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눈 속으로 '윷놀이' 여행을 갔다

아내 겨울 여행에 괜한 걱정하는 남편..

by 이브런


IE003413113_STD.jpg ▲ 윷놀이





오늘 주말(8일) 아침 아내는 충남 서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초등학교 동창 10여 명이 모인다.



거기선 민속놀이 한마당에서나 볼 수 있는 '윷놀이'가 펼쳐진다. 벌써 20년 이상 벌이는 전통행사로 자리 잡았다.



윷놀이를 즐기는 60대 동창들이라니 문체부장관 표창감이다. 아내 말로는 어릴 적 고향에서 본 윷놀이를 추억 삼아 우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의 이번 윷놀이 여행은 걱정이 앞섰다. 이틀 계속 눈이 내리고 여행 현지에는 오늘도 폭설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친구 두세 명이 눈 때문에 불참을 예고했다. 단양에 사는 친구는 폭설로 꼼짝할 수 없어 여행을 포기한다는 전언이다.



IE003413112_STD.jpg ▲ 충북 단양에 사는 아내 친구는 폭설로 여행을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도 아내는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친구 대부분 예정대로 참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아내에게 여행을 보류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난 그저 재밌게 다녀오라고 말했다.



나는 아내의 여행을 권장하는 편이다. 집에만 있는 답답함을 잠시나마 떨칠 수 있어서다. 여행 후에도 피곤한 기색이 없는 아내 얼굴은 보기 좋다.



'아내 바보'라고 소문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다른 게 없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 취향을 성원해 주는 것이다.



물론 아내와 함께 여행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지난해 내가 칠순을 맞아 애들이 우리 부부의 일본 북해도 여행을 마련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나는 그 여운이 한두 달 길게 이어진다, 그러나 아내는 오래가지 않는다. 또 다른 여행을 상상하며 설레는 것 같다.



내 친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아내들은 나이 먹으면 외향적으로 변하고 남자들은 집에만 있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 내 친구들은 언제부터인가 모임이 시들어졌다. 숙박을 겸한 여행은 감히 꿈도 꾸지 않는다. 모험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아내의 여행은 용감하다. 일상을 벗어나 무료함을 달래는 그 시간은 아내에게 소소한 행복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내가 친구들과 숙박하는 여행을 떠난다면 자신도 없지만 아내가 허락해 줄까.



아내의 윷놀이 여행을 두고 나는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여하튼 아내가 눈 속 여행을 무사히 다녀오길 바란다. 윷놀이에서 상대편을 이기면 더 좋고.



아내는 어젯밤에 미역국을 맛있게 끓여놓았다. 지금 나는 미역국 아침상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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