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그때 우리는 왜 열광했을까?
청약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나도 사전청약 뉴스를 유심히 보기 시작한 건, 공공분양에 관심을 보인 지인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5억에 새 아파트 당첨되면 진짜 로또야.
처음엔 그냥 웃고 넘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부동산 커뮤니티, LH 공고, 분양 일정 캘린더까지 하나씩 들여다보게 됐다. 당시 나는 다주택자였기 때문에 사전청약을 할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정부는 집이 실제로 완공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미리 청약 기회를 주면서 사람들의 매매 수요를 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 집, 나중에 8억 갈 건데 지금 4억대에 당첨되면 대박 아냐?
아직 공사도 시작 안 한 집이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처럼 느껴지면서, 사람들의 기대가 더 커졌다. 그러다 보니 사전청약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해서 시장을 더 달아오르게 하기도 한다.
사전청약 제도는 처음 도입될 때, 정부는 크게 세 가지 효과를 기대했었다고 한다.
첫째는 주택 공급 시차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목적이었고, 둘째는 무주택자의 불안을 줄이는 심리적 안정장치, 셋째는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 질서 회복!
실제로, 사전청약이 도입되면서 착공 전 물량을 미리 청약할 수 있게 되었고, 무주택자들에게는 “내 순서가 있구나”라는 안정감을 줬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제도가 작동하면서 드러난 의도치 않은 결과들도 분명 존재했다. 아직 입주까지 수년이 남은 주택에 높은 경쟁률이 몰리며 ‘로또청약’이라는 말이 퍼졌고, 본청약 때 확정된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보다 10~20% 이상 오르면서 시장의 혼란도 커졌다. 당첨자 중 상당수가 분양을 포기하거나 재무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올해 4월 30일 LH가 발표한 부천 대장지구 A7·A8 본청약 공고에 적힌 평균 분양가는 5억 2 천만 원대였다. 사전청약 때보다 약 1 억 원 상승한 값이다. 〈한국경제〉, 〈동아일보〉 등 주요 매체는 “그래도 시세 대비 합리적”이라는 문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곧바로 커뮤니티에는 분양 포기 계산기가 등장했다. “1억 원 인상 → 5년 뒤 시세 8억 가정 → 전매 제한 3년 → 양도세….” 사전청약 당첨자의 26 ~ 43 %가 본청약을 포기한 고양 창릉·인천 계양 선례는 “희망고문”이라는 단어의 실체였다.
오늘 부천대장지구 A7,A8의 견본주택이 개관되었다. 과연 어떨까? 하지만 본청약에 임하는 사람들이 더 궁금한 것은 사전청약의 커트라인이다.
부천 대장지구의 사전청약 최고 불입액은 2,950 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당첨 마지노선은 A7은 2030 만원, A8은 1770 만원 이라고 보도되었다. 즉, 최고 납입액보다는 훨씬 낮은 금액에서도 당첨자가 나왔다는 의미다. 서울대에 1등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문닫고 들어가도 똑같은 서울대생이다.
본청약 시 커트라인은 달라진다. 본청약에서는 ▲전체 물량 감소(사전청약 당첨자 우선 배정) ▲분양가 인상 ▲금리‧시장 분위기 등이 겹쳐 경쟁 강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3기 신도시 사례를 보면 사전청약 때보다 본청약 당첨선이 높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A7, A8 단지도 사전청약보다 분양가가 높아졌기 때문에 사전청약의 커트라인보다 조금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A7 : 청약통장 납입 2,030 만원(약 17년 이상인 분) 이상이 당첨선
A8 : 1,770 만원(약 15년 분) 이상이 당첨선
많은 사람들이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그때 제시된 분양가로 실제 계약도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전청약 단계에서 공고되는 분양가는 말 그대로 ‘예상치’일 뿐이며, 최종적으로는 본청약 시점에 다시 고시되는 확정 분양가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이 확정가는 그 사이 인상된 건축비, 자재비, 금융비용 등이 모두 반영된 금액이기 때문에, 당첨 당시보다 분양가가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전청약가를 곧이곧대로 믿고 자금 계획을 세웠다가, 본청약 단계에서 부담을 느끼며 포기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제도의 본래 취지가 공급 안정이었던 만큼, 사전청약가는 일종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