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뮌헨을 마지막으로(1)

part 1. <이번 내리실 곳은 '동유럽'입니다.>

by 작은누룽지

뮌헨에서의 계획은 특별하지 않았다. 마리엔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게 다였다. 아침의 지하철은 한산했다. 입김이 나오는 날씨에 마리엔 광장에서 보이는 신 시청사는 뮌헨에 있는 것이 당연한 건축물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보는 순간 독일이라는 나라와 잘 어울리는 절제미가 일품이었다.


이곳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갖고 주변의 거리를 둘러보던 중 한 무리의 아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아이들과 중년의 선생님이 이들을 이끌고 있었는데, 내 영어 실력을 알면서도 나는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광장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굳이 우리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 흥미로운 주제를 던져줄 것을 시사하는 듯했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되는 아이들이 본인들보다 더 커 보이는 노트북을 들고 녹화하려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러나 영어 말하기 실력은 우리나라 대학생만큼 나보다 더 성숙했다. 질문을 들어보니 우리에게 인터뷰를 청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대인 이야기였다. 유대인과 관련 축제에 대한 질문들이었는데, 동양인은 또는 사람들은 얼마나 이를 알고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학교 과제가 우리에게 답을 원했다. 내가 학교수업을 열심히 들었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유대인의 축제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것이 없다.


나는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대답을 선뜻 줄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대답해주려 했지만,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그들에게 더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하지만, 그것에 대해 우리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의 실망한 표정을 봐야만 했다. 그걸 보던 중년의 선생님은 아이들을 잘 타일러 어딘가로 이동했다. 저 멀리서 건너온 여행객이 유대인에 대해 얼마나 알겠는가. 그렇더라 하더라도 아이들의 아쉬움의 눈빛은 잊을 수가 없었다.


눈에 밟히는 장면을 뒤로하고 마켓 구경을 하며 이제는 기념품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내일이면 뜨는 유럽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사고 싶었다. 조그만 조각품들을 보다 어제 뮌헨 역사에서 본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근처에는 뮌헨을 연고로 하는 이 팀의 팬샵이 있다.


보이자마자 직진해서 들어갔다. 유니폼보다는 실용적인 옷을 원했다. 마침 딱 맞는 옷이 있었다. 져지라고 부르는 이 옷은 재질이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제작되어 팔이 조금 긴 그런 옷이었다. 색깔과 과하지 않은 로고가 마음에 들어서 바로 구매했다. 아마 한 티비 예능이었던 ‘스페인 하숙’의 유해진이 입고 나온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우 애용하는 옷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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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교회를 보다.

오늘의 점심은 한식이다. 뮌헨 시내에 사람이 붐비는 한식집이 있다고 하여 오류가 나는 구글지도를 따라 한 시간을 같은 장소를 돌았다. 차도 검색이 기준인지, 가는 길마다 다른 길을 찾아주기 일쑤였다. 사실 한식을 먹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침, 저녁으로 햇반과 찌개 혹은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점심 한 끼만 밖에서 음식을 먹는데 그것마저도 한식으로 먹자니 탐탁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독일식 족발 ‘슈바인학센’과 흑맥주가 부르는 외침을 거절하고 한식이라니 중얼대면서 한식당이 있는 거리로 갔다. 이곳은 한식당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였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려는 식당의 인기가 가장 많았다.


계산은 한국분이 해주셨고, 주방에서는 독일의 할머니가 한국말로 음식 이름을 외치면서 요리를 하고 계셨다. 신기한 풍경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제육덮밥 3개~’를 현지인의 어색한 한국어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식당 내부가 넓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많으니 붙어 앉는 게 당연했다. 우리 같은 동양인이나 한국인보다도 현지인과 서양인이 더 많다는 게 나도 모를 뿌듯함이 올라왔다.


우리나라 음식이 이렇게나 인기라니. 우리도 음식을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토록 원했던 슈바인학센의 갈망은 어디로 가고 또 제육덮밥에 취했다. 매콤하고 달콤한 제육양념과 고기 잘 어우러지는 채소들이 말없이 식사를 계속하게 했다. ‘그래... 한국인은 제육덮밥이지’ 다른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먹고 있다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든 옆 테이블의 대화에 이끌렸다.


이곳 사람들이 아닌지 영어로 대화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rice chicken을 먹었을 때 괜찮았었다며 이곳의 음식도 누구 못지않게 맛있게 식사를 했다. 분명 내가 아는 그 BBx사의 라이스 치킨을 뜻하는 것이었다. 내 주변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나만 아는 그 사실은 나를 더 기분 좋게 만들었다. 식당에는 우리가 빠지면서 더 붐볐다. 웨이팅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우리나라 음식이 다들 입맛에 맞는지 우리나라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뿐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으로 만족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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