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만 원

by 류짱

나는 눈이 오는 것이 싫지만, 보통 아이들은 눈이 오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가끔은 눈이라는 주제를 겨울이 아닌 계절에도 찾는다.


7세 친구들과 수업을 하던 도중 한 친구가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것도 가짜 말고 진짜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하길래, "지금은 눈이 안 와서 할 수가 없어"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친구는 "그럼 눈이 오는 기계로 만들면 되잖아요. 눈썰매장에서 봤어요!"라고 했다.


나는 그 기계는 너무너무 비싸서 선생님이 준비할 수가 없다고 얘기했더니, 자기 지갑에 오천만 원이 있으니 그 돈으로 사주겠다는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 어머니께 여쭤보니 웃으시면서 아이 지갑에 오천 원과 만원이 있는데 그걸 맨날 오천만 원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하셨다.


지금 보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내가 일했던 지역이 조금 잘 사는 지역이라서 나는 순간 속으로 '평소 이 친구가 뭔가 귀티가 나보이 긴 했는데, 혹시 막 어디 회장님 손주 아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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