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합문화센터 '남북더보기' 핸드볼 선수편 토크쇼 현장에서
"팬클럽요? 북에는 그런 거 없습니다. 팬은 오로지 당과 조국뿐입니다."
북한에서 핸드볼(북에선 송구라 부름) 선수로 활약한 강유진 씨가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이 북한에 있는지 궁금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강 씨는 "팬클럽은 남한에 와 처음 들었다"며 "주체사상뿐인 북에 그러한 모임과 활동이 존재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26일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는 '남북더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남북 핸드볼선수들의 인생 역정을 살폈다. 남북한 체육인의 삶을 통해 서로 공감대를 넓히자는 취지이다.
이날 토크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강 씨와 함께 핸드볼 국대 이상은 선수가 출연했다.
남북 핸드볼 선수의 서로 다른 인생역정
탈북민 강 씨는 북한 함흥체육대학을 졸업하고 핸드볼 선수로 활약했다. 이 선수는 3번에 걸쳐 올림픽에 출전하고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이른바 '우생순'의 주역이자 주장이다. 그는 현재 대한핸드볼협회 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먼저 우리는 핸드볼이라 부르지만 북한은 핸드볼을 '송구'라 말해 표현하는 용어가 다르다. 우리도 처음엔 송구라 부르다 1957년 핸드볼로 변경했다. 송구는 일본에서 유래됐는데 어찌 보면 북한은 일본의 잔재를 쓰는 셈이다.
강 씨는 어렸을 때 달리기를 잘해 '날다람쥐'로 불렸으며 체육선생의 권유로 송구에 입문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100미터를 12~14초에 달렸다고 한다. 이상은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핸드볼 운동이 있어 교장선생님에게 발탁됐다.
북한에서는 선수가 되려면 체육대학과 구락부(우리의 스포츠클럽 해당)에 나와야 하는데 강 씨는 함흥체대 졸업 후 흥남고등중학교에서 체육교사를 했다.
강 씨가 송구선수로 뛸 무렵 송구를 대중화하라는 김정일 지시가 있어 붐을 탔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단체경기를 통해 나라에 충성하는 일꾼을 양성하는 것이다. 강 씨는 당시 "자신의 몸이 내 것이 아니라 충성하는 몸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은 선수들에게 체벌과 기합이 여전히 심하다고 한다. 강 씨는 "퇴장을 당하면 경기가 끝나고 감독이 선수를 때리는데 맞지 않고선 선수가 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우리 남한도 일부 감독의 폭언과 체벌이 문제 됐지만 시합 중 퇴장과 경고는 격한 몸싸움 때문에 얼마든지 이해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남한처럼 운동선수 지원책은 북에서 꿈도 꿀 수 없어
이날 방청석에는 강 씨를 응원하는 탈북민들이 많았는데 특히 한국 국가대표의 선발과 지원 등 대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북한에서는 선수가 되면 모든 게 부담이라고 한다. 국가의 지원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송구공을 너덜너덜할 때까지 연습한다고 한다.
한 탈북민은 국가대표 운동선수의 봉급과 급여 연금에 대해 상세히 물었다. 이는 북한은 선수에 대해 지원이 열악하다는 방증이다.
강 씨는 "남한에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물품과 월급, 수당, 지원금, 포상금 올림픽 연금까지 다양한 지원책들이 부럽다"고 했다.
강 씨는 아버지가 재일교포 북송인이기 때문에 정치범 집안으로 낙인찍혀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 씨가 국제경기에 나가지 못한 까닭이다. 북에는 외국인 용병선수도 없다고 한다.
북에는 우리식 선수촌은 아니지만 선수촌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식사는 부실하고 형편없다는 증언이다. 누군가 운동선수가 먹을 식량을 빼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의 이어지는 증언
"선수촌에서 영양식으로 오리고기를 주기도 하는데 한 번은 오리기름으로 밥을 말아주어 그것을 먹기도 했다."
강 씨에게 선수시절 뼈아픈 기억도 굶주림이다. 그는 "배고프면 힘들고 먹고 싶은데 못 먹으니 쓰러지고 그럼 또 때리면 맞아야 하는 생활이 비참했다"며 울먹였다.
이에 대해 이 선수는 "국대 선수촌의 식당과 음식은 일반인이 세끼를 먹으면 소화가 안될 정도로 열량과 영양이 최고 수준이다"라고 말해 방청객들은 한때 숙연했다.
두 선수의 포지션도 화제가 됐다. 강 씨는 선수시절 '윙'을 맡았다. 이 씨는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했다고 한다. 윙은 재빠르고 득점력이 높고 공격력을 앞세우는 자리다. 강 씨가 그만큼 행동이 민첩했다는 것이다.
핸드볼 용어도 남북한 차이가 있다. 골키퍼를 북한은 ' 문지기'라 부른다. 북한은 윙을 ' 날개'라 칭하고 있다. 선수를 부를 때도 ' 동무'라고 한다. ' 파이팅'이란 구호도 없다. 대신에 '장군님 만세'를 외친다고 한다.
남북핸드볼단일팀과 꿈나무 육성이 통일의 시작
핸드볼이 남북한 공히 비인기종목인 것은 비슷한 일면이다. 이에 대해 핸드볼클럽 지도와 스포츠 해설위원을 겸하고 있는 이 씨는 "핸드볼 저변확대에 나름 노력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서 우선 핸드볼 체육수업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씨는 "여기 남한은 북에서처럼 체육의 생활화, 대중화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고, 부모들은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는데 아이들은 게임에 빠진 것 같다"며 체육수업의 강화를 강조했다.
남북한 전직 두 핸드볼선수는 '꿈나무 육성'을 서로 약속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을 길러내고 이들을 훌륭한 선수로 키우는 것이야 말로 체력이자 국력이라는 것이다. 남북한단일팀 구성도 제안하면서 이것이 통일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날 남북한 핸드볼 선수의 삶을 통해 서로 다른 환경과 문제의식이 극명했다. 하지만 둘은 새로 맺은 자매라는 인연을 시작으로 자주 만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