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사이에서 아슬아슬 균형 잡는 40대의 단상
캘린더 속 5월은 파스텔톤이다. 어린이날(5월 5일)과 어버이날(5월 8일), 게다가 스승의 날·부처님오신날까지 이어지는 연휴는 초록 이파리처럼 싱그럽다. 그런데 통장에 찍히는 문자 알림은 왠지 빨간색에 가깝다.
어릴 때의 5월은 그 자체로 싱그러웠다면, 마흔을 넘긴 지금 그 말은 "가계부의 달”로 들린다. 명세서 한 줄이 추가될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비워지는 기분이 든다.
세 아이가 자라면서 장난감 트렌드도 세 번 바뀌었다. 첫째에겐 공룡 피규어, 둘째에겐 각종 블록, 셋째에겐 메타버스 게임 아이템… “올해는 뭘 사줘야 하지?” 고민하다 문득 깨달았다. 아이들이 열 번 넘게 꺼내는 이야기는 새 장난감이 아니라 “그때 우리 다 같이 캠핑 갔잖아” 같은 기억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예산의 절반만 물건에 쓰고, 나머지는 시간을 사는 데 쓴다. 근교 당일치기 트레킹이든, 도심 속 공방 체험이든, 아이들이 “아빠(엄마)랑 이런 걸 해봤다”라고 말할 무형의 선물. 영수증엔 남지 않지만 오래도록 이자를 낳는 투자다.
부모님께는 매년 용돈을 드렸는데, 점점 '당신의 루틴을 편하게 해 줄 물건’으로 고르게 된다. 올해는 안마의자를 생각중인데, 역시 가격이 문제라 고민이 된다.
[ 부모님 선물 : 안마의자 추천 ]
엄마로서, 딸로서 자녀와 부모를 챙기느라 끝엔 늘 내 차례가 없다. 하지만 ‘나’를 뺀 5월 예산은 밑 빠진 독과 같다. 누군가에게 퍼주고도 상쾌함이 남으려면, “나를 위한 소소한 행복” 정도는 미리 빼두고자 한다.
그 돈으로 서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 한 권을 읽거나, 오래 미뤘던 운동을 끊고자 한다. 나에게 준 배려가 있어야 타인에게 주는 배려도 기쁨으로 돌아온다.
카드 값은 순간 아찔하지만, 5월이 지나고 나면 통장엔 숫자 대신 ‘관계’라는 자산이 찍힌다. 아이는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부모님은 “여전히 우리가 당신 삶의 뿌리”라는 안심을 드리고자 한다.
지갑이 다소 얇아지는 대신, 마음이 두툼해지는 5월. 준비하고 계신가요?
[ 어린이날 선물이 고민되신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