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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범 Jun 17. 2022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알기 쉬운 뇌과학2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송기범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괴로운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영화 이터널 션사인(Eternal Sunchine)을 보신 적 있나요? 인간의 기억에 관한 재밌는 영화죠. 주인공 조엘과 주인공의 연인이 이별한 후에 서로의 기억을 지우는 내용이 나옵니다. 재밌는 장면은 클레멘타인의 새 연인이 된 라쿠나의 직원 패트릭이 그녀와 주인공 조엘이 만났던 장소로 갈 때입니다. 패트릭의 기대와 달리 그 장소는 오히려 클레멘타인이 주인공인 조엘에 대한 감정을 되살리게 하죠. 결국 이 영화는 사랑은 기억이 아닌 감정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우는 일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겠죠. 아직까지 지구의 과학기술이 거기까지 발전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억이 아닌 감정은 현대의 과학기술로 지울 수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임상심리학자인 브루넷(Alain Brunet)은 괴로운 기억으로 힘들어하는 정신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STD)라고 아시죠? 충격적인 경험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든 증상을 말합니다. 브루넷은 인간의 기억이 다시 떠올려지면 취약질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통념과는 달리 우리의 기억은 카메라나 녹음기처럼 완벽하지가 않습니다. 예전의 기억은 새로운 기억에 의해 끊임없이 바뀌게 됩니다. 이는 그동안 유명한 인지심리학자들의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된 사실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 그 기억을 경험한 바로 그 당시의 기억을 그대로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기억은 떠올리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원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바뀌게 됩니다. 바로 이 점을 브루넷은 이용한 겁니다.       


브루넷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실험했습니다.      


1. 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다.

2. 두 집단 모두 자신에게 괴로운 기억을 말하게 한 후 녹음하였다. 이와 동시에 한 집단은 혈압약의 일종인 프~(P~)을 먹게 했다. 반면 다른 집단은 가짜 약을 먹게 하였다.  

3. 1주일 후에 두 집단의 환자들은 자신이 녹음한 내용을 들으면서 괴로운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때 두 집단의 심장박동과 피부전도(피부에서 땀이 나는 정도)를 서로 비교하였다.      


 실험 결과 먼저 녹음을 할 때 P을 먹었던 집단이 가짜 약을 먹은 집단보다 심장박동과 피부전도의 값이 훨씬 작게 나왔습니다. 즉 약을 먹었던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자신의 괴로운 기억에 대해 더 이상 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PTSD 환자가 괴로워하는 이유는 자신의 기억 때문에 생기는 불편한 감정 때문이죠. 만일 이러한 감정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그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않겠죠. 이것이 바로 이 실험의 목적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기억은 떠올리는 바로 그 순간, 가장 변하기 쉬운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죠. 이 실험에서는 PTSD 환자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할 때 P이라는 약을 먹였습니다. 그 결과 환자를 괴롭히던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 기억이 이제는 그냥 평범한 기억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P이라는 약이 과거의 PTSD 기억에 붙어있던 괴로운 감정을 더 이상 괴롭지 않게 강도를 약화시켜 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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