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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코드 햄스터 Oct 16. 2020

나의 삶이 언제나 불행한 것은 왜?

『스토너』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는다

책을 읽는 내내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나의 한숨들이 힘을 모아 내년 즈음엔 태풍으로 되돌아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 한편이 쿡쿡 찔리는 듯했다. 주인공에 몰입해서 그의 대화, 그의 사건마다 나의 감정이 흔들렸다. 


소설을 요약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극초반부에서 밝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 '스토너'는 평범한 교수였다. 끝끝내 정교수가 되지 못했으며, 은퇴 이후 그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평범한 주인공이 살면서 마주하는 아주 현실적인 사건들을 다룬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관통하며 느끼는 스토너의 감정을 서술한다. 역시나 이렇게 보면 재미가 없다. 자극적인 인물도, 사건도 없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몇 년 동안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데, 당시 사람들의 반응도 이해가 된다. 


살인사건도 없고, 과격한 사랑이야기도 없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굉장히 자극적이다. 현대의 자극은 '19금'으로 대표되지만 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를 자극하였다. 나를 어딘가 닮은 듯한 인물들, 나와 주변인들에게 종종 벌어지는 사건들, 그리고 나의 내면을 대변하는 듯한 스토리텔링. 나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러한 요소들이 왜 이토록 자극적인 것인지. 


책에서 '기존 관념'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나는 이 용어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했다. 용어가 쓰인 부분을 조금 인용하였다. 


'기존 관념'에 따르면, 이른바 그의 '불륜'이 진행되면서 가족과의 관계가 꾸준히 악화되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 용어의 의미를 추론하자면, '도덕 관념', '상식' 더 나아가서는 '예절'까지도 포함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용문에서도 보이듯이 그는 이러한 '기존 관념'과 본인의 다른 욕구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 관념'이라는 용어는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갈등구조가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기존 관념'에 반대되는 욕구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편의상 본능이라고 부르자.

인간은 100% 합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역시 100% 본능을 추구하는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두 가지 극단의 목소리 사이에서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스토너 역시 그랬다. 그가 '기존 관념'을 따르게 되면 그는 명성이나 직업적인 안정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속으로 원했던 본능 (예를 들면, 정의를 추구하는 용기 혹은 사랑)은 무시되었고 그는 이로 인해 고통받았다. 반대로 그가 본능을 추구하였을 땐 곧바로 '기존 관념'에 의한 압박이 시작되었다. 그가 한쪽을 선택하면 반드시 반대편에서 고통이 찾아왔다. 


돌아보면 나의 삶도 그런 순간들로 가득했다. 공부를 하면 성적과 장래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험기간에 노는 것만큼 재밌는 것은 찾기 어렵다. 운동을 하면 외모에도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참는 것은 그 나름대로 엄청난 고통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언제나 불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공부를 하면 '놀지 못해 불행', 놀면 '시험 점수가 걱정이 되서 불행', 운동을 하면 '먹지 못해 불행', 먹으면 '살 찔 걱정에 불행'. 


분명 나의 선택은 그 순간 더 큰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마음 한켠은 언제나 불행하다. 그리고 의외로 그것이 행복을 잠식하는 경우가 많다. 술에 취한 사실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어느 왕자의 친구처럼 우리도 어둠의 굴레에 빠지고 만다. 주변을 돌아보면 성실하게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정으로 그 활동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그의 대화 주제는 대부분 선택하지 못한 삶에 대한 한탄, 바람이다. 혹은 과거의 자신이 '다른 가능성을 지닌 유능한 인간'이었음을 강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상황은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한다. 


이 소설의 갈등이 이처럼 '자극적이도록' 현실적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감명을 준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 이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들의 반응은 이랬다. 


MS - 공감되는 묘사가 많았다. 사랑에 빠지고, 일하고, 삶을 회고 하고…

뒷부분을 읽을 땐 눈물이 흘렀다. 책을 덮고서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JY - 한 사람의 삶을 간접경험 할 수 있었다. 


KE - 어렸을 때는 '너무 밋밋한데?' 했지만, 다시 읽으니 여운이 남았다. 


JS -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었다. 자극적인 사건보다는 공감대로 감정을 이끌어낸 것이 좋았다. 


우리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평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적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수록 줄거리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초의 질문을 다시 떠올리자.

나의 삶이 언제나 불행한 것은 왜?

나는 독서모임에서 위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어쨌든 괴롭다. 그러니 적어도 후회는 하지 말자. 의미 없는 고통을 더할 뿐이다.' 


대충 그럴듯하다는 반응이었다. 

여러분은 이 주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여러분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질문을 끝으로 이번 주의 책 '스토너'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모쪼록 이 리뷰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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