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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누룽지 Aug 20. 2020

Ep14. 공부라는 것에 대한 고찰

열네 번째 방울

때는 중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으나 그즈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무더운 날씨에 여느때 처럼 집에 돌아와 가방을 놓고 책상에 놓인 책을 바라본다. 못 보던 책이 얹혀있었다. '박철범의 하루공부법' 조그만 메모장스러운 책이었다. 깨끗한 책상위에 올라와 있는 이 책은 허무맹랑했다. 


책의 내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책상 위에 내가 처음 보는 책. 하물며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니 당시의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린 나이였지만, 공부는 과정이 아닌 결과로 판가름 하는 것이라 생각할 줄 아는 꽤나 진중한 소년이었기에 이런 부모님의 행동에 대해 반감을 많이 가졌다. 


보이기로서는 나는 공부를 그렇게나 싫어하는 소년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리라, 나는 무엇을 위해 증명해야하는가. 나의 미래 혹은 결과가 아니라 남을 위해 보여주는 식의 성과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이 한편으로 스쳐지나갔다. 나에게는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 결과를 받아들이고 과정을 고쳐나가는 방법이 필요했을 뿐이다. 공부를 왜 해야하는가에 대답에는 항상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시행착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지배를 했다. 

그 이후로 10년이 지났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공부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없고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고찰은 항상 재미가 있다. 몰랐던 지식의 항로가 뚤리는 기분은 끊어져있던 지식의 뿌리와 연결되어 성취감을 더하고 연구하도록 만든다. 


영어와 가까운 서방들의 언어는 유래를 유추하는 길을, 자연 현상들의 근원은 우주를 근간으로 하며, 문학은 역사를 따라 성장한 것임을 알면 더욱이 열린 항로는 더 먼길을 개척하게끔 하는 것이다. 공부를 함에 있어서 15살의 나보다 더 나아진 것이 있다면, 대학에 가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목표로 한정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책임질 지식과 지혜를 위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사람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한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며, 여기에 더하여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 실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대학을 목표의 우선순위로 매김했던 시기에 비해서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더 이상 공부를 결과를 위한 치부정도가 아니라 자유로운 양식의 나를 채우는 준비물로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생각하게 된 것은 크나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대학에서 한 강사가 '여러분은 당신을 위해 오롯이 공부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됩니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학교생활에 의한 공부가 아니라 본인을 채워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냐고 물었다. 사람에 따라 대학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취업에 관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다만, 나는 진정 이상적이고 주관적인 얘기로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 쫓아다니는 공부야말로 학습의 큰 진정성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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