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기서는 크게 <감동>과 <삶>과 <표현> 세 가지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감동
우리가 어떤 글을 읽었을 때 “참 재미있는 글이다.” 혹은 “아무 맛도 없는 글이다.”라고 한다. 이 ‘재미’ ‘맛’이라는 것이 바로 감동이다. 아무리 현란한 문구와 요란한 수식을 장황하게 매단 글이라도 감동이 없으면 그 글은 죽은 글이다. 재미· 맛· 감동, 이런 소박하고 단순한 느낌이 가장 확실하고 틀림없는 글에 대한 평가이다.
*삶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은 삶을 찾아 주는 교육, 삶을 지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글에서 삶을 문제 삼는 것은 우선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쓰고 있는가 하는 점부터 보아야 한다.
삶이 드러나 있는가
삶의 태도가 어떤가
삶에서 우러난 느낌이나 생각이 제 것으로 되어 있는가.
그 나이에 알맞은 삶의 태도, 생각과 깨달음이 있는가
삶의 태도나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그 점을 지적하고 그 까닭을 말한다.
삶이 없는 글이라면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남에게 읽힐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 본다.
*표현
정직하게 쓴 글인가
자세하고 정확하게 써야 할 부분이 그렇게 씌어 있는가?
꼭 쓰고 싶었던 것, 글의 알맹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가?
쉬운 말로 썼는가? 자기의 말로 썼는가?
이런 기준으로 좋은 글을 살펴보았습니다.
도둑고양이
김정은(초등 2학년)
슈퍼 앞에 차 있는데 뒤에 고양이가 있었다. 다운이 오빠는 그 고양이가 도둑고양이라고 하면서 막 돌멩이를 던졌다. 고양이는 맞아서 막 소리를 내면서 도망갔다. 다리가 아픈지 절뚝거렸다. 나는 '고양아 빨리 도망가라'하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불쌍해서 고양이를 자꾸 봤다.'다운이 오빠야, 그러지 좀 마라.'
이 글에서는 정은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든 것이 귀하다는 사실을 이 글에서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오늘날 '다운이' 같은 많은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글입니다.
좋은 글이란 이렇게 읽는 사람의 가슴에 무언가 '참 그렇구나'하는 울림을 주는 글을 말합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이 글을 쓰기 위해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은 아니겠지요? 정은이의 평소 따뜻한 마음이 글을 통해 나타난 것입니다. 이렇듯 좋은 글이란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생활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글을 쓸 것을 아이들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착하고 따뜻하고 바른 사람으로 기르는 교육이 앞서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불
김미라(5학년)
어젯밤의 일이다. 나는 자다가 어쩌다가 잠이 깨졌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들어오셨다. 나는 그냥 눈을 감고 자는 척하고 있었다.
엄마는 나한테 오시더니
"이구, 우리 딸내미."
그러시면서 머리를 쓸어주셨다. 그리고는 이불을 끌어다가 어깨까지 폭 덮어주셨다. 나는 갑자기 기분이 포근해지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까 아빠도 오셨다.
"뭐 해? 애 자는데."
아빠가 그러셨다. 엄마는
"이봐요. 우리 딸내미가 이렇게 컸네요. 지 엄마 돈 번다고 그냥 혼자 컸어요."
그러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올라고 하는 거를 꾹 참았다.
그랬더니 아빠가
"짜식, 신통하잖아. 당신 딸 참 잘 낳았다." 그러시면서 이불을 꼭꼭 눌러 주셨다.
그리고는 내가 깰까 봐 걱정하시면서 엄마랑 아빠는 나가셨다.
낮에는 맨날 꾸중만 하고 소리만 지르는 줄 알았는데 내가 잘 때면 맨날 이렇게 오시는 걸까? 나는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따뜻하게 느껴져 오는 글입니다. 이런 글은 어떤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이 있어야만 쓰는 게 아닙니다. 생활하면서 있었던 삶의 한 조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쓰면 되겠지요. 온기가 있는 생활이 이런 온기가 있는 글을 쓰게 합니다.
진정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을 마음 깊이 경험하고 그것을 또렷이 표현해 본 아이는, 동시에 자기가 어떻게 해야 어머니 아버지가 즐겁게 생활하는가 하는 것도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답니다.
똥
이성훈 (서울 가원국 4년)
백화점에서 나올 때였다. 갑자기 똥이 마려웠다. 버스 안이라서 똥을 눌 수가 없어 30분 동안 똥을 참았다. 똥이 나오려고 그러면 배에 힘을 주어 똥이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면 뱃속에서 꼬르륵꼬르륵하며 똥이 들어간다. 그러다 또다시 똥이 똥구멍으로 나와 팬티에 묻을 것 같아 불안하였다.
드디어 우리 집 앞에 도착하였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니 똥이 마려웠다. 그때 글쓰기 선생님이 오셨다. 집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화장실로 갔다. 갑자기 설사가 "투투투 뽀르륵!" 소리를 내면서 나왔다. 똥을 다 누니 속이 후련하였다. 그런데 똥을 닦으려고 하니 휴지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엄마, 큰일이야 큰일! 휴지가 없어."라고 말하니 엄마가 휴지를 갖다 주었다. 참 급한 하루였다.
