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용)
최근 먹는 행동을 둘러싼 뇌의 기능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나왔다. 이 글은 이에 대한 간단한 요약이다.
학창시절 우리는 혀를 부분부분 나눠서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을 느끼는 부위가 따로 있다고 배웠다. 신맛은 혀의 옆에, 단맛은 혀 끝부분이었고 쓴맛은 혀 뒤쪽이었나? 아무튼 그 후 그런 가설은 부정되었고 현재 맛은 혀와 입천장의 일부 상피조직에 있는 맛을 느끼는 세포 (taste receptor cell)에서 느끼는데 여기서 5개의 신경을 통해 뇌의 taste cortex로 전달된다. 이 5개는 각각 단맛, 쓴맛, 짠맛, 감칠맛, 신맛을 전달한다. 나중에 과학이 더 발전하면 이것 역시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여튼 지금까지의 결론은 그렇다.
여기서 현대인들의 건강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맛이 바로 '단맛' 신경 되겠다. 실제로 설탕이나 인공감미료 등 단맛은 비슷한 배고픈 상태에서 식욕을 더욱 촉진하며, 배가 부른 후에도 추가적인 쾌감을 느끼게 만들어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 는 착각을 느끼게 만든 주 원인이기도 하다. 아무튼 건강을 위해 식욕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세상에 넘쳐나는 맛난 음식의 유혹과 늘 싸워야 하는데, 최근 이와 관련된 연구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식욕, 그리고 먹는 행동과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이 나왔다. 그동안 식욕을 일으키는 신경계와 실제로 먹는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계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과연 먹는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 키 혹은 다이얼 같은 것이 존재할까?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이 연구는 그것을 밝힌 연구다.
우선 식욕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우리 뇌 속 중추를 초 간단하게 표현하면 위 그림과 같다. 시상하부에 ARC(궁상핵) 이라는 영역이 있는데 여기에 식욕에 영향을 미치는 AgRP neuron 집단과 POMC neuron 집단이 있다. 렙틴, 인슐린, 그렐린 등 식욕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이 이 신경들에 영향을 미치는데, 단순화 시켜 말하자면 AgRP가 자극되면 식욕을 촉진하고 POMC가 자극되면 식욕이 억제된다. 이 부위는 주로 배고플 때, 즉 위와 소장이 텅 비어 있을때 자극되는 생존 식사 욕구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부위라고 하겠다.
한편 우리 뇌에서 감정, 공포, 불안, 스트레스, 동기와 관련되어 판단과 반응을 일으키는 부위는 편도체인데, 이 편도체 부위에서 CEA(central amygdala) 부위 신경세포들은 외부의 자극이나 과거의 기억, 그 외 여러 정보를 모아 어떤 행동을 유발하게 만드는 출력 hub로 작동한다. 쉽게 말해 로봇에 컴퓨터가 있고 이 로봇이 어떻게 움직여야겠다 결정을 내릴때, 그런 결정을 내리기 위한 최종 판단을 컴퓨터에서 계산해서 내렸다면, 그 결과로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 좋겠는걸' 라는 결론값이 나오는 hub가 CEA라는 뜻이다. 음식에 있어서 이 부위 중 일부 영역에서 달콤하거나 지방이 있는 음식 등 에너지적으로 유리한 음식에 높은 가치를 매겨 '생각해보니 먹는 것이 좋겠는걸' 라는 결과값을 내보낸다. 이것은 Pdyn 이라는 내인성 행복호르몬(엔돌핀 등) 전구체를 만드는 부위로 알아볼 수 있다. 하여간 CEA의 특정 구역이 바로 단맛에 반응해서 '앞의 그 단 음식을 먹는 것이 좋겠는걸' 라는 결과값을 보내는 gateway로 작동한다. 이를테면 물을 먹을 때 이 부위를 자극하면 마치 단 음식을 먹은 것처럼 쥐가 물을 탐닉하고, 이 부위를 침묵시키면 단 음식을 갖다 줘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지방 등 다른 음식에 대한 탐닉은 이 부위와 상관 없기 때문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면 단 맛에 반응하는 이 CEA 부위는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 찾아보니 이것이 전뇌 심부에 있는 확장 편도체 영역인 bed nucleus of the stria-terminalis (BNST) 로 연결되었더라. 즉 CEA 부위에서 신호를 모아 BNST로 보내면, BNST에서 최종적으로 먹는 행동을 유발하는 식으로 섭식 행동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
1) CEA를 자극하면 음식이 없어도 - 즉 달달한 음식, 물 등 아무것도 없어도 자꾸 뭔가를 먹으려는 행동을 한다.
2) BNST만 자극하면 음식이 없는 경우 섭취행동 자체를 하지 않는다.
3) BNST기능을 차단했더니 음식이 있어도 섭취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한마디로 CEA가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식욕을 일으키지만 좀 더 직접적인 섭취 행동을 일으키는 부위, 즉 먹는 행동의 핵심 다이얼이 BNST 부위라는 의미다.
그리고 BNST에 또 어디가 연결되어있나 봤더니 역시나 시상하부의 ARC 속 AgRP, 즉 배고플 때 식욕을 돋우는 부위가 BNST에 신호 전달을 하도록 연결되어 있다더라. 즉 배고플 때 AgRP 역시 BNST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의미다.
현재 핫한 삭센다,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약도 아마 BNST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것과 관련 있지 않나 하고 저자는 궁금해했고, 그래서 위고비 성분(semaglutide)을 먹였더니 BNST 부위의 일부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눈 앞에 뭔가가 있으면, 특히 그게 달콤하고 고소한 음식이라면, 특별히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심지어 그 음식을 의식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있지도 않아도 그냥 손이 간다. 티비나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때, 책을 읽을때, 일을 할 때 그냥 놔둔 주전부리가 쌓이고 쌓여 비만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먹고 싶은 욕구와 먹는 행동은 물론 깊게 연결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작동 지점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계속 먹게될 수 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일단 먹을 것을 물리적으로 어딘가로 치워두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뇌와 싸워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