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dust

봄의 부정

by Reynard


추운 겨울을 이겨낸 사람들에게 마침내 찾아온 따스한 봄결을 질투하는 것은 꽃샘추위뿐만이 아니다.

상춘객들을 시기하는데 여념이 없는 황사는 그렇게 봄을 부정하며, 우리를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횡포를 부린다.

더욱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황사는 항상 비가 오고 난 뒤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몸도, 기분도 찌뿌둥하길래 외출하기 귀찮아 기껏 약속을 미뤄놨더니 고작 반기는 게 황사라니 말 다했다.


황사란


제공 Warner Bros.

황사는 '누런 모래'라는 뜻으로, 우리에게는 중국 내륙 또는 몽골에서부터 발원한 모래바람으로 익숙하다.

황사가 찾아오면 일반적으로 미세먼지가 좋지 않을 때의 상황 또는 분위기와 묘하게 다르다.

미세먼지가 좋지 않을 때는 잿빛의 느낌이라면, 황사가 유입되었을 때는 누런빛을 띤다.


다소 애매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에어코리아 홈페이지를 한번 들어가 보자.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질이 좋지 않을 때는 초미세먼지라고 불리는 PM2.5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황사로 인한 경우에는 미세먼지라고 불리는 PM10 농도가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5와 10을 구분하는 기준은 입자 크기인데, 초미세먼지보다 입자의 크기가 큰 황사의 경우 10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황사가 유입될 경우 우리가 평소 미세먼지 농도를 참고하는 주 척도인 PM2.5 농도는 '좋음' 또는 '보통' 단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자는 '황사라며! 미세먼지 농도는 안 나쁜데?'라며 헷갈리기 충분하다.

물론, 극심한 황사일 경우에는 PM2.5 농도 또한 무사하지 못한다.


황사 발원 위치 및 조건


황사는 보통 고원이나 사막같이 습기가 거의 없는 건조한 곳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의 발원지는














대표적으로 고비사막,
















제공 Wikipedia






내몽골고원,


















제공 서울경제





중국북동지역이다.
















겨울철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가 점차 기온이 올라가면서 녹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흙 속에 존재했던 습기가 증발하여 땅이 매우 건조해진다.

안 그래도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의 특성상 땅이건, 하늘이건 모두 메마른 상태가 되는 것이다.

땅에서 이는 먼지를 잡아줄 수분이 전무한 상태에서, 모래들은 정처 없이 방황하는 그런 시기가 바로 고비사막, 내몽골고원, 중국북동지역의 봄철이다.


발원지에서 국내로의 여정


그렇다면 고향에서 누구 하나 눈길 주지 않는 떠돌이 모래들이 어떻게 하다가 우리나라까지 떠밀려 오게 되는 것일까.


바로 대기의 흐름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바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욱 직접적으로 황사를 우리나라에 내리꽂아주는 흐름이 대기에 존재한다.


시선의 범위를 조금 넓게,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봐야 할 차례이다.


우리의 대기는 수평적으로도 움직이지만, 연직적으로도 움직인다.

모래가 부유하고 있는 고원과 사막의 바로 위 대기 중하층에서 상승기류(저기압)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롭게 지면에 떠다니는 모래들이 일정하게 기류와 함께 상승하게 된다. 중층고도에서 상승기류가 강하게 발달할 경우에는 이 작용이 더욱 촉진된다.


대기의 중상층까지 떠오른 모래들은 중상층 고도에서 부는 서풍(서쪽에서 동풍으로 부는 바람)의 흐름을 타고 동쪽으로 점차 떠밀려온다.


그러다가 한반도 서쪽에 발달한 하강기류를 만나게 되면, 중상층에 떠있던 모래들이 한반도 주변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다.


왜 하필 한반도 서쪽에 하강기류가 발달하는 것일까. 참고로 하강기류가 발생한다는 것은, 곧 지상 고기압의 접근을 의미한다.

사실 '한반도 서쪽에 하강기류가 발달한다'라고 말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저기압이 통과하고 난 후에는 고기압이 자리 잡는다'라는 말로 고쳐보자.

저기압으로 인해 한바탕 비가 오고 난 후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하늘이 맑게 개는 것은 지구 대기 형성 이래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통이자 자연의 이치이다.

모래먼지를 부유시키는 저기압과 그 뒤에 모래먼지를 가라앉히는 고기압의 대기 흐름이 각각 황사의 발원지와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하필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렇다면 한반도보다 더 동쪽으로 떨어져 있는 열도의 경우에는 어떨까? 일본 열도는 황사의 발원지와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황사를 몰고 오는 기압계 배치와 어긋나면서 황사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정도면 한반도에게 봄철 황사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황사의 소산


황사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는 바람, 두 번째는 비. 역시 궁극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바람이 강할수록 한반도에 머무는 황사의 체류 시간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비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를 씻어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도 확실하지만, 애매하게 오는 비는 최악이며 차라리 안 오는 게 낫다. 대기를 씻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지표의 먼지들까지 부유시키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흙이 덮인 벤치 위에 물을 어정쩡하게 조금 뿌려 오히려 진흙탕을 만들어버리는 셈이다.


황사 대비 요령




a. 실내로 황사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b.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



c. 집에 돌아왔을 때는 손과 발을 깨끗이 씻기.



d. 황사 종료 후에는 충분한 환기 및 청소하기.



e. 황사에 노출된 식품이나 물건은 씻어서 먹거나 사용하기.






웬만한 자연재해는 사람에게는 이로울 게 없지만, 그래도 자연적 순환에 기여하는 바가 하나라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황사는 자연에게도 쓸모없는 재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제공 Warner Bros.

지구의 훗날 모습을 소재로 하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모래폭풍이 닥치지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아 한다. 지금 우리가 황사를 마주했을 때처럼 말이다.


늘 매일에 안주하다 보면 그게 곧 일상이 되면서 상황에 둔감해진 채 모두가 장님이 된 듯 앞을 내다보기를 포기한다. 오늘의 브런치를 작성하면서 생각해 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지만 과연 언제까지, 어떤 환경에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회환의 관용을 베풀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마다 그러함을 인지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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