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겨울의 신호탄

by Reynard


예고 없이 찾아오는 눈 오는 바깥 풍경을 마주했을 때

누군가는 동심을,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찰나의 여유를 느끼곤 한다.

눈의 가장 큰 매력은 겨울에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늘 '한정판'에 열광하기 마련이니까 눈은 자연 속의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이젠 겨울이라고 해서 매번 눈이 오는 것만은 아닌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더 홀리게 만들려는 욕심인 건지, 심보인 건지 도통 눈 소식은 함흥차사. 우리에게 줄기차게 찾아오는 건 한파와 미세먼지뿐이다.


눈이란



단순히 말하자면 눈은 액체 상태인 비가 얼어붙어 고체의 형태를 띠는 강수입자를 말한다.

얼어붙는다는 기준은 0도이기에 기온이 영상일 경우 강'우'가 발생되며, 영하일 경우 강'설'이 발생한다.


하지만 분명 대기 어느 지점은 0.1도인 곳도, 0.5도인 곳도 있기 마련일 텐데 이런 식이면 칼같이 0도 이상이면 무조건 비이고, 0도 이하면 무조건 눈이라는 것이 당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애매한 지점에서는 대기 상층부의 온도와 하층부의 온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따라 눈과 비 중 어느 형태가 우세한 지 결정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를 정확히 집어내기엔 변수가 너무 다양하다.


경험적으로 보통 지상기온 기준 1~3도 사이일 경우 제일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대체로 눈과 비가 섞인 진눈깨비일 확률이 크지만, 이 또한 찬 공기가 유입되기 시작하는 초겨울일 경우에는 비가 더 우세하고, 찬 공기가 충분히 머물고 있는 늦겨울일 때는 눈이 우세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눈 구름



눈이 만들어지는 기본 원리는 흔히 빙정설이란 것으로 설명되곤 한다.


빙정설이란 큰 구름 안에서 발생하는 강수발생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이다. 높은 구름 안에서는 고도별 기온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기온층이 분포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각 층별로 구름을 이루고 있는 강수입자의 형태가 다르다.


대게 기온이 낮은 상층부에서는 얼음입자로,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층부에서는 물방울입자로 구성되는데, 이 구름 속에서도 반드시 애매한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얼음입자와 물방울이 공존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구름 상층부의 얼음입자만 있는 곳에서는 역학적인 다른 조건이 개입되지 않는 이상 강수입자가 성장하지 못하므로 존재만 할 뿐 구름아래로 떨어져 직접적인 강수로 이루어지지 못하는데, 이 중간층에서는 얼음을 성장케 하여 무겁게 만들어 낙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있다.


언 것도 아닌,

얼지 않은 것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물방울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 물방울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얼음입자에 달라붙어 얼음입자를 크게 크게 만들고, 그 얼음입자가 더 이상 중력을 거스를 수 없을 때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때 아까 말했던 것처럼 구름에서부터 지상까지의 기온이 영하에 가깝다면 눈이 되는 것이고, 지상기온이 현저히 높다면 눈이 떨어지면서 녹아버려 비가 되는 것이다. 그 사이 어디쯤이라면 진눈깨비로 내리는 것.


서해안, 강원영동, 제주도


위의 세 지역은 눈이 오기만 하면 중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폭설지역이다.


우선 서해안과 제주도를 함께 묶을 수 있고, 강원영동을 구분할 수 있다.

서해안과 제주도에 대설을 유발하는 용의자(?)는 2가지로 특정할 수 있다.


첫 번째 용의자는 서해, 두 번째 용의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다.


한반도 북서쪽 시베리아~중국내륙으로 넓게 자리 잡고 있는 고기압이 시베리아 고기압이다. (출처 : 기상청)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콜라보레이션은 서해의 해수온도가 높을수록, 시베리아 고기압의 공기온도가 낮을수록 시너지를 보인다.


