인슐린 저항성 발생시 간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인슐린이 작용을 안하니 당분이 계속 합성되는 것까지는 맞는데, 원래대로라면 지방산에서 지방으로 조립되는 과정도 막혀야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지방산을 다시 지방으로 계속 조립해서 간에 축적시켜 결국 지방간을 일으키게 된다. 그 뿐 아니라 혈중으로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뭉친 VLDL을 계속 내보내 죽상경화증, 심혈관증, 고지혈증까지 일으키게 된다. 이 메커니즘은 현재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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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만약 출시와 함께 인슐린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뇌의 주요 부위에 수많은 인슐린 수용체가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인슐린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뇌에 다양한 기능을 관장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간, 근육, 지방조직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총에도 인슐린이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밝혀지면서, 자연히 인슐린 작용에 문제가 생긴 상태인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의식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뇌에서 인슐린은 대사 기능 조절 뿐 아니라 기분, 행동, 인지, 쾌감이나 즐거움 관련되어 영향을 미친다. 예전부터 당뇨 등 대사 질환 환자에게서 중증 불안, PTSD, 공황장애 등의 발병 비율이 높은 것이 보고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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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VN과 ARC 등 시상하부의 일부 기관에서 인슐린 수용체가 전신적인 혈당 조절에 관여하며 여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에너지대사 뿐 아니라 불안, 우울도 유발하는 연구가 있다. 이 부위의 신경세포들은 인슐린이 작용해 간에서의 포도당 합성, 전신 에너지 활용에도 관여하며 몸 전체의 에너지 밸런스와 식욕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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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는 신경세포의 시냅스 가소성과 신경 전달에 관여하는 Astrocyte라는 세포가 있다. 이 세포에도 인슐린이 작용해서 도파민 시냅스의 연결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상하부의 Astrocyte의 경우 혈중 당분 농도를 감지해서 전신 당분 농도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데 관여한다. 한편 microglia라는 뇌 면역세포 역시 해마에서 인슐린 신호를 받아 뇌세포의 염증 수준을 조절하며,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 내피세포 역시 인슐린 수송과 인슐린 신호 전달과 관련하여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비만약과 관련해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인슐린이 중뇌변연계의 VTA-NAc, 즉 우리 몸의 대표적인 쾌감 보상 중추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부위에서 인슐린은 식욕과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느낄 때 발생하는 기분과 감정, 느낌에 관여한다. 즉 맛있는 음식,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때 쾌감을 느끼는 부위가 바로 이 부위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 인슐린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슐린이 VTA 부위에서 식탐을 억제하는데, 이는 다시 말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이상할 정도로 식탐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NAc 부위에서 인슐린은 음식 섭취시 쾌감을 간접적으로 일으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식사에 의한 쾌감도 같이 줄어든다고 한다. 이 부분은 한마디로 말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분명 식탐은 증가하지만, 그래서 음식을 먹어봐야 이전보다 식사로 인한 쾌감도 같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형적인 음식 중독 증상이며, 음식 중독에 빠지면 마약처럼 더더욱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탐닉성이 증가하지만 정작 음식에 의한 쾌감은 덜 느끼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에 장내 미생물의 조성이 뇌 속 인슐린의 감응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즉 불건강한 음식이 장내 미생물 조성을 악화시켜 이것이 뇌의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뇌는 당분을 연료로 사용하지만 동시에 체내 콜레스테롤의 25%를 보유하는 기관이다. 뇌 신경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은 신경 전도를 빠르게 하는 myelin을 합성하고 신경세포 지질막 형성에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다. 한마디로 신경세포에서 신경 전달이 잘되려면, 그래서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콜레스테롤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인슐린은 당분을 콜레스테롤로 바꾸는 기능을 하는데, 이것은 곧 인슐린이 신경세포에 적절히 작용해야 신경세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뿐 아니라 인슐린은 뇌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ATP, 즉 에너지를 원활히 만드는 것을 촉진하는 기능도 있다. 그 외에도 뇌신경보호에 역할을 하는 IGF-1 수용체에도 인슐린이 일정부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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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뇌에서의 인슐린의 역할과 그 메커니즘은 간과 근육, 지방조직에서의 그것에 비해 정밀하게 알려진바가 많지 않다. 그만큼 뇌의 작용이 복잡하기도 하고, 다른 조직에 비해 연구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의 연구만으로도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대사성 질환 뿐 아니라 뇌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뇌 신경세포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할 경우 식욕을 증가시켜 식탐을 일으키지만 정작 식사로 인한 즐거움은 빼앗고, 뇌의 인지기능과 기억등 뇌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참조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831809/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090787/

https://www.cell.com/heliyon/fulltext/S2405-8440(22)03582-4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03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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