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_4. <여행에 로망이 있다면 이곳에, 사이판>

-준비되지 않은 이의 여행(3)

by 작은누룽지

축제와도 같은 소리는 피에스타 호텔이 감춰놓은 마이크로 비치 해변으로부터 흘러나왔다. 해변은 언제나 보는 이로 하여금 심장을 뛰게 한다. 적적한 파도소리와 울렁거리는 물결 선선한 바닷바람이 사람들의 넋을 앗아간다. 해가 질 때면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나는 해변을 볼 때 그곳이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가를 유심히 본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눈이 닿는 모든 곳을 바라보며 광활한 바다를 실감한다.


‘이 바다는 어디까지 흐르고 있을까’ ‘파도가 이 고요함과 적막함을 누구에게까지 전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곳은 아름답고도 신비한 모습일 것이다.

일렁이는 파도와 노을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우리도 빠질 수 없었다. 찰랑이는 파도를 맞으며 발과 함께 해변의 모습을 담기도 하고 저 멀리 지평선에 구름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의 모습도 담아보고 빠질 수 없는 각자의 인생 샷을 남기며 시간을 보냈다.


해 질 녘, 마이크로 비치의 석양을 담고 있다.

나는 내 인생 샷보다는 해변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왔다 갔다 하는 파도의 모습을 구경했다.


해가 저문 캄캄한 마이크로 비치의 밤은 또 다른 매력을 풍겼다. 주위의 가로등이 수를 놓고 수영장은 LED조명으로 빛나며 야외 레스토랑은 더욱 센 불길로 음식을 조리하며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변은 적막함과 고요함이 배가 되었고, 쓸쓸한 파도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이 상반되는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며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었다. 해가 진 후에도 한참을 마이크로 비치에서 거닐며 이곳을 기억 속에 남겼다.


사이판에서의 길었던 하루가 저물었다. 막무가내 여행의 첫날이 무사히(?) 끝났다. 사이판은 첫 여행의 설렘에 다른 쪽으로 기울었던 마음을 사뿐히 받아주었다. 철저했던 첫 여행이었다면 이곳이 베푼 것들이 얼마나 여운에 남을까.


코코넛 열매는 이때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나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을 것이며, 도마뱀이 달린 간판을 만져볼 일도 없었을 것과 저녁의 해변은 사이판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마이크로 비치였고 피에스타 호텔과의 환상의 조화를 이룬 첫 느낌은 먼 지평선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게 할 뿐이었다.


첫 여행이었던 사이판은 달러를 간직한 것을 빼놓고는 수집도 사진도 거의 남기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방법을 몰랐다. 되돌아볼 수 있는 어떠한 것도 남기지 않은 채 기억 저편 어딘가에서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고 다시 나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건 조용하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이 섬이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첫 여행의 선물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마이크로 비치의 노을과 파라솔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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