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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터러스 Sep 09. 2023

"Girl"를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운 이유

혀, 입술, 목, 구개, 그중에 제일은 '혀' 이니라

영어에서 발음이 어려운 자음


Girl, Car는 누구나 아는 단어지만, 영어를 오래 한 사람들조차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3 중 자음 연쇄 (str, spl...) 같은 자음 발음도 어렵지만 한국사람에게 발음하기 어려운 자음들이 있다.


- 이 글의 음운에 대한 모든 명칭이나 설명은 IPA (국제 음성 기호) 기준으로 작성되었음.


한국인에게 "Girl"을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운 이유는 2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는 'g', 'i', 'r', 'l' 4 글자 모두 한국어 발음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연습하다 보면 쥐가 날 것 같이 혀의 움직임이 많고 정확한 위치 잡기가 쉽지 않다.


다음은 "g", "i", "r", "l" 4 철자를 어떻게 발음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지금 정확하게 연습하고 싶지 않다면 읽어보지 않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면 된다.


g in "Girl": 영어의 [g]는 혀의 뒷부분이 경구천(soft palate)에 닿는 후설 폐쇄음이다. 반면, 한국어의 ㄱ은 발음 위치나 주변 음절에 따라 다르게 발음되며, 초성에서는 [k]와 유사하고 중성이나 종성에서는 [g]와 유사하다. 그러니까, "Girl"에서 g는 초성인데, 한국어 'ㄱ'은 초성에서 [k]와 유사하게 발음되니 다르다.


i in "Girl": 미국 영어의 "girl"에서 'i'는 특별한 모음음을 만든다. 혀의 중앙 부분이 높아지먼서 입술이 둥글게 벌어지면서 발음된다. 한국어의 ㅣ는 영어의 [i]와 비슷하나, 발음 시간이 짧다. 한국어의 'l'보다는 '어어어' 하면서 약간 놀랄 때의 모양이 된다.


r in "Girl": 영어의 [ɹ]는 혀의 뒷부분이 경구천에 가깝게 다가가지만 완전히 닫히지 않는 뒤쪽 유음이다. 한국어의 ㄹ은 "라"에서 [l]과 유사하게 발음되고, "발"에서는 [ɾ]과 유사하다.


l in "Girl": 영어의 [l]은 혀 끝이 상단 치아 뒤나 구개에 닿아서 발음되는 유성 유음이다. 한국어의 'ㄹ'은 이와 유사하나 발음 시간이 짧다.


"Girl"을 한국어 발음으로 연결해 보자


IPA (국제 음성 기호) 기준의 설명 말고 한국어 단어를 이용하여 발음해 보자.


한국어 발음으로 혀의 뒷부분이 경구천(soft palate, 입천장의 딱딱한 부분)에 닿는 후설 폐쇄음을 만들려면 "그늘"할 때 "그"발음을 하면 된다. 그리고 위에 설명했듯이 "i" 발음은 약간 놀라는 "어"음에 아깝다. "그어"발음을 한 후에 "r" 발음을 할 때는 "오레오"의 "레"처럼 앞에 있던 혀를 약간 움츠렸다가 "l" 발음을 위해 혀끝을 앞으로 다시 가면서 상단 치아 뒤나 구개에 닿게 하여 'l'발음을 마무리한다.


혀의 움직임만 보면 "g" 혀 뒷부분이 경구천에 닿았다가, "i" 혀의 중앙 부분이 높아지고, "r"  혀의 뒷부분이 경구천에 가깝게 다가갔다가, "l"에서 혀끝이 상단 치아 뒤나 구개에 닿는다. 정말 어렵다.


여기서 또 한 가지. "r" 발음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발음이 어려울 수 있다. 저자도 처음에 "r" 발음을 잘못 배워서 혀를 무조건 안으로 말았었다. 한국어 사용자들은 영어의 "r" 발음을 '혀를 소용돌이처럼 돌리는 꼬부랑 발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혀를 약간 움츠리는 발음이다. 한동안 영어 발음 때문에 혀 수술이 유행한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는데, 혀 아래 연결해 주는 설소대를 조금 끊어서 꼬부랑 발음을 잘할 수 있다는 논리였는데 실제로는 영어 "r"은 설소대의 길이와 상관없이 쉽게 발음할 수 있다. "오레오"를 발음할 때 혀가 뒤로 가면서 약간 움츠려지는 정도의 느낌이다. "오레오"의 "레"에서 멈춘 다음에 그 위치에서 "robot"을 발음해 보자. "r"발음의 혀는 그 정도 위치다.
 

본인이 낸 발음과 원음 발음은 시각적으로 비교해 주는 앱이 있다면 (네이버 사전에도 있다) 한번 비교하면서 해보기 바란다. 저자는 처음 영어 발음 교정을 제대로 해보자고 했을 때 "girl"과 "capital city"로 두 시간을 연습했다. 발음앱에서 계속 점수를 안 좋게 주어서 스트레스는 많이 받으면서 연습한 기억이 있다.


한국어에 없는 음소를 정확하게 익히고 넘어가자


서로 다른 언어 간 발음 습득이 어려운 것은 혀의 물리적인 길이 문제가 아니라, 두 언어 간 음성과 음소가 차이 나기 때문이다. 본인의 언어에서 사용되지 않는 음성과 음소를 발음하는 것은,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습득해 적응하는 것처럼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다른 언어를 배울 때 음성(=실질적인 발음)을 먼저 배운 다음에 음소를 습득하게 된다.  영어의 "r"[ɹ] 발음과 "l"[l] 발음을 모두 한국어의 /ㄹ/ 음소로 인식하기 때문에, 영어의 /r/과 /l/ 음소의 구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발음을 완벽히 익힌 후에도 실수로 [ɹ] 발음과 [l] 발음을 헷갈리는 일이 잦다.


머릿속에서 "r"[ɹ] 발음과 "l"[l] 발음이 모두 /ㄹ/로 인식되면(즉, [ɹ] 발음과 [l] 발음이 그냥 /ㄹ/ 음소의 변형일 뿐이며 서로 구분이 없다고 인식되면) right와 light 모두 'ㄹight'일 뿐이게 된다.


각자의 언어는 의미 구분에만 필요한 최소한의 음성과 음소를 지니고 있다. 경상도 사람들이 "쌀"발음을 못해도 경상도 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최소 음소로 구별이 필요 없이 살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외국어를 배울 때는 상황이 반대가 된다. 듣고 구별하고 발음할 줄 아는 음성과 음소를 늘려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영어 이후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때는 중국어의 권설음(혀를 말아서 소리 낸다는 의미), 베트남어의 자음(v, d, g/gh, ng/ngh, ph)처럼 한국어에는 없는 음소라서 발음하기 어려운 것 위주로 먼저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혀의 정확한 위치와 그렇게 위치해서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유념하면서 연습했다. 모음 편에서도 말했듯이 혀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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