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힘 기르기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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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4학년, 여)
친척들과 영종도에 갔다. 처음에는 차를 타고 가다가 배를 탔다. 위층에 올라갔는데 너무 더웠다. 영종도에 도착해서 강 같은 곳에서 발을 담그고 놀았다. 양말을 벗고 친척 선희와 달리기 시합을 했다. 내가 져서 신경질이 났지만 재미있었다. 그런데 내가 넘어져서 옷이 다 젖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준비해 오신 옷으로 입었다. 바다에는 갯벌이 있었다. 꽃게들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물릴까 봐 선희와 뛰어다녔다.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다. 또 이렇게 좋은 곳에 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정말 정말 즐거운 날이다.(1998. 7. 20. 일기 날씨 맑음)
이 글에는 영종도에 가는 여정, 선희와 달리기 시합한 일, 개펄에서 꽃게를 본 일 따위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너무 간단하게 대강대강 적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유형의 글입니다.
또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행을 바꾸지 않고 하나의 문단으로 쓴 것을 보면 문단에 대한 의식이 없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한 대목이라도 힘들여 자세히 써야 하는데 글의 중심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겉 스쳐 지나가듯 적어 놓아서 재미가 없는 글이 된 것입니다.
4학년 정도 되었으면 문단이 '어떤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라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얼거리 짜기가 제대로 되면 어느 정도 문단에 대한 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얼거리를 짜고 글을 쓰게 하면 오히려 글이 딱딱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마땅하지 않다면, 거꾸로 자기가 쓴 글을 놓고 스스로 문단을 나누어 보게 하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관심이 가장 큰 어떤 문단(이야기) 하나라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써 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세히 쓰기 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이렇게 뼈대만 앙상한 글을 쓰게 됩니다.
♧ 하고 싶은 말을 생생하게
자세히 쓰기 지도는 시시콜콜 모든 것을 자세히 쓰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의 관심이 어느 부분에 가장 많이 쏠려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그 아이가 꼭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도록 이끌어주는 꼭 필요한 지도입니다. 모든 아이에게 모든 시간에 '자세히 써라'하고 말할 일이 아니라 그 아이에 맞게 다가가는 방법도 각각 달라져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