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곳을 찾습니다(1)-2
두 번째로는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폐가가 된 집 몇 채를 지난 곳에서 만난 호텔이었다. 들어서면서부터 오래됐지만 계속 관리를 해서 깨끗한 그런 호텔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구조가 영화 ‘쿵후 허슬’에 나오는 중국의 집촌 느낌이 났다.
그래도 나름 밖에 수영장도 있고 와이파이도 일단 홀에서는 잘 돌아가는 괜찮은 곳이었다. 사실 외관이 어쩌고 가릴 처지가 아님에도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이왕이면 더 좋은 곳에서 자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사우나 냄새(?)가 나는 로비를 지나 리셉션으로 향했다. 마음을 졸이며 직원에게 내일 당장 체크인을 할 수 있는 방이 있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컴퓨터를 조금 두드리고 4명인 것을 확인하고는 종이 한 장을 인쇄하더니 방 하나가 있다며 보증금과 가격이 포함된 확인서류를 내밀었다.
가격도 합리적이었고, 조금만 걸으면 시내가 금방이니 <구해줘 홈즈!>의 좋은 구성의 숙소였다. 숙박비를 지불하고 보증금이 포함된 확인서류를 들고 ‘See you tomorrow’라는 멋쩍은 인사와 함께 호텔 로비에 세월아 네월아 앉아 핸드폰을 보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스쳐 지나면서 ‘여행에 와서 왜 핸드폰만 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호텔 문밖을 나섰다. 둘째 날도 편안한 침대에서 잘 수 있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로비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는 사람들 모두 와이파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방에서는 와이파이가 연결이 좋지 않아서 카톡, 특히 사진을 보내는 세월이 한참 걸렸다.
한국에서는 카톡이며 사진 전송이며 동영상 전송까지 한순간에 해결할 수 있으니 와이파이가 느린 해외에서는 속이 터지는 걸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도 비슷했다.
4명이 모두 다음날 밤 로비 의자에 앉아서 와이파이 잘 터지는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끝없는 눈치싸움을 벌였다.
우리를 보는 누군가도 ‘쟤네는 여행에 와서 핸드폰만 잡고 있네’라는 생각을 하겠지.
이제는 마지막 날과 출국하는 당일을 보낼 곳을 찾기만 하면 마음 놓고 길바닥 외길인생은 피할 수 있었다. 사실 저녁을 먹기 전 한 곳을 더 발견했다. 허름한 상가건물 2층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였다. 1층의 상가는 모두 문을 닫았는지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건너편에는 조그마한 한식당이 자리 잡은 조그마한 골목에 있는 숙소였다.
점점 숙소가 다운그레이드 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면의 욕심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어비엔비가 아니고서야 2층 상가에 숙소가 있는 것 하며 게스트하우스라면 방이 여러 개가 있을 텐데 2층 한 층을 다 사용한다 해도 공간이 협소할 것 같았다.
썩 기분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1층의 외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게스트하우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이 철문에 걸려있었다.
초인종을 누르면 안쪽에서 철문이 열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사람의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열 번을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나무가 넘어가지 않았다. 아쉬움 반 안도감 반에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그렇게 돌아다니기를 수 십분, 으리으리하고 럭셔리한 호텔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잘 만한 곳을 찾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묵었던 숙소에서 일수를 연장해달라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순수하게 ‘야 어떡하냐, 이거 뭐 어디서 잘 수는 있는 거냐? 우리 돗자리 하나 살까? 아니면 내가 좀 좋은 자리 좀 구해놓을까?’라며 떠들었던 4명의 얼간이였다.
항상 어디를 다녀오든 무엇을 하든 그때 좀 더 침착했으면 어땠을까 또는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을 때가 있다.
여행의 준비를 덜 하고 온 것이나 숙소를 못 구해서 돌아다니는 선택에 후회가 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었고 기억에 진하게 남을 순간들이었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티끌 같은 생각이 들뿐이다.
순수한 얼간이들은 2층의 게스트하우스에 다음 날에 다시 가보기로 하고 어둑어둑해지는, 해가 떨어지는 가라판 시내의 모습을 담으며 걸었다. 가라판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더 한참인 도시였다. 한창 공사 중인 호텔, 카지노들의 모습이 보이는 한편, 새 단장을 하는 곳도 종종 보였다.
새 단장을 준비하는 상점들과 음식점에서는 여러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떤 곳에서는 직접 나와서 음악에 맞춰 공연도 하며 자신들의 음식점 홍보와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내놓고 판매하기도 하고, 기념품 가게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2개 사면 하나가 공짜라는 공식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녁 6시가 넘어서도 인부들이 카지노 짓는 작업에 불을 튀기며 자신들의 작품을 조금씩 올려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현장 인부들이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한참을 고생하여 공사를 마무리한 건물을 바라볼 때라고 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감히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나도 이 책을 마무리하게 되면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