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자신에게 맞는 길 (feat. 최강록)

by 치의약사 PENBLADE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 에 등장한 최강록 셰프가 유튜브 여기저기에 출연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 시즌1에 출연했을때 어딘가 어눌한 말, 다른 사람들의 주목과 시선을 피하는 모습으로 사회성 부족한 사람인가? 싶은 부정적인 인상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최강록에게선 말로 얼른 설명하기 힘든 매력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2에 출연한 후 그 매력의 정체는 뚜렷해졌다. 40대 후반을 달려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소년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려 애쓰지 않고 자기와 맞지 않는 것들은 멀리하고 그저 자연스럽게 자기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삶의 태도. 이것은 나이를 떠나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인물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시대나 2030들은 그 시대의 흐름을 금새 눈치채고 잘 따르는 경향이 있다. 젊어서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나가 각자의 길로 흩어지기 전 가장 활발하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열린 마음으로 모든 변화의 기류를 흡수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인 측면도 크다.


그런데 최근의 2030들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말들이 있다. 극단적으로 낮은 결혼과 출산율,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나 목표지향적인 태도가 부족하다는 말, 조직 생활에 적응을 못한다든가 나이 들어도 부모에 대한 의존율이 높다는 말 등등. 과거 세대가 2030시절 가졌던 커다란 꿈도 없어 보이고, 인생에서 크게 기대하는 것도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말도 있다. 이런 모습들은 한편으로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제야 비로소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꼭 맞는 삶을 찾아가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는 시대가 왔다고 볼 여지가 크다.


과거 한국사회는 어딘가 너무 과했다. 성장만을 쫓아 사느라 개인들은 자신의 성격이나 적성, 타고난 기질과 환경을 무시한 채 오로지 사회의 주류, 즉 성장만을 외치는 조직들의 룰을 따르고 그들의 가치관만을 지나치게 내면화하며 살았다. 남자와 여자 모두 20대가 넘어가기 전, 최소한 30대 초반까지는 짝을 찾아 자식을 가져야 하고, 남녀 모두 가족의 안녕을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할 준비를 가져야 비로소 어른 대접을 받았으며, 나이 들어서까지 결혼 출산을 하지 않거나 소위 돈 많이 버는 직장을 갖지 않으면 철이 없다든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직장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은 그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남자는 인생에서 더 많은 자산 축적과 명예 혹은 자리를 갖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아야 한다, 여자는 자식들을 잘 키워야 한다 등등 처음부터 정해진 삶의 목표들이 개인에게 강요와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과거 2030들은 성공한 4050들을 롤모델로 삼곤 했다. 저 나이가 되어 저 자리에 오르려면, 저 정도의 자산이나 명예를 갖추려면 지금을 희생해서 조직에 몸을 갈아넣고 일에 모든 노력과 열정,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때는 그만큼 노력을 하면 장래에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거란 기대도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다만 그 시절에도 그 중 소수만 그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보상과 거리가 먼 타입이거나 그런 보상을 별로 원치 않는 사람들은 그렇게 닥달하는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그 길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야 했다. 그 속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거나 조직 생활에 적응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사회성을 키우고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고 조직 생활을 잘하기 위한 자기계발 노력에 온 힘을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지금의 2030들은 다르다. 거창한 꿈을 위해 자신의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미래의 불확실한 보상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거부한다. 우선 SNS나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과거엔 막막했던 세상의 수많은 직업들이 어떤 모습인지 훤히 들여다 보이고,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 역시 클릭 몇 번으로 금방 들여다보이게 되었다. 또한 세대간 그리고 세대내 빈부격차가 급격히 커지면서 알게 모르게 사회 계층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전반적인 성장이 정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현재를 희생하면서까지 노력을 할 유인동기가 통째로 사라진 측면도 크다. 하지만 2030들은 그런 현실에 분노하고 어떻게든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시대 흐름에 맞춰 자기 삶에 만족하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기 시작했다.


더이상 2030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굳이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마음이 향하는대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은 추구하고 싫어하거나 가치관이 맞지 않는 쪽은 굳이 보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에게 잘 맞는 것들을 무리하지 않고 잘 찾아가다보니 누구는 결혼 출산을 미루게 되고 누구는 남들이 부러워하지만 자기에게 맞지 않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누구는 주변에서 보기에 별로 미래성이 없어도 자신이 즐겁다고 믿는 일들을 찾아 하고 있다. 과거보다 성장 가능성이 제한된 경제 구조, AI와 로봇으로 인한 기술 변화가 분명 개인의 경제적 기회에 제약을 가하고 미래를 위협하는 측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많은 2030들이 좀 더 성숙한 태도로 자기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최강록은 오히려 그의 나이대보다 지금의 2030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방송에서 자꾸 말을 시켜도 굳이 못하는 말을 오버해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피한다. 애초에 겸손한 태도를 타고났지만 굳이 자신을 포장하거나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그저 자기 직감과 자기 마음을 믿고 묵묵히 간다. 그가 40대 후반이 되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았던 것은, 그동안의 한국 사회가 그와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최강록이란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길을 과하지 않게 묵묵히 걸어오며 실력을 쌓아오다 결국 시대 흐름과 우연히 잘 맞아서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되어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시대나 길게 보면 그 이전의 시대보다 더 나은 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사회는 완전히 선형적이진 않겠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성숙해왔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암울하고 어둡게 보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보려면 또 얼마든지 과거보다 더 나은 모습들을 찾을 수 있다. '나'라는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나의 나이가 어떻든, 어떤 상황 어떤 세대에 속해 있든 상관 없이 나는 결국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 속에 홀로 떠다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이전에 내가 어떻게 살았든, 내 앞 세대가 어떻게 살았고 지금 나보다 훌쩍 나이가 많은 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든 그 모든 것은 나의 현재나 미래가 아니다. 지금의 시대 변화는 세대와 상관없이 전 세대에 걸쳐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과거와 달리 개인에게 무한한 기능과 날개를 추가로 달아줄 AI와 로봇을 비롯한 여러가지 기술 발전 덕분이다.


AI와 로봇 발전으로 점점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고, 앞으로 수많은 직업들이 대체될 거란 공포스러운 말들이 요즘 많이 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제 개인은 의지와 뚜렷한 자기만의 목표만 있으면 AI든 로봇이든 동원해서 얼마든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계획했던 것들을 실행하고 성취해낼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상품과 서비스는 점점 더 개개인의 본질적인 욕망과 의지, 가치관을 공략한 맞춤형으로 제작될텐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오직 기계가 아닌 인간만이 알아낼 수 있다.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이 개인의 욕망, 의지, 가치관은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의 속에서 더욱 강하게 피어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억지로, 노력으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을 탐하고 과도한 책임감을 지고 자신의 취향과 적성을 부정하면서까지 무리해서는 그 에너지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AI와 로봇 시대가 다가올수록 우리 인간은 가장 본질적인 나로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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