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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누룽지 Jul 23. 2020

Ep6. 나는 언제부터 성장했는가

-빛과 어둠을 초월할 때(여섯 번째 방울)

※본 이야기는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을 소재로하였습니다.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서문 -

에밀 싱클레어(헤르만 헤세 본인)는 유복하고 신앙심이 충만함 가정에서 자란 아이다. 그는 이런 행복한 가정의 모든 것을 사랑했고, 빛의 세계로 인식한다. 이와는 반대로 밖의 범죄와 싸늘함이 가득한 세계는 어둠의 세계로 받아들였다.

이 세계에서 미래로 쭉 뻗은 곧은 길 위에는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고해, 용서와 선한 결단, 사랑과 존경, 지혜와 성경 말씀이 있었다.  
(중략)

한 편 또 하나의 세계도 이미 거기에 (중략)

섬뜩하고 요사스럽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넘쳐났고, 도살장과 감옥, 주정뱅이들과 악쓰는 여자들, 새끼 밴 암소, 쓰러진 말, 강도,살인, 자살 같은 일들이 있었다. -본문 中-

빛의 세계를 받아들인 싱클레어가 어둠의 세계로 발을 내디게 한 '프란츠 크라머' 라는 인물의 교활하고 끔찍한 유혹으로 싱클레어는 점점 빛의 세계에서 침체되고 소외되는, 자신이 있는 빛의 세계가 더 이상 본인의 것이 아님을 온 몸으로 한 편으로는 거부하며 이미 사로잡힘을 인정한다.


그 때 나타난 '데미안'. 그는 어둠의 크라머에게서 싱클레어를 구원하지만, 이제까지 기계적으로 받아들였던 빛의 세계에 대한 시각을 재고하게 함으로 크라머와는 다른 혹은 더 깊은 어둠의 이방인으로 싱클레어를 그 경계에 세웠다.


삐딱하고 어둠에 기운 싱클레어가 다시 빛의 세계(자신이 사랑하는 세상)로 돌아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잠시 멀어졌던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부인과의 재회였다. 싱클레어의 성장의 기인은 어둠의 이방인 데미안과 그의 머릿속 아듯한 여인 에바부인이었던 것이다.


그는 어둠의 세계로 이끈 데미안을 통해 다시금 빛나는 세계의 원동력으로 나아온 두 세계를 초월하는 성장한 어른 헤르만 헤세가 된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성장했는가.


나의 주관을 깨닫고 비판적인 사고와 함께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를 19세라고 칭하겠다.


수능을 코 앞에둔 수험생에게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빛의 세계의 법칙. 나도 이를 선망하고 따르기 바쁜 소년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지나가는 대화를 엿들었다.

A:oo 걔 있잖아, 이번에 사업시작했데.
B:응? 걔가 누군데?
A:아 왜 그 S대 간 애 있잖아.
B:아 알지알지. 걔 이름은 기억 안나도 대학 때문에 기억난다.  


'나'라는 사람의 이름 대신 좋은 대학교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은 내 꿈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사회의 이름으로 주변의 이름으로 기억될 내 이름은 '좋은 대학교'일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세계의 법칙을 만들어 냈다.  


'공부를 잘해서 기억될 이름을 남기자' 누군가에게 힘이되고 사랑을 받고 누군가 나의 이름을 알아주는 것.


허나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내가 세운 세계의 법칙이 아니라 '학점 잘 받아서 좋은 곳 취직해야한다.' 라는 또 다시 빛의 세계의 법칙에 스며들고 있었다.


어느 날 책상정리를 하던 중 문득 이 대화가 다시금 나를 다른 세계의 법칙으로 이끌었다.


S대가 아닌 대기업의 이름으로 기억될 나. '걔는 이름은 기억 안나도 그 기업 때문에 기억난다.'


빛-어둠-빛을 찾아 두 세계를 초월한 헤세와는 달리 나는 빛-어둠-빛-어둠의 굴레로 아직도 경계에 서있다.


내 이름으로 글을 쓰고 연구하고 공부하며 여행하고 나를 찾으며 끈임없는 세계의 다툼과 경계에 서있는 나는 아직도 치열한 성장중이다.


빛과 어둠을 초월할 때.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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