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 맞는 부부
술 먹고 잠수 타던 남편, 결혼 후 180도 변하다!
우리 남편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마치 알을 깨고 갓 나온 새처럼 이곳저곳을 싸돌아(!) 다니길 좋아했고
술을 못 먹어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술 마시는 것도 참 좋아했고
전생에 잠수함이었는지 잠수 타는 것도 참 좋아했다.
위의 조건들을 들으면 '어떻게 저런 남자랑 연애를 하지?!' 싶지만
다행(?)인 건 나도 똑같은 인간이었다는 거다.
나 역시 자유롭게 놀러 다니고 여행 다니길 좋아했고
나 역시 술을 좋아해서 위장약을 먹으면서 술을 마셨고
집에만 가면 핸드폰을 던지고 TV와 책을 보며 나만의 세계에 파고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참 맞는 듯, 다른 연인이었다.
하지만 연애의 불문율이 있지 않은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진다는.
우리 사이에도 지는 사람이 생겼다.
누가?
바로 내가.
한 달을 사귀고, 6개월을 사귀고, 사귄 지 1년이 넘어가면서
나는 남편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남편의 자유로움은 여전했다.
남편은 술을 먹으면 연락이 잘 안 됐다.
남편은 연락을 안 받고, 연락을 안 받으니 난 더 연락하고...
도망가는 사냥감과 그 뒤를 바짝 쫓는 헌터의 막상막하 대결이었다.
심지어 우리 남편은 그 유명한 '회피형 인간'이었기에
내가 잡으려 할수록 더 도망가고 굴 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연락 좀 받으라고 닦달하고
남편은 좀 내버려 두라고 닦달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잡들이하며 연애를 했다.
남자가 더 좋아하면 절대 안 그래~ 먼저 연락하지~라고들 하지만
우리 남편은 달랐다.
결혼하고 나서 물어본 적이 있다.
"오빠, 연애할 때 왜 그렇게 잠수 타고 연락을 안 했어?"
"집에 있으면 그냥 집에 있구나~ 게임하는구나~ 생각하면 되지
왜 그렇게 연락했어~ 귀찮아 귀찮아!
"뭐하는지 궁금하니까~! 오빤 내가 뭐하는지 안 궁금했어?"
"어"
"왜? 남자들은 좋아하면 먼저 연락하고 관심 보인다는데
오빤 나 안 좋아했어?"
"좋아해도 표현의 방식이 다른 거야.
좋아한다고 무조건 일거수일투족 뭐하는지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난 스트레스가 심하면 아~~ 무 생각도 하기 싫고 집에 누워서 자거나 게임하면서 풀어.
그렇게 스트레스가 풀리고 여유가 생기고 나면 네 생각도 나고 다른 생각도 하는 거지.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될 것을,
계속 연락하고 닦달하니까 더 스트레스 쌓여서 도망가는 거지"
"난 답답하니까 그랬지!"
"그러니까 너랑 나는 안 맞아"
쳇, 저렇게 연애하는 남자랑 맞는 여자가 어디 있냐 대체
그렇게 평생을 잠수함으로 살 것 같은 남편.
바뀌긴 했다. 어떻게?
결혼 후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편은 마음 편히 쉴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평소 예민 보스에 회피형 인간이었던 남편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을 마시고 집에서 혼자 숨어있는 걸로 풀었는데
이제는 스트레스를 우리가 '함께 사는 집'에서
나와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는 걸로 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술 먹고 놀다가도 통금시간이 되면 재깍재깍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나랑 연락 때문에 싸울 일도 줄어들었고
연락이 없어도 '어차피 시간 되면 집으로 오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나도 남편을 닦달하지 않게 되었다.
(마치 풀어놓은 개가 밥때 되면 집으로 돌아오겠지~ 그런 느낌?)
연애할 땐 그렇게 치고받고 싸우던 부분이
결혼하고 나니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정말 아이러니했다.
결혼은 신중히 생각해보고 결정할 인생의 중대 사이지만
이 결혼으로 인해 우리 부부는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문제가 너무나도 손쉽게 해결되었다.
우리 부부는 오늘도 웃으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