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_3.<여행에 로망이 있다면 이곳에, 사이판>

-준비되지 않은 이의 여행(2)-2

by 작은누룽지

돈 계산도 끝났겠다, 옷, 소지품 정리도 모두 끝난 후 완전히 맑은 하늘 아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숙소를 나섰다. 길은 당연히 모르고 지도도 없이 차들이 많은 곳, 인적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슬리퍼를 신고 바닥과 쓸리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느낌이 새롭게 느껴졌다. 10분을 걸었을까. 노점상 가판대에서 코코넛을 팔고 있었다. 주저 없이 샀다.



언제 이런 걸 먹어보겠냐 하면서 샀던 자신에게 그만두라고 말했어야 했다. 당시 코코넛을 과자 코코넛 초콜릿 정도로 생각하고 담백하면서 고소하겠거니 하고 빨대를 꽂은 통 코코넛을 마셨다. 참 신기하다. 담백하면서 고소한 것 같은데 맛이 없다. 시큼시큼하고 이상했다. 이게 한 통이 아니라 두 통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도망치고 싶었다. 결국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먹기를 제안했다.

영락없는 순수한 모습으로 코코넛의 쓴(?) 맛을 봤다.

참 신기하다. 가위바위보는 늘 제안한 사람이 진다. 7번 중 4번을 진 나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그 맛을 느껴야 했고, 다 먹은 후에도 맛이 계속 남아 물로 씻고 싶었다. 이런 건 새롭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코코넛을 그 이후로 먹지 않는다. 항상 누군가가 “코코넛 어때? 맛있다던데?”라고 물어보면 골탕 먹이고 싶은 친구 외엔 절대 권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에게 욕먹는 것 같다.


코코넛 때문인지 저녁때가 되었는지 슬슬 사이판에서의 첫 끼를 먹으러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가라판 안에는 스파들이 즐비한 거리를 중심으로 여러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해산물, 육류, 면 없는 요리가 없어 선택지가 다양했고 우리 일행의 선택은 스테이크였다. 스테이크라고는 한국에서 아웃백에서 한두 번 썰어본 것이 전부였는데, 오랜만에 그 맛을 느끼고 싶었다. 냄새를 좇아 돌아다니던 중 특이한 음식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스테이크 전문점이 었는데 간판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도마뱀 모형이 예쁘게 달려있었다. 사장님의 인테리어 실력에 이끌린 나는 ‘오 뭐야 간판에 도마뱀 모형을 달아 놓으셨네’ 하면서 만지는 순간 모형이 툭 떨어졌다. 응? 진짜 도마뱀이었다. 재빠른 속도로 풀숲으로 도망쳤다. ‘으악!’ 하면서 나도 모르게 외마디 욕이 튀어나왔다. ‘Sixxx’ 살면서 도마뱀을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요 만져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시는 만질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밖이 어수선했는지 웨이터가 문을 연 순간 고기가 구워진 냄새가 흘러나왔고 참을 수 없었던 우리는 ‘Hi’라는 말과 동시에 음식점 안으로 직진했다. 식당 내부는 사람이 꽤 많았다.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있는 식탁에 앉자마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보여주었다. 스테이크 정식과 음료를 주문했다. 스테이크 정식이 32.5달러, 콜라가 3달러였던 것이 기억난다. 36달러, 4명이서 144달러 한화로 약 16만 원을 한 끼에 쓰는 과감함을 보였다.


역시 스테이크는 진리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보이게 미디엄 레어를 주문한 내가 대견했다. 수프도 정말 맛있었다. 코코넛에 덴 혀가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웨이터도 너무 친절하시고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안녕하세요~!’로 대답하고 엄지를 척 들어 올려 보이셨다. 우리가 나갈 때까지 정말 잘 챙겨주셨다. 첫 해외에서의 서비스는 음식만큼이나 최고였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선 후 도마뱀이 붙어있던 자리를 혹시나 하고 돌아봤다. 역시나 그 조그만 친구는 도마뱀이었다. 약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운을 느끼며 떠돌이처럼 해 질 녘 공기를 마시며 걸었다. 따듯한 봄기운이었다. 선선한 바람과 따스한 기온이 아주 적절한 날이었다. 우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와 신나는 음악에 발걸음을 옮겼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의 인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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