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결혼하고나서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늘 해오는 습관이 있다.
누군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고생했어~"라고 말하면서 안아주는 것이다.
그러면 마치 마법처럼 어깨에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이, 마음속을 답답하게 옭아매던 무언가가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다른 어떤 선물도, 다른 어떤 말도 필요 없이 '고생했어'라는 네 마디에 구원받는 기분마저 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게 된다. "당신도 오늘 고생 많았지?" 라며 말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옛 속담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내가 상대방을 비난하면 상대방도 나를 비난하고, 내가 상대방을 칭찬하면 상대방도 나를 칭찬한다. 특히나 부부처럼 허물이 없는 가까운 관계에서는 '말 한마디'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격의 없이 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내가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상처받는 걸 아는데도 나도 모르게 막말을 내뱉고 만다.
우리 부부에게도 안 좋은 말버릇이 있었다. 바로 "당신도 그랬잖아"이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남편이 그 행동을 지적하면 나는 "미안해"라는 말 대신에 "당신도 저번에 그랬잖아! 왜 나한테만 그래?"라고 했다. 저번에 남편이 잘못할 때는 내가 넘어가줬는데, 왜 나한테만 그래!! 라며 반박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말은 다시 남편에게로 스며들어서 다음번에 남편의 잘못된 점을 내가 지적하면, 내가 했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은 마치 불꽃 튀는 탁구 고수들의 경기처럼 끊임없이 핑퐁핑퐁하다가 마침내 상대방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는 강력한 한 마디를 던지며 상처뿐인 승리로 끝나게 된다.
끊임없는 비난에 지쳤던 우리는 말버릇을 고쳐보기로 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고생했어"라는 한 마디에 위로를 받던 것이 생각나,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부탁을 할 때 이렇게 말을 하기로 했다. "고생이 많겠지만, 양말은 빨래통에 넣어주면 안 될까?", "많이 힘들겠지만, 옷걸이는 제자리에 걸어주면 안 될까?", "수고스럽겠지만, 샤워하고 나면 거울을 좀 닦아주면 안 될까?"라고 말이다. 부부로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이 아니라 일종의 '수고로움'이 동반된 고생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말로 표현한 것이다.
오늘 하루 직장에서 힘들게 버텨왔을 당신을 위해, 집안일하느라 고생했을 당신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하고 왔을 당신을 위해, 또는 남들보다 조금은 여유롭게 살았을지언정 그래도 오늘 하루를 버텨내느라 고생한 당신을 위해 "고생했어"라고 말하면서 꼭 안아주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화목한 부부 사이는 시작될 것이다.
낯간지러울 수도 있고, 져주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해보자. 배우자가 나를 위해 해주는 모든 행동들에는 '고생'과 '수고로움'이 동반된다고 생각하며 그 고생을 쉽게 여기지 말고 꼭 입 밖으로 뱉어서 말해주자.
"고생이 많겠지만, 힘들겠지만, 번거롭겠지만..."
가장 가까운 배우자를 존중하고 아껴준다면 배우자의 삶이 빛날 것이고 나아가 내 삶도 함께 빛날 것이다. 부부란, 서로 잘났네~ 못났네~ 하며 잘잘못을 따지고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관계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삶을 빛나게 밝혀주면 내 삶도 덩달아 밝아진다. 그 모든 시작은 "고생했어"라는 단순한 네 마디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