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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령 Apr 22. 2020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좋은 교사

♧ 적확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 좋은 교사     

  그렇다면 어떻게 새롭게 볼 수 있을까요? 그것은 무엇보다도 보는 사람 스스로가 관심을 갖고 그것에 끌려서, 그것에 홀려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이 잘 안된다면 ‘잘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지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으로는 아주 익숙하고 아무렇지 않은 것에도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을 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3층에 있는 우리 교실까지 올라가는데 계단은 몇 개가 있었나?’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의 우체통은 어디에 있나?’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노란색 꽃은 어디에 피어있을까?’ 이런 것들입니다. 이런 질문으로 만사 시큰둥하던 생활 습관이 금방 바뀌거나 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언뜻 그 대상이 눈에 들어오면 아참, 우리 엄마가(우리 선생님이) 저게 몇 개냐고 하셨지? 한번 헤아려 볼까? 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지요.

  수염이 하얗고 풍성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습니다. 한 아이는 그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궁금한 거예요. ‘저 할아버지는 수염을 어떻게 하고 주무실까? 이불속에 넣고 주무실까 이불 밖으로 빼고 주무실까?’ 그래서 하루는 할아버지께 어떻게 주무시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할아버지 대답이 금방 안 나오는 거예요. 30년 동안 수염을 길러왔는데 어떻게 하고 잤는지 기억이 통 안 납니다. 그래서 “얘, 아가. 내가 하룻밤만 자고 알려 주마.”하셨습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 수염을 이불속에 넣고 잠을 청해봅니다. 너무 답답하네요. 이렇게 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싶어 다시 이불 바깥으로 빼놓아 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너무 허전해요. 밤새도록 수염을 넣었다 뺐다 하느라고 잠을 설쳤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이런 질문 거리를 찾아 아이들이 ‘생각’ 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훌륭한 교사라는 것이지요. 적확(的確)한 질문으로 아이들의 사고를 자극시킬 것,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 두 번째입니다.     

 ♧ 엉뚱한 생각은 곧 창의력?     

  교육 과정에서도 ‘창의력’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고, 창의력이 경쟁력이라는 말도 있으니 창의력이나 상상력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창의력이나 상상력은 사람이어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아이들의 창의력을 크고 넓게 키워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창의성을 길러준다는 학원이나 학습교재도 그렇게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창의력 교육이라는 것이 생각하는 ‘방법’만 강조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대상을 새롭게 봐라, 엉뚱하게 봐라, 거기에다 무엇을 더해봐라, 빼봐라, 그것을 다른 데 쓴다면 어디에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생각해 봐라….’ 하는 식입니다. 원이나 선을 보여주고 이것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다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이야기해봐라 합니다. 

  오해하진 마세요. 이런 방법들이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하고 즐겁게 해 볼 만한 일들이에요. 그러나 이런 것을 마치 창의력의 모든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창의력이란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를 굴리거나 공상을 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보더라도 제대로 보고 그것을 끈질기게 생각하는 과정에서 태어나는 것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말이지요. 

  창조의 기쁨은 자기 속에 잠자고 있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재능이나 자질을 찾아내는 기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서는 나 자신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기쁨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천재가 아닌 보통 사람이 무언가를 창조하려면 그 이전까지 ‘배우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골고루 배우고 안 것을  바탕으로 창의력도 커지고 자라납니다. 

  엉뚱한 생각이라고 무조건 창의적인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생각이 ‘엉뚱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적합한지,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하는 데까지 발전해야 진정한 창의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잘 관찰하고 배우면서 떠오른 새로운 생각, 그것이 적합성과 유용성으로 현실에 접붙이기가 잘 될 때 우리는 진정한 ‘창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창의성도 삶의 문제와 맞닿아 있지 않다면 허공에 뜬 공상에 불과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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