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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못했다.

by 류짱

미술학원 강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되게 멀리서 온 7세 친구가 있었다. 집은 남양주인데, 유치원은 부모님 일터와 가까운 동대문에서 다니고 미술학원은 할머니 집이 있는 성북구로 오는 친구.. 어머니께서 미술학원 끝날 시간 맞춰 오셔서 집에 데리고 가셨다.


힘들 법도 한데, 이 친구는 정말 재밌게 다녔다. 너무 즐거워해서 보고 있는 내가 다 즐거웠고, 수업도 잘 되어서 좋았다.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약 반년 정도 수업을 했는데 이 시기에 나도 이 친구들과 함께 큰 성장을 했다.


여름이 되니 어머니께서는 지치셨는지 휴원을 하시겠다고 했고, 난 아쉽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출퇴근이 길어서 피곤한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건 더 힘들 테니깐


그리고 마지막 수업 날이 되었고 어머니는 내게, 아이가 그동안 즐거워해서 차마 말을 못 하겠다고 하셨다. 그러니 나도 아이에게 차마 마지막 수업이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


그날 수업은 그 친구가 하고 싶은걸 하는 자유주제로 했다. 아이는 늑대를 만들었고 내가 만든 악당과 싸움 놀이를 했다. 결국 끝까지 마지막이라고 말은 못 했고 대신 어머니와 같이 나가는 아이를 한번 안아줬다.


이때 처음 맡았던 아이가 휴원을 한 거였는데 이때는 나도 어찌해야 할지 잘 몰라서 인사를 못했다. 다시 보았으면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그 후로는 아이들이 휴원 할 때 꼭 인사를 했다. 엄마 말 잘 듣고 다시 오게 되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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