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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루 Apr 21. 2017

스리 마리아만 사원과 불아사 절, 그리고 덕스턴 로드

여자혼자 싱가포르 여행기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 사원.
스리 마리아만 사원 in 차이나타운


1827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장장 16년 만에 완성된 힌두교 사원.
타밀 출신의 나라이나 필라이라는 무역상인이 개인 비용을 들여 드라비다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



헤리티지 호스텔에서 할인된 가격에 관광지 티켓을 구입한 후 본격적으로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먼저 가장 가까운 스리 마리아만 사원부터. 이곳은 헤리티지 호스텔에서 길 건너 오른쪽으로 1, 2분만 걸어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컬러풀한 형상에 기이할 정도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양한 힌두교 신들이 먼저 보이고 그 옆으로 사자, 뱀, 소 등 신성하게 여기는 듯한 동물상들이 세워져 있다.



힌두교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관련된 일도 전혀 없기에 갈까 말까 잠시 고민도 했었지만.

어차피 걷다가 얻어걸리는 관광지가 대다수라는 점이 이 좁디좁은 싱가포르의 장점인 것 같으므로 어떤 모습인지는 살펴보기로 했다. 이왕 우리나라와 6시간 거리의 싱가포르까지 온 김에 말이지.



내부에서는 어떤 행사가 진행 중인 것 같았다.

간간이 둥둥 북소리가 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기도 소리가 주문처럼 겹쳐서 들려왔다.


내 눈에 이국적으로 보였던 풍경 한 가지.

물론 동양인도 눈에 띄긴 했지만 상당수가 두 손 모아 간절히 무언가를 빌고 있는 서양인들이었다는 점이다.



거의 바람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스쳐 지나간 수준에 그쳤지만, 스리 마리아만 사원은 싱가포르라는 곳이 지닌 다종교의 느낌을 받기에 충분히 이국적이면서도 적절한 장소였다. 어느 장소를 방문하나 한결같이 느끼는 건데 누군가가 어떤 마음속 바람을 간절히 빌고 기도하는 모습이란 참 아름답고 고귀한 정경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템플 스트리트


스리 마리아만 사원에서 다시 발길 향하는 대로 걷다 보니 템플 스트리트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푸른색의 건물 옆에 붙은 템플 스트리트에 관한 짧은 설명글을 스치듯 본 후 건물 바깥쪽 통로를 걸었다.



대만에서 처음 본 후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건데 동남아 국가에서는 이처럼 건물 바깥쪽에 개방형 통로가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저 추측해보자면 소나기성 비가 자주 내리고 맑은 하늘일 때마저 그 햇살이 곧 타죽어버릴 듯 뜨거우니 이 두 가지를 피하라고 건축에 적용한 현지인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불아사 절.
부처의 이가 보관되어 있어 유명한 싱가포르 절


사실 들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뜨거운 햇살에 무념무상 걷다 보니 어떤 절 옆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불어왔다.

쉬었다 갈까? 해서 그 바람에 이끌리듯 들어간 곳이 불아사 절이었다.



내부는 대만의 용산사를 떠오르게 했다. 비슷했던 건 아니지만 절 특유의 분위기가 잠시 용산사를 생각나게 했을 뿐이다. 가운데 커다랗게 놓여있는 항아리 안에서 타오르는 수많은 나뭇대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경건한 마음으로 소원을 비는 외국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내부에 금빛 부처상이 눈길을 끌어서 들어가 보려고 문간을 넘어서는데 바로 옆에 있던 경비가 쓱 인상을 찡그리더니 손가락질로 모자를 벗으라고 지시한다. 





덕스턴 로드 Duxton Rd


오른쪽: 덕스턴 로드에 있는 리터드 위드 북스 Littered with Books


조금 더 걸어 이곳 덕스턴 로드까지 찾아온 이유는, 리터드 위드 북스 Littered with Books라는 서점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계획대로 잘 찾아와 내부까지 만족스럽게 구경했지만 촬영은 안된다기에 사진을 남기지는 못 했다. 

여기서 반갑게도 이번 여행에 유익한 도움을 받은 Where Singapore 잡지를 보았고 각종 작가별로 구분해놓은 섹션에서 책도 마음껏 구경했는데 특별한 건 그것이 전부였다. 손님은 나 하나였고 어딘지 자꾸 살펴보는 느낌이 불편해서 멱살 잡혀 나오듯 끌려 나왔다. 이 서점은 책을 한가득 수집해놓은 약간은 어둑어둑한 다락방의 느낌이 난다.



덕스턴 로드를 빠져나오려는데 왼편으로 흥미로운 골목길이 보였다.

이 길은 각종 식당과 주택가의 뒤편이었다. 문득 드문드문 놓인 계단을 보고 있자니 저 끝이 궁금해지고 말았다.



파스텔컬러 건물 뒤편으로 에어컨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풍경이 이토록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뒷골목이라고 해서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것도 아니었다. 간혹 환풍기를 통해 진국의 음식 냄새가 트림처럼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무언가의 이면을 보아야만 완성되는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그런 점에서 싱가포르는 뒷골목마저 정직한 느낌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면만 가꾸는 어떤 가식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이건 사실 골목 깊숙한 곳, 화분 위 식물들이 발하는 싱싱한 초록빛만으로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막다른 골목의 끝에서


골목을 끝까지 걸어본 후 막다른 지점에서 다시 돌아 나왔다.

그때 조금 전 내가 그랬듯이 어떤 서양인 백패커가 물끄러미 골목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멋쩍게 미소를 지은 후 나는 가던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그 사람은 어김없이 골목을 향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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