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을 배우며 3
요사이는 ‘어머나’라는 노래의 드럼 연주를 배우고 있다. ‘어머나’는 가수 장윤정이 간드러지게 불러서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다. 가사 속의 이 여성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지만 자기가 먼저 마음을 빼앗긴 것은 아니라는 듯 짐짓 시치미를 뗀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이기 때문에 무엇을 묻거나 그 밖의 어떤 것도 더 이상 ‘그러지 마시라’고 당부를 하면서 시작한다. 그것도 잠깐 노래 중반에 들어서면 일체의 내숭은 다 집어던지고 ‘처음 만난 당신’ 이지만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고 만다.
이 곡의 드럼 편곡은 드럼으로 할 수 있는 온갖 기교를 다 섞어 놓았다. 그런 기교로 내숭 떨면서도 살살 유혹을 하고 있는 어떤 여성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마치 그녀가 빨간 스커트 자락을 살랑이며 내 앞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보통 곡을 처음 배울 때는 악보 따라 한번 읽으면서 천천히 치는 자리를 익히게 한 다음, 선생님이 한번 시범으로 연주를 해 주신다. 그 연주할 때의 멋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무엇이든 능숙하게 잘하는 모습 참으로 보기가 좋다. 아름답다. 선생님의 시범 연주를 보면서 나도 저 곡을 저렇게 쳐 보고야 말리라 라는 의욕을 불태우게 된다. (물론 그 의욕은 의욕으로 그칠 때가 대부분이지만..)
‘어머나’는 아주 경쾌한 폴카 곡이다. 폴카는 ‘쿵짝쿵짝’ 하는 리듬으로 우리와도 매우 친숙한데 드럼으로 이 리듬을 치려면 ‘스네어(Snare) 드럼’을 아주 많이 쳐야 한다. 스네어 드럼이란 보통 작은북을 말하는 것으로 드럼 세트 중에 가장 바쁘게 일하는 녀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북은 한쪽을 가죽으로 메워 두드리는 면으로 쓰고, 아래쪽에는 강철선을 감은 스네어(울림줄)를 가로질러 놓았다. 이 울림줄 덕분에 스네어는 가죽의 공명 소리와 함께 강철 특유의 힘차게 파고드는 소리를 함께 낼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왼손으로 친다는 것이 초보자들에게는 문제가 된다. 드럼 연주에서 기초로 배우는 것은 대체로 디스코 리듬이다. 디스코는 보통 ‘쿵칫따칫’하는 식의 리듬으로 ‘따’ 부분에서 왼손으로 스네어를 치게 된다. 그러니 네 박자에 한번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지. 그에 비해 폴카 리듬은 쿵짝쿵짝의 소리 가운데 ‘짝’에 해당하는 박자에서 스네어를 친다. 네 박자 가운데서 왼 손을 두 번 쓰는 셈이다. 무엇을 해도 어줍은 왼손의 쓰임이 두 배가 되었기에 내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아주 확실하게 경험하게 된다.
거기다 ‘꿍짜작꿍짝’ 하고 리듬이 변형된 부분이 나오면 완전 비상이다. 한 박을 같은 속도, 같은 길이감으로 나누어 ‘짜짝’하고 연주를 해야 하니 작은 극기훈련이 되었다. 그렇다고 바라만 보고 있다고 그것을 해결할 수는 없잖겠나. 드럼을 만질 수 있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뿐이니 연습실에서 이 곡을 완성한다는 것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은 뻔한 일이었다.
궁리 끝에 집에다가 드럼연습소(?)를 차렸다. 컴퓨터로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 놓고 그 앞에 방석을 올려놓아 북(치는 곳)을 만든 뒤, 나무젓가락에 미용솜을 둘둘 말아 드럼 스틱을 만들었다. 연습소가 완성되었다. 그리고는 틈만 나면 연습을 했다. 특히 쿵짜작쿵작 하는 부분을 집중으로.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던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니 어어? 고지가 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 ‘짜작’이 왼손으로 연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즐겁고 기쁠 수가. 거듭된 연습으로 그것을 하는 방법을 알아내니 어렵고 두려웠던 부분이 차츰 즐거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모르면 두렵고 알면 즐겁다. 드럼을 배우며 다시 느끼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