서해상에 눈 구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습도와 대기불안정 두 가지가 필요한데,

평정을 이루고 있던 서해바다 위로 평소보다 매우 낮은 찬 공기가 지나가면 바다와 공기 사이에 불안정을 일으킨다.

불안정을 일으키는 주 원인은 대류현상이다.

따뜻한 바다 위로 찬 공기가 지나갈 때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려고 애를 쓰고, 따뜻한 바다 쪽의 공기들은 위로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천장에 있는 것과 온돌이 바닥에 깔려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 와중에 해양의 대기는 늘 습한 관계로, 강수가 만들어지기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상태가 길면 길어질수록 구름 속에 만들어지는 눈의 양은 어마어마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눈구름이 겨울철 국지풍인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 서쪽 최전방라인인 서해안과 제주도에 계속해서 유입되는 것이다.


이를 '호수효과'라고 일컫는다.


북서쪽에서 확장하는 시베리아 고기압으로 인해 서해, 남해, 동해상에 호수효과가 발생해 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출처 : 기상청)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충남서해안, 전라서해안, 제주도이다. 경기서해안은 황해도가 위치한 옹진반도가 전방전선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단편적인 강수 형태만으로는 대설로 이어지기 어렵고, 복합적인 상관관계가 이루어질 때 서울과 경기남부지역에도 폭설이 내릴 수 있다.


Q. 그럼 언제까지?
A. 해수온도와 시베리아 고기압 간 공기 온도가 어느 정도 평형을 이룰 때까지!


아무리 짧아도 하루정도는 지속되며, 연달아 시베리아 고기압의 찬 공기가 계속 유입되는 경우에는 중간중간 반나절정도의 소강 시간을 갖으면서 수 일 간 지속되기도 한다.


강설의 끝자락에서는 점차 구름 유입 간격이 띄엄띄엄 넓어지게 되고, 해가 잠깐 나는 듯하면서도 갑자기 어두워지며 눈이 내리는 것을 반복하다 결국 그친다.


이러한 강설의 형태는 충청내륙지역과 전라내륙지역까지는 도달하지만, 그 이상 동쪽으로까지는 발생 에너지원(충분한 습도와 찬 공기유입으로 인한 대기 불안정 간 콜라보)을 잃어버려 소산 되어 버린다.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눈구름은 보통 고도가 낮은 하층운인데, 전라도와 경상도사이에 소백산맥이 있어 눈구름들이 대부분 가로막혀 경상도 진입이 어렵다.

경북은 그나마 북서풍이 세게 불면 눈구름이 종종 들어가지만, 경남은 어지간한 북서풍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겨울철 한두번 정도 기압골이 동반된 강한 북서풍이 몰아칠때가 있는데 그때 눈을 조금 볼 수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경상도에, 특히 우리나라 남동해안 쪽에서 좀처럼 눈 내리는 광경을 볼 수 없는 배경 중 하나인 셈.


다음으로 강원영동 대설 유발 원인은 전에 작성했던 푄현상에 있다.


동해북부해상에 시베리아에서 발원한 고기압이 자리 잡게 되면 강원영동에 동풍이 불게 되는데 이러한 동풍은 태백산맥에 부딪혀 강수구름을 형성하게 되고,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눈으로 내리게 되어 폭설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서해안과 제주도에 폭설을 유발하는 호수효과까지 가세되면, 그 에너지는 더욱 강력해진다.


강원 동해안 지역을 따라 구름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 기상청)


보통 강원영동 대설은 늦겨울~초봄까지 이어지는데, '3월 강원영동 폭설' 또는 '때아닌 4월에 폭설'이라는 뉴스 헤드라인을 종종 봤을 것이다. 그 이유가 주로 이 때문이고, 겨울철 눈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다 놓쳐버려 아쉬운 사람들은 이때 강원 산간지역을 가면 독보적인 눈 구경을 할 수 있다. 산간지역이라 기온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아서 눈이 잘 녹지도 않는다.


