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없을때 밥을 먹으면 힘이 솟는다?

by 치의약사 PENBLADE

저항의 의미로 단식 투쟁을 하는 정치인들이 가끔 있다. 대개의 경우 한 1주일 남짓 하다 마는데, 과거 간디 시절이었으면 모를까 요즘처럼 영양이 넘치고 중년이 되면 뱃살을 비롯해 여기저기 내장지방이 그득하게 차는 현대 사회에는 단식만큼 건강 회복에 좋은 수단이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약 대신 하루 굶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말한 바 있고,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아플 때 먹는 것은 병을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양 섭취가 좋아지기 시작한 20세기 중후반부터 성인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인간은 주기적인 단식을 통해 뇌에 생기를 돌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과학 연구도 많다. 결국 정치인들의 1주일 단식은 달리 생각하면 그 어떤 약이나 운동으로도 도달하기 힘든, 최상의 건강 회복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잠깐이라도 굶어본 사람들은 이 말에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루만 굶어도 기운이 쪽 빠지고 주먹 쥘 힘도 사라질 수도 있다. 이틀 가까이 굶으면 어지럽거나 머리도 제대로 안돌아가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니 단식이 몸에 좋다는 말을 믿기가 어렵다. 게다가 그렇게 기운이 쪽 빠졌을 때 밥을 먹으면 금방 힘이 솟는다. 몸이 참 정직한 것 같기도 하다. 에너지가 없으면 힘이 빠지고 먹으면 바로 힘이 솟는걸 보면.


이는 착각이다. 우리 몸은 하루 이틀 굶는다고 비축해둔 에너지 원료를 모두 소모할만큼 저장고가 부실하지 않다. 1주 뿐 아니라 그 이상을 굶어도, 사람에 따라서는 3~4주를 굶어도 내부 장기에 아무 이상이 생기지 않을만큼 에너지는 충분하다. 물론 저장하기 어려운 수용성 비타민, 미네랄 등은 결핍증상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 이틀 굶었다고 기운이 쪽 빠지고 머리가 어지럽고 힘이 나지 않는 것은 별 상관이 없다.


우리 뇌는 늘 미래를 생각한다. 몸을 움직일 에너지는 주로 지방으로 저장하는데, 오랫동안 먹지 않아도 움직이기에 충분할 만큼의 지방이 늘 몸에 비축되어 있다. 그러다 갑자기 굶기 시작하면 뇌는 충격에 빠진다. '무슨 일 있나?' '먹이가 닿지 않는 어디 위험한 상황에 빠졌나?' 그래서 일단 기운을 빼둔다. 평소처럼 과도하게 움직이면 언제 비축한 에너지가 고갈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을 찾아다닐 기운은 있어야 하니 딱 그 정도만큼만 슬금슬금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머리 속을 온통 음식으로 채워서 어디 먹을 거 없나 찾아다니도록 만든다. 이 때 음식을 발견했다? 먹기도 전부터 그동안 아껴뒀던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 이유는 우선 눈 앞에 있는 음식을 열심히 먹어야 하고, 두 번째는 음식을 먹을때 각종 영양분을 잘게 쪼개서 흡수시키는데도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실상 음식을 먹는 동안엔 흡수되는 에너지보다 쓰는 에너지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굶어서 기운 없다 밥을 먹자마자 힘이 솟는 것은 그냥 뇌가 '투자할테니 마음껏 드시라' 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솟구치는 기운은 눈 앞의 음식 덕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너무 오래 굶어서 몸 안에 에너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엔 그래서 음식이 눈 앞에 있어도 별로 당기지 않을 수 있다. 직감적으로 바로 먹을 경우 소화를 못시킬 거라고 느끼는 거다. 투자금마저 없으니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봐야 힘만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오래 굶은 경우 링겔로 직접 혈관에 포도당을 투여해서 바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액체 형태로 흡수가 좋은 당분부터 섭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주일 단식한 정치인들이 병원에 실려간 것을 보면 참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딱 좋을 시기에, 몸 안의 과잉 지방을 다 태우고 뇌가 가장 활력 있을때, 마침 음식이 들어오면 금방 기운 차려서 몸 속에 쏙쏙 흡수할 수 있을 최상의 상태니까. 혹시 갑자기 전에 없이 몸이 건강해지고 머리 속에서 꽉 막혀 있던 강박관념이 산산조각 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놀래서 검사를 받으러 간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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