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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터러스 Aug 16. 2023

음소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는 아기들

아기 때부터 있는 음소 구별 능력

다양한 음소를 발음할 수 있는 인간


태어나자마자 아기들은 신비로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 중 하나는 음소, 즉 단어의 의미를 바꾸는 최소의 소리 단위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단순히 귀로 듣는 능력만을 넘어서, 언어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뇌의 능력을 반영한다.


그런데 음소 구별 능력은 언어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달한다. 

영어와 한국어는 각각의 특별한 음성 및 음운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경에 따라 언어 습득 초기 아이들이 다르게 소리를 인식하거나 구별하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영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영어의 특성상 다양한 파열음과 마찰음을 자주 듣게 되므로 이러한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반면, 한국어에는 파열음의 세 가지 다른 발음이 있다. 즉, 경음, 평음, 거센소리의 차이를 구별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국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이러한 구별을 중점적으로 학습한다.


영어 사용자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워하는 한국어 경음, 평음, 거센소리의 차이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자.


평음 (Plain sounds):


이것은 표준 발음으로 생각되며, 다른 특별한 특성이 없는 소리이다.

예시: ‘ㄱ’의 ‘가’, ‘ㄷ’의 ‘다’, ‘ㅂ’의 ‘바’


경음 (Tense sounds, 또는 Fortis sounds):


더 강한 힘으로 발음되는 소리이다.

우리 목소리가 더 강하고 긴장된 느낌으로 들린다.

예시: ‘ㄲ’의 ‘까’, ‘ㄸ’의 ‘따’, ‘ㅃ’의 ‘빠’


거센소리 (Aspirated sounds):


발음할 때 공기가 더 많이 나오는 소리이다.

거센소리는 영어에도 비슷하게 존재하는데, 한국어의 거센소리와 비슷한 영어 발음 예로는 'pat', 'tat'에서의 'p'와 't'를 들 수 있다.

예시: ‘ㅋ’의 ‘카’, ‘ㅌ’의 ‘타’, ‘ㅍ’의 ‘파’


이 세 가지 차이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 사람들에게는 발음 구별이 어려울 수 있으나, 한국어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이 세 가지 발음 차이를 자연스럽게 구별하고 사용한다. 한국어 환경의 아기들은 ‘달’, ‘딸’, ‘탈’과 같이 자음이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미묘한 의미 차이를 이해하고, ‘가', ‘까', ‘카'를 빨리 발음해도 쉽게 구별해낸다.


영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영어의 특성상 다양한 파열음과 마찰음을 자주 듣게 되므로 이러한 소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마찰음(Fricatives): 마찰음은 구강 내의 특정 위치에서 입술, 혀, 또는 기타 구강 구조물이 서로 가까워져 공기의 흐름을 좁혀 마찰을 발생시키는 소리이다. 이 마찰로 인해 소리가 발생합니다. 'f' (영어의 'fish'에서)와 'v' (영어의 'voice'에서)는 마찰음의 예이다.


파열음(Plosives): 파열음은 구강 내에서 공기가 완전히 막혀있다가 갑자기 풀리면서 발생하는 소리이다. 'p', 'b', 't', 'd', 'k', 'g' 등은 파열음의 예이다.


마찰음과 파열음을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하면 ‘fork(포크)’를 가져달라고 했는데 ‘pork(돼지고기)’를 가져다주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같은 파열음 내에서도 유성과 무성을 구별하는 능력도 발달한다. 


'p'는 무성 파열음이며, 이는 마찬가지로 발음 시에 성대가 진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b'는 유성 파열음이며, 발음 시에 성대가 진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성과 무성을 구별해서 발음하지 못하면 ‘bus’ 같은 간단한 단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영어 환경에서 아기들은 유성 파열음인 'b'와 무성 파열음인 'p'를 구별하는 데 Voice onset time (VOT)의 차이를 구별한다. 30밀리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두 소리의 차이를 구분해내데 아기는 뛰어난 음소 구별 능력으로 25밀리초 이하는 ‘b’로, 30밀리초 이상은 ‘p’로 구별한다. 


이러한 것을 아기들의 반응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실험도 많이 있다. Patricia Kuhl은 영아의 초기 언어 습득과 뇌의 역할에 대한 비교적 초장기 연구자로 잘 알려져 있다.


