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01. 아직 크는 중입니다.

by 리연

한층 여유를 예상했던 작년에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계획했던 일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 영향으로 올해까지도 그다지 여유롭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작년에 무기력하게 있었던 시간이 아쉬워서 올해는 무리해서 계획들을 실행시켜 보려고 한다.


내일모레 서른을 앞두고 나를 뒤돌아 봤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에 하고 싶은 것투성이 인 것을 보니 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럼 뭐 어때? 남들보다 어리게 살면 뭐 어때. 천년만년 청춘에 살면 어때. 그렇게 나는 내 삶을 오로지 내 색으로만 가득 채울 수 있게 될 텐데. 그거야말로 완벽한 삶이잖아. 너무 환상적이야.




그래서, 올해는 학사를 하나 더 취득하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그렇게 치열하게 졸업을 해놓고, 다시 학교를 간다고? 차라리 대학원을 가라는 친구들의 말에 조금 부끄러워져서 다른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했다.

그렇지만, 나 스스로 전부 알아보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고 비용도 시간도 오로지 내 계획안에서 내 힘으로 해내는 것은 처음인걸. 알고 보면 사실 별거 아닌데, 그래도 나에게는 홀로 내딛는 첫 발걸음이고 나의 새로운 도전이 나는 너무 기쁘다.


단순하게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학교에 다시 온 것은 아니다. 다음에 내가 내딛을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 결정을 못해서. 일단은 발판하나를 미리 깔아 두는 것이다. 내 발걸음이 어디로 갈지 기대하면서 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는 게 너무 즐겁다.


첫 번째 학교는 너무너무 작아서 캠퍼스라고 하기도 민망했는데, 여기는 학교 안에 도서관도 너무 크고 건물마다 카페가 하나씩은 있는 것 같고 편의점도 많다. 주말이면 학교 정원에 가족단위로 산책을 나오고 운동장마다 체육관마다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고, 계절이 지나는 게 눈에 띄게 보인다.

전에는 학교에서 산책하면 10분이면 끝났는데, 여기는 둘러볼 곳이 너무 많아서 30분도 거뜬히 넘겼다. 실기 위주의 수업에서 지금은 이론위주의 수업을 들어야 해서 안 하던 공부를 하니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걸 다 견딜 만큼 지금 설렘이 너무 크다.




올해 나에게 새로운 것은 학교뿐만이 아니다. 나의 새로운 시작들이 늘 어여쁠 수 있도록 오래 보고 보듬어 주고 계속 관심을 줘야지.

잘 자라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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