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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by 곱하기곰

어떤 자식이 소중하지 않겠냐만은 제게는 아주 소중한 아이가 한명있습니다. 제 주변분들에게 내 평생의 배프라고 소개하는 저희 막내인데요. 제목에서 아시겠지만 중증 자폐아이입니다.


얼만 전, 방송인 이상인부부가 금쪽같은 내새끼에 나와서 첫째 아이가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은영 박사님도 방송중 눈물을 쏟으셨죠.


자폐스펙트럼의 아이와 부모님의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네, 맞아요.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모르갰어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 저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꿈을 꿉니다. 저희 막내가 평범한 어린이가 되어 제게 말을 거는 모습을요. 꿈에서도 펑펑 울면서 기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지금은 전혀 그런 기대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희 아이를 포기한 것은 아니예요. 우리아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춰 내가 무엇을 해줘야하나 고민할 뿐이죠.


가끔 내가 나이가 들고 죽으면 어쩌나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40년 뒤의 먼 일은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이순간 우리 아이와 함께 행복해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주변에 미안할 일이 계속 생긴다.


마라톤이라는 오래 전 영화를 보셨나요? 조승우가 자폐아 마라토너의 역할을 맡아 연기를 했는데요. 극중 조승우의 엄마가 계속 이런 말을 합니다.


죄송해요. 저희 아이가 자폐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보통 통용되는 무언의 사회규범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그것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지만, 자페아이는 하나에 몰두하면 그런 것들을 잊어버립니다.


저희 아이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데요. 엘레베이터에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갑자기 자기 좋아하는 생각이나 영상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 그러는 거예요. 하지만, 엘레베이터에 다른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죠. 알더라도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입니다.


하지만, 이건 저희 입장입니다.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깜짝 놀랐겠죠. 그래서 화를 내시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래서 저도 자주 하는 말이 저말입니다.


죄송해요. 저희 아이가 자폐라서 잘 몰라요. 정말 죄송해요.


속상한 일들이 생긴다.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초등학교든 모든 학교에서는 공개수업을 하는데요. 평상시에는 우리아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잘 모르다가 공개수업을 가면 바로 눈에 띕니다.


알고는 있었죠. 우리아이가 다르다는 것을요.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공부잘하길 바라지 않았어요. 그냥 평범하게 자라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그 평범함이 이렇게 힘든거구나. 하는 생각들이 듭니다.


공개수업을 갔다온 날이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그래도 내게 너무 소중하고 예쁜 아이입니다.


제 사정을 아는 친구들은 이렇게 말해요.


너니까 견디지, 나같으면 못견뎠을거야.

저를 위해서하는 말이죠. 하지만, 자폐아이를 키운다고 늘 불행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막내는 아이 세명 중에 가장 애교도 많고 살가워요. 제 옆에 꼭 붙어 잡니다. 늘 제 손을 잡고 제가 오나안오나 살핍니다.


맛있는게 있으면 본인이 먹지만 가끔 저도 줘요. ㅎㅎ 제가 자고 있으면 이불도 덮어주더라구요.


자폐아이를 키운다고 너무 불행속에 사는 사람처럼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도 저희나름대로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사실 저는 저희 막내때문에 성격도 정말 많이 변했어요.


저는 성격이 엄청 급하고 결과중심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저희 막내를 키우며 그나마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안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따뜻한 눈빛이예요.


큰 욕심일 수도 있다는 것 알아요. 왜냐하면 사람은 본능상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경계하기 마련이거든요.


저는 자폐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 매일 보는 모습이지만, 처음보시는 분들은 낯설고 무서울 수 있어요. 왜냐하면 혼잣말고 하고 그렇거든요.


그럼에도 작은 배려 부탁드립니다. 자폐아이가 나와 다르더라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큰 피해가 아닐때는요.




[ 자폐아이의 치과 도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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