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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순두부찌개

굴찌개?

by Rey

전날 과음을 했더니 얼큰한 게 먹고 싶어졌다


냉장고를 생각해 보니 굴이랑 순두부가 있었던 게 기억이 나서 굴순두부찌개를 해 먹기로 했다.


우선 양파 하나, 대파 하나 준비해서 양파는 깍둑 썰어놓고 쪽파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까 대파는 반으로 갈라 최대한 얇게 썰었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 두 스푼을 두르고 들기름도 한 스푼 둘렀다.


썰어놓은 파를 넣고 세지 않은 불에 살짝 파기름을 낸다.


프라이팬을 기울여서 파와 기름들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빈 곳에 간장 두 스푼을 놓아둔다.


약간 지글거릴 때 섞어주고 고춧가루 한 스푼을 넣어준다.


볶아주다가 이 정도로는 맛이 제대로 나지 않을 것 같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라면 스프를 찾아 아주 조금만 넣고 볶는다.


양파도 같이 넣어 볶고 미림은 없으니 소주 한잔 정도를 넣는다.


물은 혼자 먹을 거니 대충 그 정도 양으로 한다.


얼려놓은 굴은 몇 개 넣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여덟 개로 정했다.

그리고 청양고추도 추가했다.


그렇게 한소끔 끓은 후에 순두부를 넣으려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순두부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분명히 봤는데 내가 지난번에 먹어버린 건가.


그래서 이제 이건 굴국 내지는 굴찌개가 되어 버렸고 그래도 맛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다행이었다.


먹고 난 다음에 김도 같이 넣고 끓였으면 맛이 괜찮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요새 뭔가 생각을 하면 그 생각의 잔상이 남는다.


그 잔상이 제대로 지워져 마무리가 되어야 하는데, 지워지기 전에 다른 생각이 겹쳐 들어오니 오버랩 구간에서 잘못 처리하면 난 이상한 기억을 얻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기억들이 자동으로 잘 처리되다가 가끔 한 번씩 이런 경우가 생길 때면 내 머리도 슬슬 귀찮아질 때가 됐구나 싶다.


순두부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언제나 다 좋을 수는 없으니까 그게 빠져도 대충 좋은 체로 흘러갈 수 있는 생각을 하는 습관은 계속 가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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