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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hyeon Rhee Jan 15. 2020

이것은 지구의 맛이 아니다

텐동 요츠야_샤로수길



이것은 지구의 맛이 아니다. 태양계의 공력은 들여야 성취해낼 맛이다. 온 행성들이 의기투합했다. 입 안에서 행성들이 으쌰 으쌰 공전하고 으랏차차 자전한다.

수성(水星)에서 온 새우들과 목성(木星)에서 온 버섯이 반갑게 인사한다. 먼저 온 화성(火星)의 꽈리고추가 뒤늦게 바스락히 뛰어오는 토성(土星)의 연근을 다그친다. 금성(金星)에서 온 단무지들도 한 켠에서 수줍음을 애써 감추며 손을 흔든다. 그렇게 그들은 주인공은 왜 항상 늦게 오냐며 혜성처럼 긴 꼬리를 가진 장어를 기다린다.

우주의 감칠맛을 담은 쯔유 비가 내린다. 옷이 젖은 튀김들이 삼삼오오 요츠야의 다찌 앞으로 모여든다. 된장국이 미소로 맞아준다. 비 오는 날엔 역시 비루(beer)다. 산토리(suntory) 비루가 태양처럼 짜릿하다.

지구의 하늘에서는 쉽사리 모이지 않던 그들이다. 지구의 서양에서 인류는 그들의 일렬(一列)을 그랜드 크로스(Grand Cross)라 불렀다. 이 기쁨의 사건을 동양에서 한자말로 명명하노니, 텐동(天丼)이라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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