겨울철 대관령 삼양라운드힐의 설경 (출처 : 삼양라운드힐)


참고로 제주도 중산간 이상의 지역에서는 이 두 가지의 형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한라산 정상부에는 이러한 형태의 눈이 오기만 하면 50cm는 기본이다. 러시아, 캐나다, 북유럽에 살았던 사람 말고는 차원이 다른 곳이니 제설 전까지는 아쉬워도 말고, 엄두도 내지 말자.


대설주의보와 대설경보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폭설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고자, 대설특보를 운영하고 있는데 강설 강도에 따라 대설주의보와 대설경보로 나뉜다.


대설주의보는 앞으로 24시간 동안 새롭게 내려 쌓일 눈의 양이 5cm 이상 예상 될 때이고,

대설경보는 앞으로 24시간 동안 새롭게 내려 쌓일 눈의 양이 20cm 이상(산간지역의 경우 30cm 이상) 예상될 때이다.


대설특보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될 때는 발효시점 이전에 예비특보를 발령하여 사전고지를 해주니, 필요한 경우 주의를 기울이자.


참고로 눈과 관련된 몇 가지 용어를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다.


적설 vs 신적설

적설(량)은 현재까지 해당지역에 눈이 얼마큼 쌓여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이 경우 눈이 그친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다면 계속해서 적설이 있는 상태로 표시된다.

신적설은 특정 시간 동안 새롭게 내린 눈의 양을 말한다. 시간당 내린 눈의 양이 궁금할 때 참고 할 수 있다.


예상 강수량 vs 예상 적설

현재 기상청은 눈 예보 시 예상 강수량과 예상 적설을 함께 예보한다.

예상 강수량은 내린 비의 양을 말하는데, 눈으로 내릴 경우에는 눈을 녹였을 때의 물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 적설은 눈이 내려 쌓일 양을 말한다.

당신은 둘 중 예상 적설을 위주로 참고하면 된다. 원하는 뉘앙스의 정보가 될 것이다.


폭설 시 대처 요령



a. 외출을 자제한다.

b. 집 앞 쌓인 눈은 제때 치운다. 빗자루로 감당할 수 있을 때 쓸자. 굳어버리면 얼음덩어리.

c. 불가피한 출퇴근은 평소보다 일찍 하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d. 불가피한 차량이동 시 스노우체인, 염화칼슘, 삽 등 차량용 안전장비를 동승시키고, 교량, 커브, 상습결빙구간 등 위험구간은 곧 어린이보호구역.

e. 차량 이동 중 고립 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체온 유지이다. 신고 후 구조자가 도착할 때까지 잘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밝은 색의 물건으로 멀리서도 차량위치가 잘 보일 수 있도록 표시해 두자.

f. 눈의 무게는 상당하다.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지붕이나 시설물들은 특별히 신경 써서 사전에 보강작업을 마쳐야 한다.

g. 앞서 말한 서해안, 강원영동, 제주도와 같은 겨울왕국 중에서도 특히 고립될만한 곳에 거주할 경우 식량과 대체연료를 구비해두어야 한다.




언급된 강설 패턴은 우리나라의 다설지의 특수한 지형적 원인을 배경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외에 지형적인 원인보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기압골이 한반도를 통과할 경우에는 영하권의 기온을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지 눈이 올 수 있는데, 이 때는 서해안, 강원영동, 제주도보다 서울, 경기내륙, 강원영서, 충청내륙, 전라내륙, 경상내륙 등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눈이 많이 오게 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가 점차 따뜻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러한 패턴의 강설 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리하여 다설지 위주의 국지적으로만 눈이 온다면, 지금까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했던 한반도의 위상 또한 앞으로 언제까지 과연 떳떳할 수 있을지 안타까울 뿐 이다. 눈을 보기 위해 해외여행을 떠나야 하는 세대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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