이 글은 그 일이 있었던 상황을 꼼꼼하게 적고 있어서 읽는 사람들도 '급한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실감 납니다. '우리 아이는 글을 못 써요.'하고 걱정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이가 쓴 글을 지금 다시 한번 보세요. 혹시 대충대충 쓰고 있지는 않은지… 글을 잘 쓰기 위한 또 하나의 비결은 글을 정성껏 쓰는 것입니다. 정성껏 써야 실감 나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실감 나는 글은 읽을 맛이 있습니다.
나의 눈물
김원진(5학년)
오늘 밤 10시쯤 엄마가 들어오셨다. 나는 방을 안 치워 댄통 혼났다. 근데 엄마가 이렇게 나에게 말했다.
"엄마는 일하면서 앉지도 못 했는데 이렇게 걱정을 해야 해?"
하는 소리를 들었다.
난 그 말에 (엄마가) 밥도 못 먹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난 엄마에게 보이고 싶지 않지만 보이고 말았다. 엄마께서 이렇게 말했다.
"왜 울어!"
"아냐."
"왜 울어 왜?"
"그러면 밥도 못 먹고 다리도 아프고 매일 나가야 하잖아. 그니까 눈물이 나지."
"그렇다고 엄마가 일을 안 하면 어떻게(돈을) 벌을 거야."
"그니까 쉬면서 하고 밥 먹어. 그래야 힘이 나지."
가슴이 찡해지지요? 일을 나가셨던 엄마가 10시쯤 들어오셨는데 그때까지 방을 치우지 않고 있다가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는 일하면서 앉지도 못한다."라고 하는 말이 원진이의 가슴에 박힙니다. 엄마가 고생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그 눈물마저도 엄마가 걱정하실까 봐 보이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밥도 제 때 못 먹고 다리도 아프지만 날마다 일을 나가야 하는 엄마한테 일도 좀 쉬면서 하고 밥도 챙겨 드시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어머니와 딸의 모습이 잘 나타납니다. 대개 아이들이 무슨 자랑할 일, 칭찬받을 일은 자신 있게 글로 나타내지만 이렇게 좀 어려운 이야기는 좀체 쓰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나타내 보이는 글이 그래서 더 귀하다고 하겠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렇게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는 원진이는 다른 어떤 일에도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리라 생각됩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하시는 일
박희연(하안북 3)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정육점을 하신다. 그 힘든 정육점을 왜 골랐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일하시는 걸 보면 몸이 축 늘어져 있고 얼어붙은 고기를 자를 때에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코에 힘이 팍팍 들어가고 몸이 붕 뜬다.
어머니가 돈까스를 누를 때에는 손이 빨개지고 돈까스 양념 만들 때에는 양념을 젓느라고 볼이 흔들리신다. 그래서 내가 지켜보다가 양념을 한 번 저어보니 나한테 보통 일이 아니다. 어머니께
"돈까스 좀 눌러볼게요." 하니까
"안 돼."라고 했다.
내가 힘들어할까 봐 그런 것 같다. 손님하고 이야기하실 때는 웃으시며 이야기를 하신다.
손님이 가시면 축 늘어진다. 어머니 아버지는 손님에게 돈을 드릴 때 꼭 두 손으로 드리고 고기를 손님에게 드릴 때 손님이 모른 체하면 큰 소리를 내려고 하다가 참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 아버지 어머니를 보면 참 속상하다.
어머니 아버지가 힘들여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고 있습니다. 글을 구체로 쓴 것도 돋보이지만 바르고 든든하게 살아가는 부모님의 모습과 그런 부모님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중학생
최상헌(상천 4)
다른 때 보다 오늘은 서예학원을 조금 늦게 갔다. 중학생 형들이 있었다. 그 형들은 버릇이 엄청 나빴다. 선생님께
"빨리 검사해 줘여. 아이 참."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 형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뭘 봐."
하고 말했다. 무척 화가 났지만 참았다. 선생님께서는 검사를 해 주시고 자꾸 그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선생님이었으면 몽둥이를 들고 그 형을 많이 때렸을 것이다. 정말 나는 그런 중학생 형들이 싫다.
몇 년 있으면 나는 중학생이 될 것이다. 오늘 마음에 안 드는 그 형의 모습을 보고
중학생이 된 내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버릇없고 건방진 중학생이 아니라 공손하고 예의 바른 의젓한 중학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버릇없이 구는 어떤 중학생의 모습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함께 적었습니다. 자신이 본 일, 들은 일 (중학생이 했던 행동, 말투 따위)을 잘 생각해 내서 또렷이 적어 놓고 있어서 읽는 사람도 글쓴이의 말에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몇 년 후에 나는 어떤 중학생이 되겠다고 써놓은 생각도 아주 훌륭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이미 '공손하고 예의 바르고 의젓한' 아이일 것 같습니다. 가치 있는 생각과 태도에서 가치 있는 글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