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양 May 14. 2021

결혼하면 연애할 때보다 더 많이 싸울까?

참 안 맞는 부부




결혼하면 연애할 때보다 더 많이 싸울까?



우리는 연애할 때 참 지겹게도 싸웠다. 

매번 주제를 바꿔가며 지치지도 않고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연인 - 우리가 싸우는 이유 


# 만남의 횟수  

나는 남자 친구를 매일매일 보고 싶은데 바빠서 그러질 못해서 화가 났고

남자 친구는 바빠 죽겠는데 계속 보자고 연락이 오니 화가 났다.

평소 싹퉁바가지가 없고 무관심한 캐릭터의 끝장판인 남자 친구는 

카톡이나 전화를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반면 나는 시시콜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하는 스타일이었다.


우린 진짜 안 맞는 '사람'이었다.

매일 보고픈 여자 친구 vs 일이 우선인 남자 친구

안 맞는 사람이 연애를 하다 보니 서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그래서 참 많이도 싸웠다.


어떻게 해결했냐고?

결혼하니까 매일 볼 수 있고 카톡이나 전화를 안 해도 당연히 집에 들어오니까

큰 신경을 쓰지 않게 되고... 한 마디로 결혼하니까 해결되었다 


# 차가운 말 한마디

나는 '말'이라도 잘해주지! 의 타입이고

남자 친구는 지키지 못할 건 '말'이라도 하지 말자! 의 타입이다.

그래서 싸운다. 어떻게?


"오빠~ 보고 싶어~"


"응~"


"오빤 나 안 보고 싶어?"


"너무 피곤해서 별로 안 보고 싶어"


"오빠! 말이라도 보고 싶어! 이러면 안 돼?"


"그러면 너 보러 오라고 할 거잖아. 나 피곤해. 너 안 보고 싶어"


남자 친구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입 밖에 내뱉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입 발린 소리라도 듣고 싶은 사람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오빠, 나 사랑해?"


"음.... 아니"


"왜?"


"좋아하는 건 맞는데 사랑은 안 해"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하면 안 돼?"


"안 사랑하는데 왜 거짓말을 해?"


나는 '말'이라도 잘했으면 하는 남자 친구를 바랐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결국 내 생각을 바꿨다.

'말이라도 잘하는 사람'이 아닌 

'지키지 못한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기로. 


서로 참 다르지만, 그만큼 참 좋아했기에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기에 

결국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사랑으로 끈끈하게 뭉친 부부라기보다는

사랑과 우정으로 끈끈하게 뭉친 '절친'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결혼하면 안 싸울 줄 알았다. 

이미 연애할 때 패턴별로 주제별로 멘트 별로 싸울 만큼 다 싸워서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싸울 게 없을 줄 알았다.

근데 우리는 마치 싸움에 굶주린 맹수처럼 또 싸우게 되었다.


결혼 - 우리가 싸우는 이유 


# 내 부모, 네 부모 


결혼하고 부부들이 가장 많이 싸우는 문제 중 하나이다.

바로 내 부모와 네 부모의 문제. 한 마디로 친정과 시댁이다.

아내는 친정에 더 잘하고 싶고 남편은 시댁에 더 잘하고 싶은 것 때문에 싸우지만

우리는 좀 반대였다. 


우리는 내 부모보다 네 부모에게 더 잘해주기 위해 엄청 싸웠다. 

사실 시댁에 대해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썼지만 

나는 태어나 며느리가 처음이었고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

속으로 품고 끙끙대서 답답한 상황이 많았었다. 

하지만 결혼 2년 차가 지나고 눈 딱 감고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하고 

안 되는 건 안된다고 얘기하면서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하다 보니  

이제는 시댁과 진짜 편한, 부모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우리 집보다 시댁을 더 챙기고 싶었고

남편은 아들처럼 살갑게 잘해주는 장인, 장모님을 더 챙기고 싶어 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생신이 되면~

서로서로 좋은 선물을 사주겠다고, 서로서로 용돈을 더 드리겠다고 싸우는 것이다. 

진짜 웃기지 않은가? 근데 진짜 그렇다.


예를 들어 

나는 우리 부모님은 갈비 좋아하니까 호주산 갈비로 보내고

우리 시댁은 좀 더 비싼 한우로 보내드리자고 한다.

우리 남편은 우리 부모님 환갑은 이 정도 용돈을 챙겨드리면 된다고 하고 

장인어른, 장모님 환갑잔치는 용돈을 두 배, 세 배 더 챙겨드리자고 한다. 


어떻게 보면 되게 화목한(?) 광경인데

우리는 서로 더 잘 챙겨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 싸운다. 

참 쓸데없이도 싸운다.


# 사소한 습관 

결혼해서 같이 살림을 차린다는 것은 

30년 넘게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이해가 가지 않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이 있었다. 


청소 

나는 청소를 한 번에 몰아서 한다.

남편은 그때그때 청소를 해야 한다.


나는 물건을 쓴 다음 제자리에 두지 않는다.

남편은 모든 물건은 쓴 후에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음식 

나는 음식을 몽땅 사서 냉장고에 꽉꽉 채워 넣어야 마음이 놓인다.

남편은 그때그때 먹을 음식만 사서 채워 넣는다.


나는 밥을 할 때 푸짐하고 넉넉하게 한다.

남편은 먹을 만큼만 하라고, 다 낭비라고 한다.


휴식

나는 재잘재잘 얘기하길 좋아서 남편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한다.

남편은 혼자 헤드폰 쓰고 컴퓨터 게임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해서 주말만 되면 밖에 나가자고 칭얼거린다.

남편은 집에 콕 박혀서 씻지도 않고 헤드폰 쓰고 컴퓨터 게임만 한다.


우리는 참 '다른' 사람이었다. 

날 위해 너의 습관을 바꿔!라고 소리치기 전에 

우리는 서로를 위해 한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나는 남편의 청소 습관이 더 깨끗하니까 그에 따르기로 했고

남편은 내가 음식을 주로 하니까 군말 없이 내 스타일에 따르기로 했고

휴식은 서로서로 양보해 한 달에 한 번은 꼭! 1박 2일, 2박 3일 시간을 내서 놀러 가기로 약속했다. 


결혼하면 연애할 때보다 더 많이 싸워?

정답은 그렇다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심지어 더 답답한 건 싸워서 도망갈 곳이 없다.

10평 남짓한 이 집에서 남편을 피해 도망갈 곳이라고는 화장실 밖에 없었다.

(울분에 못 이겨 집을 확 나가버리면 왠지 지는 기분... 그래서 서로 안 나가고 버틴다)


하지만 연애할 때보다 더 많이 싸우는 것만큼

더 많이 화해하고 더 많이 알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진짜 '부부'가 되어가고 있다. 


(요즘엔 남편이 바빠서 맨날 회사에서 밤을 새운다. 

그래서 싸울 시간도 없다... 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