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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 시험공부, 왜 속이 터지는 건 나일까

그래도, 너를 응원한다

by 곱하기곰

거실 벽 달력에 “중간고사 D-10”이라고 빨간 매직으로 써 넣은 순간부터 일이 꼬였다. 내가 숫자 하나를 줄일 때마다, 중2 아들은 유튜브 ‘1.25배속’으로 웃긴 영상을 한 편 더 본다.


범위라도 확인하자

내 말은 기찻길 옆 개 짖는 소리만큼이나 배경음에 묻힌다. 시험 날짜를 알려 주면 “아, 그래?” 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그 다음 동작은 여지없이 이어폰 꽂기. 도대체 누구 시험인가 싶다.


어느 날은 전략을 바꿔 보겠다고 저녁 식탁에서 잔소리 대신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공부 계획은 어떻게 잡았어?”
“그냥… 알아서 할 거야.”

알아서? 알아서! 나는 그 두 음절에 기가 막혀 미역국을 삼키다 기침까지 했다. 게다가 ‘알아서’의 구체적인 모습은 숙제도 아닌 온라인 게임 랭크전이었다. 내 속도 모른 채, 아들은 졌다 이겼다를 외치며 헤드셋 너머로 친구들과 웃느라 바쁘다. 결국 거실 공기에만 시험 기간 특유의 긴장감이 쌓이고, 당사자는 기분 좋은 승리 음악으로 밤을 마감한다.


몇 번의 폭발 끝에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시험은 간섭 금지를 결심했다. 책상 위를 정리해 주고, 필요한 참고서를 바로 꺼낼 수 있게만 배치한 다음, “도움 필요하면 말만 해”라는 한 줄 포스트잇을 붙여 두었다. 그리고 정말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내일 드디어 시험이다. 아들의 시험이 곧 끝나니 내가 다 속시원한 것은 무슨 마음일까? 지금 이순간에도 나만 글을 쓰고 아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레고를 조립하고 있다.


휴.


ps 아들아, 앞으로도 시험이든 인생이든 너의 필드 위에서 마음껏 뛰어. 그대신 그 결과의 너의 몫이야. 대신 힘들면, 꼭 사인을 보내. 엄마는 항상 네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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