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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령 Apr 22. 2020

글쓰기와 창의성

♧ 글쓰기와 창의성     

  ‘우리 교재의 방법으로 글을 쓰면 창의력이 늘어납니다.’ 하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곳을 보았습니다. 어떤 자신이 있어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글 쓰는 ‘방법’으로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그 떠오른 것을 글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으로 창의력이 자라는 것은 아니라, 글쓰기 이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바탕으로 자란다는 이야기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일상생활에서는 ‘쓸모없고 더러운’ 강아지똥을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작품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강아지똥이 민들레와 한 몸이 되는 구체 상황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의미가 창조된 것이지요. 글을 쓰는 ‘방법’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새롭게 창조해 낸 이미지를 글로 나타낸 것입니다. 창의적인 글쓰기도 기발한 발상에서 비롯한다고 하기보다는 대상에 대한 깊은 성찰, 그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어떤 주제와 자꾸 연관시키는 것은 글쓰기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해 보고 즉석에서 떠오르는 엉뚱한 생각을 글로 표현해 보는 일, 아이들하고 즐겁게 해 볼 만한 일입니다. 이것은 생각하기 공부잖아요? 생각이 커지면 글도 자라겠지만 생각하는 훈련만으로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자꾸 ‘생각’으로만 글을 쓰게 되면 글 쓰는 힘이 붙지 않습니다. 무슨 ‘상상력을 키워 주는 글쓰기 방법’ 이런 문구에 현혹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글쓰기를 대하려고 하는 것은 참된 글쓰기 교육이라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한 일을 솔직하게 쓰고 그러면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해 나가면서 그 안에서 바르고 착하게 사는 길을 찾고 익혀 나가는 것이 진정한 글쓰기 교육입니다.     

 

1. 몸으로 겪어 보기     

 몸으로 겪어 보는 것은 아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가꾸어 주는 비결입니다. 흔히 체험학습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요. 무엇인가를 실제로 해보는 일....

  우리는 체험 학습하면 대체로 갯벌 탐사, 동굴 탐험, 수풀 생태 체험…. 이런 것들을 먼저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그런 것들은 새롭고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놀이도 돈을 주고 노는 세월이 되다 보니 체험이라고 하면 어딘가 에 가서 보고 듣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형편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일을 한번 생각해 볼까요? 엄마가 김치를 담그는 날입니다. 김치 담그는 일은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하는 큰일이지요? 엄마는  힘들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아이는 그 일이 참 재미있어 보여요. 그래서 “엄마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하면서 다가옵니다. 어쩌다가 “그럴래? 그래, 너도 한번 해 봐라.” 하면서 자리를 내주는 엄마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돼. 이거 고춧가루라서 매워. 저리 가.” 하고 말리게 됩니다. 아이는 더욱 해보고 싶어서 엄마를 조르다가 나중에는 슬그머니 김치 양념 속으로 손을 쑤욱 집어넣으려고 합니다. 그러는 순간 “너 숙제 다 했어?” 불쑥 이런 말이 나와요. 그런데 이 눈치 없는 녀석이 “숙제 다 했단 말이에요.”하고 볼멘소리를 하네요. “숙제 다 했으면 들어가 공부해! 책 봐! 이런 거 만지지 말고.” 아이들이 저지레 하는 것이 귀찮아서, 혹은 책을 보고 공부해야 할 시간에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이 못마땅해서 이렇게 말립니다. 그러고 나서는 김치 박물관에 ‘김치 담기 체험학습’엘 보내요. 이게 우리들의 현 모습이지요.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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