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가 아니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베트남 사람과 매일 저녁에 언어 교환으로 전화 통화를 할 때의 일이다. 내 파트너는 한국어에 열정이 정말 많고, 한국어를 좀 더 잘하게 되어서 베트남에 있는 한국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학원에 갔다 와서 나에게 물었다.
"한국어에도 성조가 있어요. 오늘 한국어 학원에서 성조가 잘 안 돼서 힘들었어요."
그 당시 나는 베트남어의 여섯 개의 성조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던 때였다. 네 개의 성조를 가진 중국어를 이미 오랫동안 공부해서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나는 약간 격양되어서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한국어에는 성조가 없어요."
"오늘 학원에서 해요. 해요? 해요! 발음들을 못 해서 힘들었어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성조가 아니면 뭐라고 설명하지. '억양'이라는 단어는 알까? 나는 일단 한국어에도 말의 리듬이 있고, 리듬에 따라서 말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동안 그 리듬을 여러 날에 걸쳐서 연습시켜줘야 했다.
다음은 "해요"를 성조와 비교해서 정리해 본 것이다. 베트남의 6성을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그나마 많은 사람이 성조를 알고 있는 중국어와 비교해 보았다. 중국어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안 읽고 그냥 넘어가면 된다.
중국어 첫 번째 성조 1성: 고르게, 평탄하게 (例: 妈 mā)
해요~ [중국어 1 성과 비슷한 억양, 고르게]
예문: "매일 운동해요~ 건강해져요~"
중국어 두 번째 성조 2성: 상승하는 성 (例: 麻 má)
해요? [중국어 2 성과 비슷한 상승하는 억양]
예문: "오늘 저녁에 회식해요? 시간 괜찮아요?"
중국어 세 번째 성조 3성: 처음에는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성 (例: 马 mǎ)
(놀람이나 의문을 나타내면서) 해요? [중국어 3 성과 비슷한 처음에는 내려갔다가 마지막에 올라가는 억양]
예문: "못 믿겠는데... 정말 그렇게 해요?"
중국어 네 번째 성조 4성: 뚝 떨어지는 성 (例: 骂 mà)
해요! [중국어 4 성과 비슷한 뚝 떨어지는 억양]
예문: "빨리 해요! 늦었어요!"
평서문인 "해요."는 1 성이나 4 성 둘 다 가능하다. 평탄하게 말할 때도 있고, 뚝 떨어지는 억양을 가질 수 있다. 억양에 따라서 뉘앙스가 상황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사실 외국 사람들과 언어 교환이나 언어 교정 사이트에서 보면 한국어 말이 끝나는 부분, 어미 부분의 발음이 어려워서 들려달라는(음성을 올려달라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내는 발음의 높낮이나 억양이 이상한지 봐달라는 사람들도 많다. "했어요." "먹었습니다."를 덜 어색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면 한국어 중급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만큼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 마지막 말이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말의 높낮이와 억양으로 성조처럼 의미가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의도, 말의 방향이 정해진다. 해요. 해요? 해요~ 해요! 는 각각 정보전달/의지, 의문, 부탁, 청유로 말의 의도가 완전히 다르다.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게 되면 대충 눈치로 찍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이해하면 이상한 대화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의도 부분의 듣기 말하기는 초급 탈출의 열쇠
사실 외국어의 패턴으로 공부하는 책들을 보면 이 의도를 구분하는 부분을 연습하는 책들이 상당히 많다. 초급에서 벗어나서 어느 정도 대화를 이어가려면 의도전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도를 전달하는 부분이 영어에서는 앞부분에 나온다. 영어 패턴의 "Shall we?" "I think that~" "Can I ~" "Would you like to~" 등이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나와야 어느 정도 기본 대화가 가능하다. 어순과 문법이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 초급자가 원어민과 만나면 특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알아듣기도 힘들고 빨리 입에서 튀어나오지도 않는다. 특히 영어처럼 어순이 다른 언어는 의도의 위치가 달라서 더욱 어렵다.
억양과 발음의 높낮이와 함께 반복 연습이 중요
위에 말한 의도 부분의 발음은 원어민이나 선생님에게 자신의 발음과 억양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반복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화하면서 굉장히 자주 반복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원어민 입장에서는 계속 틀리거나 어색하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다. "What?"을 유발해서 초급자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아직 어떤 언어의 기초 대화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집중적으로 연습하자.
듣기 연습:
자주 언어를 듣는 것은 발음과 억양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 중요하다.
초급자라도 뉴스, 드라마, 노래, 팟캐스트 등 다양한 오디오 및 비디오 자료에서 의도 부분만 따라 연습해 볼 수 있다. 딱딱하고 천천히 발음하는 교재의 음성 파일보다는 일상적인 억양과 발음을 듣는 게 도움이 된다. "Would you like to" 를 "우드 유 라이크 투" 보다는 일상적으로 "우져라잇더" 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녹음과 비교:
자신의 발음을 녹음한 후 원어민 발음과 비교하면서 차이점을 파악하고 수정한다. 잘 안 되면 입 모양이나 혀의 움직임을 자세하게 보여주거나 설명한 자료를 찾아서 본다. 유튜브에도 입 모양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자료들이 있다. 교정받는 웹사이트나 앱에서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원어민과의 대화 연습:
언어 교환 파트너를 찾거나, 언어 학습 앱/플랫폼을 활용하여 원어민과의 대화를 자주 연습한다. 대화가 어려우면 양해를 구하고 서로 발음 교정해주기만 해도 좋다.
소리 내어 읽기: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억양과 발음의 높낮이를 연습한다. 오디오북 앱이나 스크립트가 있는 유튜브 채널이나 팝캐스트도 도움이 된다.
피드백 받기:
원어민이나 선생님에게 자신의 발음과 억양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교정을 받은 것은 머리에 오래 남는다. 화상이나 전화 외국어 교사들도 교정을 특별하게 요청하면 흔쾌히 해준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말의 끝나는 부분이나 어미 부분의 발음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이 부분을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사람은 중급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한국어에서 끝나는 부분은 말의 의도를 전달하는 부분으로 영어는 앞부분에 나온다. 초급에서 탈출하여 어느 정도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다.
일상적인 억양과 발음 자주 듣기, 자신의 녹음과 원어민 발음 비교, 원어민과의 실제 대화, 소리 내어 읽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발음과 억양을 연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