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짐 싸!(1)
※ Part 2, 3은 폴란드,리투아니아 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짧은 폴란드 경유기입니다. ('Witam'은 폴란드어로 '안녕하세요'라고 합니다.)
#새 출발
집에 돌아와 짐을 푼 지 20일, 나는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핫팩과 히트텍 거의 신지 않던 워커를 챙겼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 23일 다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이 계획은 첫 가족여행을 계획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난히 더 더웠던 8월, 사이판을 같이 다녀온 친구와 먼 크리스마스 여행을 준비했다. 후보군에는 체코, 헝가리, 여러 유럽의 나라들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폴란드 위의 조그만 발트 3국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평생을 살면서 얼마나 이 나라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
듣도 보도 못한 이 나라들에 관심이 생겼다. 다른 유명하고 아름다운 나라들을 제쳐두고 이곳에 전념했다. 당연히 직항이 없는 이 나라들에 도달하려면 러시아에서 경유 또는 폴란드에서 경유 혹은 모스크바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방법이 있었다. 그마저도 비행기는 때가 아니면 들어가는 비행기가 드물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우리의 방법은 폴란드에서 경유, 리투아니아를 목적지로 하는 4박 6일의 여정이었다.
그렇게 10월 말, 그동안 모은 돈 90만원을 폴란드의 항공사 LOT항공에 12월 23일로 출국하는 티켓에 지불했다.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한 달에 10만원 안쪽으로 쓰며 버틴 3개월간의 노고였다. 그렇게 하여 유럽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짐을 싸게 된 것이다. 사실 출발하기 전날까지도 비행기가 취소됐으면 하는 생각이 약간은 있었다. 다시 10시간을 날아가려고 하니 처음에야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출발했지, 힘들었던 비행에서의 기억이 나를 괴롭혔다.
친구에게 찡찡대면서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나름의 행복감을 느꼈다. 3-3-3 좌석 배치에서 중간 3. 화장실 바로 앞자리였다. 유일하게 의자를 끝까지 젖힐 수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자리였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소리가 거슬린다고는 하지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것만큼 장거리 비행에서 필수적인 요소도 없다. 게다가 저번에는 없던 개인 모니터 리모컨과 게임을 할 수 있는 점이 한, 두 시간쯤이야 더 보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잠을 좀 자서 개운하게 폴란드,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