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이 자존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본인이 애정결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주위에 의외로 많다. 어렸을 때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는 사람도 있고, 성인이 되고 나서 사랑을 못하고 살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애정결핍에 시기는 다양하지만, 사랑을 못 받았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내가 보기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속에 애정이 결핍되었던 경험을 보관하고 있는 듯하다. 각자 애정을 못 받았던 소량의 순간들을 담아두고 사는 것 같다.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사랑을 듬뿍 받기만 하며 살았다고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사랑받지 못한 순간들에 대해 말하는 경우는 많은데 말이다.
애정결핍의 시기를 어느 정도 담아두고 사는 것이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다. 위아래로 흔들거리며,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흘러가는 인생에서 애정이 결핍될 수도 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정이 결핍되어있는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문제가 생긴다. 본인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잊게 된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점점 잊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억력은 자꾸 흐려져서, 계속해서 자극을 받아야 한다. 자극이 오랫동안 끊기면, 정반대의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은 사랑받지 못하는 매력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난 연애를 뒤로 미루는 말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흔히 부모님들이 하는 말들이 있다.
연애는 대학교 가면 할 수 있어
취업하면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대학교, 취업이라는 거대한 관문을 통과하고 연애를 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기저에 연애는 입시, 취업보다 더 하찮은 것이라는 의미가 깔려있기도 하다. 연애는 흘러가는 인생에서 감정과 돈, 시간을 단순히 소비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애를 안 해도 사는 데 별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난 연애를 못해본 지 정말 오래됐다. 사실, 엄격하게 따지면 한 번도 못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뭔지 잘 모른다. 애정에 대한 욕구는 강했지만, 항상 충족되지 못했다. 늘 애정결핍 상태였고,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난 중고등학생 때부터 연애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주말을 보내고 싶었다.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이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하면 특별한 일상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영화를 봐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면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자괴감을 느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난 매력 없는 사람이니까 연애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에 가면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생 때 연애를 한다.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는 환경이니, 연애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연스럽게, 때로는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사랑을 틔우게 된다.
그럼에도 난 연애를 못했다. 누군가와 썸을 타기도 하고, 소개로 만나보기도 했고, 맘에 든다고 고백도 해봤지만 결국 한 번도 연인으로서 이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1학년 때부터 공부에 집착하며 살았다. 학점에, 자격증에, 최근엔 취업을 위한 경험·경력 쌓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연애를 하기에는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왔다. 내가 노력해도 연애를 못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빠르게 상대방을 정리했다. 늘 연애에 실패하니, 시간 낭비하기가 아까웠고, 그러다 보니 우선순위가 취업에 계속 밀리게 되었다. 그래서 늘 혼자였다.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더욱 강하게 찍어놓고 살아버렸다.
이제는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는 조금 두렵다. 취업하고도 연애를 못하면 난 평생 혼자 살아야 되는 건지 걱정된다. 남들 다 하는 연애를 나는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대신, 평범한 타인보다 더 못난 사람이라는 믿음이 짙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을 상대할 때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
연애를 하면 다른 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타인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느낄 수 있다. 본인이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매일 사랑을 느끼며 자존감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자신이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게 되면서,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받은 사랑으로 자신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애를 할 수 있을 때 충분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대학생 되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연애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곳 취업하면 능력 있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연애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기에만 가능한 사랑이 있다. 중고등학생 때만 누릴 수 있는 연애가 있다. 순수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좋은 인생 경험이 될 수도 있다. 대학생 때, 취준생 때 하는 연애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연애가 될 수도 있고, 힘든 순간에도 사랑을 잃지 않아야 된다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가능할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다른 이유로 연애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애 못한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