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덴에서
도쿄 다이토구에 왔다.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방문한 카페덴에 가보기 위해서다.
이리야역은 첫 방문이다.
역에서 막 벗어나려 할 때 어떤 일본인 할머니가 어깨를 두드렸다. 어떤 묻는 듯한 말을 던지는데 일본어를 모르는 나는 눈만 껌뻑껌뻑. 그제야 외국인이라는 걸 눈치챘는지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갈길을 간다. 아마도 길을 물어보려고 한 모양이다.
이리야역에서도 카페덴은 거리가 좀 있었다. 처음 오는 동네이기도 하니 구경도 할 겸 시간을 들여 걸었다.
업무차 이곳에 방문한 이노가시라 고로는 네기시 마을의 정취를 이야기하며 시원하고 그림 같은 동네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버드나무는 보지 못했지만 그 대신 일상을 살아가는 소소한 주민들의 그림 같은 풍경만은 눈에 담았다.
고로는 비즈니스 미팅을 가던 도중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카페덴에 들어선다. 커다란 키로 조심조심 성큼성큼 들어선 고로는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는 메뉴를 둘러보다가 커피 플로트를 주문한다.
참 아늑한 카페다. 고로의 발자취를 따라 이 카페에 찾아왔지만, 그 목적이 아니었어도 이 카페는 충분히 눈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얀색 건물 외벽 사이로 피어난 노란색 간판 입구는 그 자체로 충분히 눈에 띄었다.
고로가 앉았던 안쪽 자리가 마침 비었다. 운이 좋았다. 그가 앉았던 이 자리에 앉아 커피 플로트를 먹어볼 수 있게 됐다.
아날로그 감성이 곳곳에 스며있다. 화려한 패턴의 의자와 가지런히 놓여있는 물수건, 오래된 조명에서 새 나오는 짙은 빛과 기억을 건드리는 올드팝송까지.
때로 여행이 즐거운 건 예상을 벗어나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그게 좀 다르다.
드라마에서 본 카페의 느낌과 혼자 상상한 그 공간의 느낌이 같았기 때문이다.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온 느낌. 이 기분을 잊지 못해 영화여행을 끊지 못한다.
주문한 커피 플로트가 나왔다.
커피 위로 콘과자가 거꾸로 얹혀 있는 독특한 모양새의 음료다. 이걸 보고 고로상의 눈이 휘둥그레졌더랬지. 그는 콘이 음료에 방해된다며 냉큼 콘을 집어 거기에 아이스크림 한 스푼을 채운 후 먹어버린다. 아삭.
우유풍미의 진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입맛을 달게 한 후 '우물 안의 커피'가 보일 때쯤 커피 한 모금을 마셔보았다.
이야. 정말 맛있다.
"운치라든가 멋과는 정반대의 센스."
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고로의 음식에 대한 태도 때문이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더라도 어떤 음식을 마주하더라도 그는 한결같다. 맛이 좋든 안 좋든 장점을 떠올려 좋은 감탄의 말을 쏟아낼 줄 아는 멋진 사람 같달까. 지금 이 순간의 기쁨에 온전히 몰입하여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카페에는 두 커플 정도의 손님이 더 있었다.
북적이지 않는 조용한 느낌의 카페이다 보니 카메라를 선뜻 들기가 어려워서 기회만 엿보다가 그 손님들이 카페를 벗어났을 때 냉큼 내부의 사진을 남겼다.
당도 채웠겠다, 이제 다시 걸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