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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양 May 26. 2021

결혼 후 돈 관리 어떻게?(feat. 용돈 받는 아내)

참 안 맞는 부부


결혼 후 돈 관리는 어떻게? (fest. 용돈 받는 아내)


# 우리 집 경제권자는 남편

미혼 친구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결혼 후 돈 관리 어떻게 해?'


나의 답은 간단했다.


'우리 남편이 해, 나는 용돈 받고 살아'


그러면 다들 놀란다.


'왜 남편이 관리해?

네가 관리해!'


나는 대답한다.


'남편이 알아서 잘해~

돈 관리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맞지'


그렇다, 나는 돈과 아주 상극이다.

나는 수중에 돈이 있으면 다 써버리는 일명 '흥청망청' 병에 걸려서  

남편에게 경제권을 고스란히 넘겼다. (아니 뺏겼다)


넘기는 과정에서 싸움도,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하고 좋았다.


나는 오늘의 나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내일의 나를 위해 돈을 모으는 사람이었다.

경제권은 쓰는 사람보다 모으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맞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남편에게 한 달 생활비 카드 (40만 원 한도)와

한 달 용돈 30만 원을 받고 살았다. 


# 나는 신용카드 중독자였다

사실 나는 결혼 전에는 신용카드에 중독되어 살았더랬다.

한 달에 100~200만 원 신용카드를 쓰고 다음 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신용카드 값, 공과금, 핸드폰 요금, 월세를 내면 내 통장 잔고는 0원.

그러면 다시 신용카드로 달려달려~~~

(공감하는 분들 소리질뤄~~~)


현금을 써본 적이 거의 없고 매번 신용카드로 계산하다 보니

경제관념이 흐릿해져 3만 원, 5만 원, 10만 원 돈 개념 없이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았더랬다.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편은 결혼식 비용으로 쓴 3개월 할부 카드값을

몽땅 갚자마자 내 앞에서 내 신용카드를 다 꺼내더니

싹둑!!! 잘라버렸다.


"이제 신용카드 쓰지 마. 앞으로 체크카드만 써"


그리고 남편은 한 마디 덧붙였다.


"앞으로 우리 집 돈 관리는 내가 할 거야.

이의 있으면 손 들고 얘기해"


하지만 손 들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진짜 돈 관리는 잘했으니까.

그리하여 경제권은 남편이 가져가고 나는 용돈을 받고 살게 된 것이다.


# 30만 원 용돈 받는 삶

다행히 남편이 '밥값'과 '교통비'는 따로 지급해주었다.

그런데, 수중에 현금밖에 없으니 예전만큼 돈을 펑펑 쓰질 못하겠더라.


예전 같으면 아메리카노가 4,000원이든 5,000원이든 알게 뭐야~ 했는데

이제는 2,500원, 1,500원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그마저도 돈이 아까워서 저렴한 콜드 블루 커피를 사서

집에서 커피를 타서 회사로 가지고 간다.


예전 같으면 늦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씻고

택시를 타고 출근했는데 택시비로 주는 현금이 왜 이리 아까운지,

30분 더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월급날만 되면 무조건 술값은 내가 쏜다!!! 라며

황야의 무법자처럼 '쏜다, 쏜다, 쏜다!' 했지만

이제는 30만 원 안에서 적당히 쏘고 적당히 몸을 사리게 되었다.


# 그리고 넘겨받은 경제권

그렇게 4년을 용돈 받고 편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이제 때가 되었다.

경제권을 가져가거라"


마치 스승님이 제자에게 '하산하거라~'하는 것처럼

남편은 나에게 경제권을 넘겨주었다.


내가 용돈 받고 편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경제관념이 너무 없는 것도 좋지 않다며

힘들겠지만 직접 돈 관리를 해보면서 경제관념을 가져보라고 했다.


우리 남편은 어떨 때 보면 참 선생님 같기도, 부모님 같기도 하다.

고작 나이가 한 살 많을 뿐인데...


그렇게 난 집안의 경제권을 물려받고(?!)

남편에게 30만 원의 용돈을 주고

내 월급과 남편의 월급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당장 내 손에 큰돈이 들어와서 또다시 '흥청망청'병이 도질 뻔했지만

그래도 4년 동안 한 달에 30만 원을 쓰던 습관이 생겨나서 그런가 적금이란 것도 들고 제법 돈을 잘 굴리고 있다.


한 달 월급이 들어오면

남편 월급은 생활비, 용돈, 공과금, 대출이자 등등으로 지출하고 남은 현금은 '공용 체크카드'에 따로 보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50~100만 원은 따로 빼놓는다.

내 월급은 70%는 통장에 저금하고 30%는 개인 퇴직 연금으로 저축한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아닌지는 점차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이제 막 '경제권 관리'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이니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할 것이다.

(흥청망청 병을 완치하는 그날까지!!!)




결혼 후, 경제권을 누가 가지느냐의 문제로 다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답은 간단하다. '돈을 더 잘 모으는 사람' '돈을 더 적게 쓰는 사람' 이 가져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 부부처럼 한 통장에 돈을 같이 모으는 게 더 좋다면 그렇게 하고

서로 각자 통장에 돈을 모으는 게 좋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10년 후, 20년 후 함께 살아갈 먼 미래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돈만 모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누가 관리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결혼하면 경제권 누가 가져가? 의 정답은

'잘하는 사람이 가져간다'로 정리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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