Kuhl은 영아가 어떻게 모국어의 소리를 구별하게 되는지 연구한 바 있다. 그녀의 연구에서, 영어 환경에서 태어난 영아들은 생후 6~8개월경에 영어의 'r'과 'l'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지만, 일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기들은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1~4개월에는 영어의 'r'과 'l'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지만 일본어에 대한 구별 능력이 생기면서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일본어에도 ‘r’ 이 있지만 영어의 'r'과 'l'과는 다르다. 스페인어의  ‘'r’이 있지만 그것은 영어와 일본어와 또 다르다. 


영어의 'r' 발음 시에는 입술은 약간 움켜잡힌 채로 벌어지며, 혀의 뒷부분이 상악에 가까워진다. 입 안 전체를 사용하여 깊고 넓은 소리를 만든다.


스페인어의 'r', 특히 강한 'rr' 발음은 혀의 끝을 상악에 빠르게 튕겨내면서 발음한다. 입술은 약간 벌어지고, 혀는 바빠서 짧은 소리를 여러 번 반복하여 굴리는 소리를 만든다.


일본어의 'r'는 입술은 자연스럽게 벌어진 상태에서, 혀의 앞부분을 상악에 가볍게 닿게 하여 발음한다. 이 때 혀가 미끄러지듯 움직이면서 부드럽고 가벼운 소리를 만든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정말 정확하게 구별하고 싶은 사람만 보기 바란다. ‘real’을 가지고 설명하였다.


영어 - real (뤼얼)


발음 위치: 혀의 뒷부분이 상악의 뒷부분에 가까워집니다.

입술의 모양: 일반적으로 약간 움켜잡힌 채로 자연스럽게 벌어집니다.

혀의 모양: 혀는 곡선을 그리며 위로 향합니다. 혀의 중앙부분이 상악에 닿거나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리: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r'은 영어에서는 약간 깊고 연장되는 소리로 들린다.


스페인어 - real (레~알)


발음 위치: 단어의 시작에 오는 'r'은 강하게 굴림 발음으로, 혀의 끝이 상악에 빠르게 튕겨져 나옵니다.

입술의 모양: 입술은 자연스럽게 벌어지거나 약간 움켜잡힌다.

혀의 모양: 혀의 끝을 상악 앞부분에 여러 번 빠르게 튕기며 발음합니다.

소리: 'r'은 짧고 튕기는 소리로 들린다.


일본어 - リアル (리아루)


발음 위치: 혀의 앞부분이 상악의 앞부분에 가볍게 닿습니다.

입술의 모양: 입술은 자연스럽게 약간 벌어집니다.

혀의 모양: 혀는 상악 앞부분에 가볍게 닿는다. 그러나 영어나 스페인어와 달리 깊게 굴리거나 튕기지 않습니다.

소리: 'r'은 부드럽고 가벼운 소리로, 'l'과 'r' 사이의 소리로  들린다.


이렇게 각 언어의 'r' 발음은 입술과 혀의 위치, 그리고 입 안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세 언어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이러한 차이점을 통해 각 언어를 구별할 수 있다. 아기들은 입술과 혀의 움직임을 보지도 못하였는데 구별하고 나중에는 똑같이 흉내낸다. 그리고, 머리속에는 반복하게 들으면서 흉내내면서 음소의 데이터베이스를 머리속에서 쌓아간다. 모국어 발음을 익히게 되면 음소를 구별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진다.


대신, 모국어 발음을 익히면 다른 나라의 발음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모국어 선호가 생겨난다.  그렇게 모국어는 빠르게 구별할 수 있지만 외국어는 구별하는 능력을 사라지면서 나이가 들면 외국어 발음을 다시 익히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음소(단어의 의미가 바뀌는 최소 단위)를 구분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고, 반복해서 들으면서 모국어 음소의 데이터베이스를 머리속에서 쌓아간다.

영어 환경의 아이들은 다양한 파열음과 마찰음을 구별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반면, 한국어 환경의 아이들은 경음, 평음, 거센소리의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을 발전시킨다.

Patricia Kuhl의 연구에 따르면, 모국어 선호 / 구별 능력이 생기면서 영어 환경에서 태어난 영아들은 영어의 'r'과 'l' 소리 차이를 구별하는 반면, 일본어 환경의 아기들은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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