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우리 부부는 참 안 맞는 게 많은데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보다 잘 맞는 부부인 것 같아서 주제의 정체성이 온다.
그래서 준비한 이번 주제는 우리 부부가 정말 안 맞는 부분, 극과 극!
바로 우리 집 고양이에 관련된 주제를 선정했다.
고양이 싫어하는 남편과 고양이 좋아하는 아내
우리 집에는 8살 고냥님이 계신다.
이름은 '점순이'로 몸에 점이 많아서 점순이라고 부르는데
어째 크면 클수록 점점 더 점이 많아지더니 심지어 코에 점이 생겼다(!)
점순이라고 불러서 점점 더 점이 많아지나 보다.
점순이와 처음 만난 건 2013년 여름.
자취할 때 가정 분양을 받았고 지금까지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점순이는 성격이 드세다. (나쁘게 말하면 성격이 더럽다)
고양이 중에서도 얌전한 고양이, 심드렁한 고양이, 똥꼬 발랄한 고양이 등등
사람처럼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점순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더~~~ 더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3개월 아깽이 때 데리고 왔는데 진짜 방 안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날아다니더니
나를 물고 할퀴고 깨물고 아주 못~~~ 살게 굴었다.
자고 있는데 귀를 깨물고, 코를 깨물고, 발을 깨물고 도망가서
잠을 못 잤던 적도 허다했고
자꾸 이불에 오줌을 싸서 이불을 다 치우니까
이번엔 방바닥에 벗어놓은 잠옷에다가 오줌을 싸서 식겁한 적이 있었다.
어떤 때는 밥상에 있는 김치 같은 반찬을 물고 도망가기도 하고
과자를 먹고 있으면 과자 봉지에 손을 넣어서 난리를 쳐놓기도 했다.
하.... 분명 가정 분양으로 데려 온 아이인데
분명 길냥이가 아닌데... 왜 스트리트 파이터의 느낌이 나는지...
점순이를 이대로 길에 내보면 이 지역을 접수하고
'점순이 파'를 창설해 대한민국을 평정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중성화 수술 이후로 점순이의 성격은 180도 달라졌고
더러운 성질을 버리고 착한 점순이로 다시 태어났다.
중요한 건, 아무리 성격이 바뀌었다 한들 그 성질머리가 남아있긴 하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남편한테 그 성질머리를 아주 대놓고 드러낸다는 것이다.
왜냐? 우리 남편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신기한 것이 고양이는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단번에 알아채더라
(고양이 집사인 내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는 점순이가 어떻게 알고
비비적 비비적 거리더니 친구 입술에 뽀뽀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늘 강조했지만 우리 남편은 단호하고 냉철한 성격이라 (그냥 4가지가 없음)
동물도 예외는 없었다..
점순이와의 첫 대면, 남편의 발 냄새를 킁킁 맡더니 와그작! 하고 깨물어 버렸는데
남편도 가만히 있지 않고 "야!!!!!!!!!!!!"하고 천둥 벼락같은 소리를 냈다.
남편은 점순이와 첫 대면을 한 뒤 나에게 딱 한마디 했다.
나는 절대, 절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점순이를 데리고 온 그 순간부터 나는 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우리 남편처럼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난 고양이를 좋아하니 같이 키워!'라고 얘기하는 건 굉장히 이기적인 말이다.
바꿔 생각하면, 나는 뱀을 좋아하지 않는데 남편이 뱀을 좋아해서
'난 뱀을 좋아하니 같이 키워!'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나 역시 결혼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 것 같다.
이 문제 때문에 결혼 직전까지 남편하고 싸웠다.
점순이냐 나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나는 점순이랑 못 산다. 저렇게 승질이 더러운 고양이랑 어떻게 사냐
너는 왜 날 배려하지 않느냐, 장난하는 것 같냐? 아니다. 진짜 선택해라
매일매일 나를 들들 볶아서
내가 펑펑 운 적도 있다. 제발 점순이랑 같이 살자고.
"오빠, 진짜 점순이 밥부터 똥까지 내가 다 치우고 오빠는 손 하나 까닥 안 하게 할게.
제발 점순이랑 같이 살자, 응?"
내가 울고 불고 빌고 몇 달을 그렇게 난리를 쳐서
겨우 오빠는 점순이를 허락했다.
(무슨 결혼 허락받는 것도 아니고...)
대신, 조건을 달았다.
1. 점순이 똥, 오줌 네가 치워라
2. 점순이 밥 네가 줘라
3. 점순이 털 네가 치워라
4. 만약 외박하거나 집을 비우면 점순이는 네 돈으로 호텔에 맡겨라. 난 절대 안 봐줄 거다.
난 오빠에게 꼭 그러겠노라 약속했고 4년 동안 약속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미운 정도 정이라고 했는가.
점순이도 처음에는 남편을 엄청 싫어하고 깨물더니
지금은 남편 배 위에 올라가서 골골 송을 부르며 잠을 잔다.
(남편 배가 푹신해서 쿠션으로 생각한 걸까...)
남편은 '에잇 무거워 저리 가!' 하지만 점순이를 내치진 않는다.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맞춰달라고 빌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남편은 눈 딱 감고 내 부탁을 들어줬고
나는 남편에게 점순이에 관한 그 무엇도 부탁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이 애초에 우리가 한 '약속'이니까.
서로가 맞지 않는 부분을 맞춰가야 할 때는 '약속'이라는 걸 하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
그렇게 고양이 싫어하는 남편과 고양이 좋아하는 아내는
'약속'을 지키며 오늘도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