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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

by 류짱

나는 미술학원 선생님이다. 그런데 늘 나는 내가 수업을 한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만들어나간다고 이야기를 한다. 수업에는 내 의견만을 내세우느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하고픈 것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같이 의견을 나누고 합치면서 무형 또는 유형의 형태의 수업을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마치 아이들과의 수업이 합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 다 다른 아이들이 모여서 하나의 연주를 하는 느낌이랄까? 각자 다루는 악기도 다르고 하고 싶은 장르도 다르기에 호흡을 맞추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결국 척척 호흡을 맞춰가며 무언가를 연주해내는 밴드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인 나는 좀 적게 개입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와, 중도 포기되거나 다른 길로 새 나가지 않을 정도만 우선 제시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더 많이 개입하기도 하거나 때론 빠지기도 한다.


분명히 수업의 주도권은 선생님에게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빌려준다. 그리고 그 주도권이 잘못 사용될 때 다시 회수하여 정돈한다. 그리고 다시 나눠준다.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 상당한 안정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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