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썼는데 좋은 글이면 얼마나 좋을까
글을 쓰다 쓰다 지쳐서 쓰는 글
글 한 편 쓰기의 어려움
브런치에 글 한 편을 쓰는 데 퇴고까지 포함해서 반나절 정도가 걸린다. 퇴고를 다음 날에도 하면 꼬박 이틀이 걸리는 셈이다. 문장을 신중하게 생각해서 적는 편이다. 스토리를 어떻게 써야 생생하고 재미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한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무릎을 탁 치고 공감할까 고민해보기도 한다.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것이 조금 무겁게 느껴진다. 또한, 글 전체 내용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중시한다. 맨 앞부터 맨 끝까지 마치 썰을 풀듯이 흐름이 매끄러운지를 수정하면서 따져본다. 쓸데없는 내용이 중간에 껴있는 것 같으면 잘라버린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이야기만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다. 퇴고하면서 내용을 큰 그림 보듯이 바라본다. 그래서 퇴고가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오래 걸린다. 신경 쓸 게 많다.
이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쓴다고 쓴다. 글 한 편 쓰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하루를 온전히 글 한 편에 투자한다. 점심 먹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저녁 먹을 때쯤 초고가 완성되거나 퇴고가 끝난다. 처음에는 쉬지도 않고 글만 써댔다. 그러다 보니 허리와 목이 아프면서 신경이 너무 예민해지길래 중간에 쉬는 타임을 일부러 두려고 한다. 글쓰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글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 조회수는 물론이고, 좋아요 수도 적다고 느껴진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시원찮다고 느껴진다. 노력을 갈아 넣은 만큼 결과가 나타나길 누구나 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미약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히 노력이 눈에 띄지 않을 때 더욱 그런 것 같다. 노력하는 사람 입장에서 더 억울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나 혼자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과거에 있었던 일과 현재에 흘러 다니는 내 생각에 대해 글을 쓰면 마음이 좀 더 정리가 되고, 편해질 것이라 믿었다. 실제로 효과는 있었다. 과거에 늘 붙잡혀 살았지만,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덜 신경 쓰게 되었고,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졌다. 쓰기 전에는 현재에도 존재하는 것 같았지만, 쓰고 나서부터는 잊어도 되는 과거의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글쓰기에 만족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쓰기 시작했던 브런치 글쓰기가 어느 순간 보여주기 위한 것이 되어버렸다. 조회수에 집착하게 되었고, 브런치 메인에 글이 올라가길 학수고대했다. 계속해서 욕심을 부려도, 꾸준히 조회수가 낮았으면 결국 욕심을 버렸을 것이다. 집착이 절정을 찍을 때마다 한 번씩 글이 다음 메인이나 브런치 메인에 떴다. 최근에는 '심리' 분야 브런치 추천작가로 뜨기도 한다. 그러니 집착을 버릴 수가 있나. 눈 앞에 다이아몬드를 두고, 잡기 위해 한 치 앞에서 아등바등하는 기분이다.
알림이 올 때마다 앱에 들어가게 된다. 좋아요를 누군가 눌렀다는 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짜릿하다. 댓글은 더욱 그렇다. 악플은 아닐까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조회수, 좋아요, 댓글에 대한 욕심이 초심을 잃게 했다. 나를 바라보는 글쓰기에서 남의 눈치를 보는 글쓰기가 되어버리니, 글쓰기가 지치기 시작했다. 글이 쉽게 써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쓰고 싶지 않아 졌다. 시작이 두려워졌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괴롭혔다. 조회수가 낮은 날에는 기분이 나빴다. 난 작가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비관하기도 하고, 때로는 글쓰기를 그만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여러모로 글쓰기가 힘들어졌다.
직장생활이 하기 싫어졌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원래 하고 싶은 일이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웬만하면 취업이 아닌 작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 곧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온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의 휴학기간을 더 늘리는 것은 무리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계속해서 글만 쓰고 살 수는 없다. 때가 되면 꿈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욕심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지금 무언가 이루지 않으면 결국 하기 싫어하는 직장생활을 졸업 후에 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글을 쓸 때마다 엄습해온다.
설렁설렁, 큰 의미 없이, 적게 고민해서 쓴 글이어도 독자들이 좋은 글이라고 칭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지칠 정도로 무리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마음이 얼마나 편해질까. 힘들이지 않으면서 글을 쓰고 싶다. 쓰면서 덜 생각하고 싶다. 글 한 편을 완성하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