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_5. <여행에 로망이 있다면 이곳에, 사이판>

-잘 곳을 찾습니다(1)-1

by 작은누룽지

가끔씩 TV를 틀면 이런저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의 눈길을 이끄는 컨셉으로 흥미를 일으킨다. 요즘은 독자의 흥미에 맞게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자주는 아니지만 TV를 켤 때 한 번씩 보는 프로그램 중 <구해줘 홈즈!>라는 집을 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구성으로 소개해주는 프로가 있다. 모든 집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종종 ‘오 이 가격에 이런 집을 구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그래야 했다. 합리적인 가격과 구성의 숙소를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 돌아다녀야 했다.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덮고 자거나 추우면 옷을 위에 덮고 자자는 안일함과 무모함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많은 것을 준 이곳이었지만 따뜻한 잠자리까지 내어주진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다음날 옆에 짐이 마법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사실 이곳에 온 첫날부터 분주했다. 다음날 체크아웃이 오후 1시였던 것을 생각했을 때 숙소를 잡지 못하면 다음 이동할 곳에 모든 짐을 다 들고 가야 할 판이었다.


뭐 갈 수도 있지만 캐리어를 들고 보트를 탈 수 없지는 않은가. 그게 가능하다 해도 숙소의 풍경을 보며 침대에 눕자마자 모래와 함께 잔다는 건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코코넛을 먹기 전으로 돌아간다. 코코넛과 조우하기 전, 화창한 날씨 속 시내를 저벅저벅 걸어 다니며 눈에 익히면서 점점 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까워질 무렵,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 옆 호텔이 하나 있었다.


사실 외관상으로 봤을 때 이곳은 호텔보다는 사무실에 더 적합한 구조라고 생각했다. 가까이서 간판을 보고서야 호텔인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긴가민가했던 것이, 직원들의 유니폼이나 내부가 정말 사무실 같았다.

세렌티 호텔은 사실 오피스가 아닐까?


청소하는 사람마저도 오피스룩에 미화원 조끼를 한 장 걸쳤을 뿐이었다. 이곳의 정체에 혼란스러움이 더욱 커져만 갈 때, 리셉션(이곳도 인포메이션 센터 같았다. 신기한 곳이다. 이 호텔의 콘셉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에서 반가운 인사로 환영해주었다.


인사는 Hello 뿐이었지만, 세상 어떠한 사람도 받아줄 수 있는 환한 미소와 함께 멀뚱멀뚱 서 있는 우리에게 와서 얘기해보자는 눈빛을 보내줬다.


들뜬 마음으로 한 달음에 인포메이션 센터... 가 아니라 리셉션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왜인지 이 사람이라면 우리가 길바닥에서 자지 않도록 해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허황된 꿈이었다.


그냥 우리가 여기서 묵는 투숙객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리셉션 바로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지나쳐 타러 가는 줄 알고 인사를 한 후 다시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듯했다. 리셉션 앞에 서서 ‘Excuse me?’라는 말을 할 때까지 말이다.


우리의 상황이 이러저러해서 내일 체크인할 수 있는 방이 있냐고 묻자,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No, Sorry’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보통은 컴퓨터로 몇 번 두들기거나 체크인 리스트를 보거나 하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은 환한 미소 속에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이 있었다.


방이 총 몇 개고 오늘 투숙객 수가 몇 명인지 다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봐달라는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다. 그냥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별수 없이 밖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텔들은 투숙객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짧은 식견으로는 관광객이 항상 붐비는 호텔들이라 하더라도 그만큼 많은 유지비가 나갈 텐데, 그렇지 않은 곳들은 비수기 성수기에 따라 요금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유지가 될 만큼 수익이 나는지 모르겠다.


어느 동네에든 호텔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 관광지에 있는 호텔들만 해도 유지가 힘들어 보이는데 이런 구석진 동네에 호텔이 5년이고 10년이고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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