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
고기압권역에서는 저기압과 다르게 날씨가 좋기 때문에 보통 환영받기 일쑤다.
맑고 청명한 하늘, 파란 하늘에 펼쳐진 멋진 새털구름 또는 귀여운 뭉게구름들.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당장이라도 여행.. 아니, 그냥 집 앞이어도 괜찮다.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고기압 지역에서는 날씨가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챕터투에서 저기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해하기 훨씬 수월하다.
고기압은 저기압과 달리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수명이 길지 않은 이동성 고기압.
두 번째는 계절에 따라 세기의 정도변화만 있을 뿐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기단.
이동성 고기압은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은 곳으로 보통 저기압의 반대라고 볼 수 있다. 기압이 낮은 곳이 있다는 것은 높은 곳도 있다는 것이니, 필연적인 존재인 것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고기압은 저기압과 반대되는 개념이기에 챕터투에서 이야기했던 원리의 반대로 간단하게 이끌어내 보자.
지상고기압은 공기를 과하게 가지고 있으므로, 옆 동네 지상저기압에게 일부를 나눠준다. 하지만 지상고기압 위쪽의 상층부는 지상고기압이 마냥 공기를 저기압에게 뺏기는 줄로만 알고, 아래쪽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준다.
상층에 있던 공기가 하층으로 내려가면 공기의 온도가 올라간다.
보통 지구의 대기는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공기의 밀도가 작아지면서 공기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적 넓이가 넓어진다.
이렇게 여유롭게 있었던 공기들이 막상 하층으로 내려와 보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지고 공기들 간 서로 부딪히는 일도 잦아진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
그럴 리 없지만 당신은 사람이 별로 없는 1호칸에 있다가, 붐비는 2호칸으로 옮겨 탔을 때 어떠한가? 없던 신경들이 곤두서고 여기저기 치대는 사람들로 인해 기분이 좋지 않고, 슬슬 열이 받는다.
그렇게 공기들의 온도는 점차 올라간다.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방울들은 수증기가 된다.
포트에 물을 끓일 때, 입구 쪽을 보면 우리는 김이라는 수증기들을 볼 수 있다. 물이 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원을 끄지 않는다면 포트에 있는 물들은 모두 말라버릴 테고, 결국 포트는 고장 나게 될 것이다.
구름을 구성하는 물방울들이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과정을 통해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증발되어 수증기의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고기압 내에서 구름이 형성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구름은 곧 수증기와 물방울이니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는 그만큼 고기압의 세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기단은 특정 지역에서 동일한 성질의 공기들이 모여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기단 형성의 가장 큰 조건은 공기들이 정체되어야 한다는 점이기에, 정적인 고기압은 기단을 형성하는데 아주 유리하다.
저기압은 기단 형성에 있어 규모가 작고 순환이 비교적 빠르기 때문에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는 반면, 고기압은 조건만 맞으면 오랜 시간 동안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저기압은 치타, 퓨마 같은 느낌이고, 고기압은 매머드, 코끼리 같은 느낌이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저기압은 고기압을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보통은 피해 가기 마련이다.
기단은 보통 드넓은 평원이나 대양에서 발달한다.
넓은 대지나 대양의 규모는 되어야 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규모로는 택도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에 따라 다양한 기단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사실 앞뒤가 바뀌었다.
어떤 기단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계절이 바뀌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기단 중 하나이다. 이름에서도 티가 나듯이 시베리아에서 발원한 공기 집합체이다. 이러한 발원지 특성에 따라 차갑고, 건조한 공기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시베리아 기단이 확장한다는 것은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여름철 푹푹 찌는 더위의 원인이 되는 기단이다. 이 기단이 덥고, 습한 이유는 역시 발원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위도 대륙에서 발원한 시베리아 기단과는 달리 저위도 대양에서 발달하기 때문에 온도가 높고, 습할 수밖에 없다.
만약, 북태평양 기단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7~8월 무더위는 없었을 것이다. 대신, 태풍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챕터투에서 언급했듯이 태풍도 엄연한 저기압이기 때문에 대양에서 발달한 큰 규모의 북태평양 고기압을 함부로 뚫어버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노린다.
우리나라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태풍 빈도가 낮은 이유는 바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반도는 북태평양 고기압 중심권역에 가까이 위치하면서 태풍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다.
8월 중후반부터는 점차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한반도는 자연스럽게 태풍이 선택한 경로인 북태평양 가장자리에 위치함에 따라 내습이 잦아지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무더위 덕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태풍을 피하기 위해 마주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숙명인 것 같다.
역시 자연은 공평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태평양 고기압 시스템에 변화가 생긴다면, 태풍은 시기를 막론하고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
이외에도 오호츠크해기단과 적도기단이 존재하지만, 설명한 두 기단에 비해 세력이 일시적이거나 비중이 작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서로 맞닿아있는 곳이 있다.
하늘아래 무수히 많은 지점이 있겠지만, 몇몇 공기들이 잠시 떨어져 있던 친구를 맞이할 설렘에 벅차오른 마음을 우리에게 감추지 못하고 티를 내는 그곳.
공기들의 피날레, 무지개가 펼쳐진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생각한다.
자연만큼 순수한 것 또한 없다.
우리가 무지개를 바라보았을 때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설렘은
바로 서로 다른 기압에서 마주한 공기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은 아닐런지.
공기들은 항상 고기압과 저기압이라는 마치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틀 안에 존재하지만, 확실한건 공기 하나하나의 본질만큼은 어디에 있든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니까, 분명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