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직장인을 찾아오는 그분, 오분만 씨

맥 빠지는 직장 생활

by 오렌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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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만 자자옹~~~~모델by 우리집 냥이)


오분만 씨를 아는가?

그는 매일 아침 6시 30분, 핸드폰 알람이 울림과 동시에 찾아온다.

비몽사몽 알람을 끄면 어느새 찾아온 오분만 씨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멘트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 난 오분만이라고 해. 우리 같이 오분만 잘래?"


나는 잠이 덜 깬 와중에도 기다렸다는 듯,

옆으로 살짝 돌려 누워 그가 누울 자리를 만든다.


"오분 정도면 괜찮아~ 옆에 와서 누워. 같이 자자"


내 온기가 남아있는 옆자리에 그가 살포시 눕는다.

나는 그와 함께 단잠에 빠져든다.

꿀맛 같은 기분도 잠시, 갑자기 번쩍! 온몸에 털이 바짝 서는 기분에 눈이 떠진다.


'헐! 지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분만 씨는 이미 가고 없다.

분명 6시 30분에 알람을 맞췄는데 눈을 떠보니 7시다.

나는 오늘도 그에게 배신당했다.


나는 빛의 속도로 샤워를 한다.

알람대로만 일어났으면 느긋하게 했을 샤워를 휘뚜루마뚜루 단 5분 만에 끝내고 머리를 말린다.

스킨과 로션, 선크림을 아무렇게나 얼굴에 바르고

눈에 보이는 아무 옷을 집어 들어 입는다.


젖은 머리를 채 말리지도 못하고 물미역이 된 채로 현관을 나선다.

7시 30분, 지금 뛰어가서 지하철 타면 9시까지 출근할 수 있어!!

철벅철벅, 물미역을 흔들며 지하철역으로 질주한다.

간신히 9호선 급행열차를 탄다.

늘 그렇듯 9호선 급행열차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차있다.


나는 물미역, 파김치가 된 채로 오늘도 다짐한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지, 알람 맞추면 꼭 한 번에 일어나야지'


나는 나를 믿으며 청춘만화의 주인공처럼

마음속으로 '아자아자!'도 외쳐본다.


하지만 어김없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오분만 씨는 계속해서 날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또 그와 함께 잠이 든다.

이런, 난 어쩌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최악의 인간일지도 모른다.


직장인들이여, 매일 아침 찾아오는 오분만 씨를 조심하라.

그의 진짜 정체는 오분만 씨가 아니라

삼심분만 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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